45> 노숙자 가족

2013. 7. 31. 23:30Spain 2013

 

 

 

 

지도를 보면, 론다에서 지중해 해변까지는 그리 멀지 않다.

스페인 안달루시아 코스타델솔을 향해 남쪽으로 난 길을 탔다  6: 21

 

 

 

석이버섯같은 마을,

 

 

 

 

 

 

 

 

 

 

 

 

 

1시간이 넘게, 길은 산 아래로 내려온 적이 없이 9부 능선을 띠처럼 달린다.

직선길도 없는 수많은 산 모퉁이들을 돌았고 그래도 보이는건 첩첩산중의 비탈진 능선뿐이었다. 같은 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거지만 힘들게 등산한 후의 그런 감동은 전혀 없다. 또 다시 때를 거르자 현주가 차 안에 남은 찐계란에 칠리소스를 발라 애들에게 줬지만 큰 애들은 ' 금방 저녁을 먹겠지 ' 하는 기대감에 거부했다. 짱이랑 나와 현주만 훌륭한 차내식을 즐겼다

 

단체 관광객이 론다를 오기 위해서는 높은 버스에 몇 시간씩 갇힌채 이런 산길을 타야 하는데...그들이 존경스러워졌다

 

 

아이들이 언제 도착하냐고 자꾸 묻는다, 네비로 찍은 곳은 언덕위 하얀 마을인 Casares 다

몇분이면 도착한다고 안심을 시켰지만 막상 멀리서 보는 카사레스도 별로 좋은 선택은 아닌거 같은 생각이 들었다 7: 35

 

 

좋은 숙소와 맛있는 저녁을 만나려면 아무래도 지중해 관광도시로 나가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서 조용히 네비를 바다쪽으로 돌려보았다.

도착 예정시간이 좀 더 늘었다,

드디어 수평선이 산 사이로 얼핏얼핏 보인다

 

 

역시 풍력발전기들이 산등성이에 쪼르륵 박혀 있다. 바닷바람이 가깝구나

 

 

 

비행기 고도 떨어지듯 길이 갑자기 바다를 향해 곤두박질 친다

 

 

처음 우리를 맞은 마을 Manilva

 

네비에 apartment 로 찍힌 숙소를 찾아갔다.

아이들도 이제 차가 멈추는구나 좋아했지만 프런트에 가서 문의해보니 가격도 안 맞고 현주가 -식사를 준비할 여력이 안되서 아침식사가 나오는- 호텔로 가자고 했다

 

5 km 정도 더 바다쪽으로 내려가자 해변도시 사비니야스 (Sabinillas) 라는 곳에 도착했다,

해변가 도로쪽 호텔들은 차를 잠깐 대고 물어볼 수도 없을 정도로 길이 좁고 복잡했다, 그 길을 두바퀴 돈 다음에 좀 한적해 보이는 동네 안쪽길로 들어가니 조그만 호스텔 간판이 보였다, 여자들이 가보더니 짱이가 먼저 와서 얘기한다, 방에 담배 쩌든 내가 너무 난다고. 현주도 주인이 영어를 못해 적극적으로 유치할 맘도 없어 보이고 계단도 너무 가파르고 방이 무섭다고 한다. 그런 방을 100 € 내며 자는건 아닌거 같다.

<인용사진>

 

일단 저녁부터 먹자 !    이럴땐 왜 꼭 중화요리집이 나타나는걸까 ?  

<인용사진>

 

경재가 차를 봐줘 식당앞에 간신히 주차하고 안에 들어갔는데 그 넓은 실내에 손님이 하나도 없었다,

인테리어 자체가 맘에 안 들었지만 지금은 쉰밥 설은밥 가릴 처지가 아니다.

 

에피타이저로 밀가루 튀긴게 나왔는데 너무 배가 고파서 그것도 금방 없어졌다,

 

 

얼굴은 다 타고 피곤에 쩌든 ...그나마 토씨가 은근히 시원했다,

 

 

 

 

이번에도 마지막 요리는 비록 실패했지만 가족들의 아사를 늦출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음식값 총 34 € (51,000 원)

써빙하던 젊은 중국남자에게 호텔 큰데 아는곳 있냐고 물었더니 이 동네는 다 작고 빈방이 없을 거라고 하며 차로 20 여분 걸리긴 하지만 저 위에 에스테포나 (Estepona) 란 도시가 더 큰 호텔이 많다고 했다. 이왕이면 내일 이동할 방향쪽으로 가는데 나을거 같아 지도를 보며 산 로께 (San Roque) 는 어떠냐고 물었더니 황당하다는듯 웃기만 했다.

 

날은 이미 어두워졌다

일단 거기까지 갈 곡기는 채웠으니 온 가족이 희망에 부풀어 에스테포나를 찾아갔다,

처음 차를 댄 곳은 실내에 워터파크가 있는 으리으리한 5성급 호텔이다. 너무 피곤해 비싸도 들어갈려고 했는데 현주랑 은재랑 갔다 오더니 방이 하나밖에 없다고, 다른 큰 호텔 약도를 한장 얻어 나왔다. 그 약도를 보며 길을 찾아봤지만 동네 언덕만 올라갔다 다시 내려온 꼴이 되었다. 어른들은 속타는지도 모르고 차 안에서 즐겁게 장난 치는 아이들에게 너희들도 숙소 얻는거 도움이 되어야 하지 않겠냐. HOTEL 이라고 쓴데를 찾아보라고 시키며 나는 밤길운전에 집중해 시내 안쪽과 해변도로를 훑었다. 상황이 너무 안 좋다. 호텔로 들어가 문의하는 현주도 은재도 지쳤고 아이들도 아빠가 언제 폭발할지 불안해 하고 있다. 나는 나대로 하루종일 운전에 시달려 피곤한데 밤길과 골목길은 두배로 지치게 했다.

 

"  자는걸 포기하고 그냥 밤새 Tarifa 쪽으로 가자 ! "

가족들에게 통보하고 광란의 해변도시 에스테포나를 벗어나 고속도로를 탔다.

왠만하면 유료도로 돈 받는 남자에게 미소라도 지을텐데 그럴 기력도 기분도 전혀 없다.

한밤중에 뒷차들은 빠른속도로 우리를 스쳐가고 차 안 분위기는 침울하기만 하다

가끔 화려한 야경이 검은 허공에 나타났다 사라지는데 우리는 부르는 곳도, 갈 곳도 없이 깜깜한 밤속을 헤매고 있었다

 

 

 

한참을 내려오다 도로옆에 침대가 그려진 허연 표지판이 서 있는걸 봤다

근처에 휴게소가 있을거 같아 조용히 차를 길 옆으로 뺐다,

무섭고 불거진 산길을 올라가자 경비가 지키는 정문이 나왔다. 호텔은 아닌거 같고 무슨 연구소 같아서 그냥 차를 돌려 나왔다

(나중에 지도를 보니 골프장이었다)

내려오다 오른편에 넓은 주차장을 가진 한 동짜리 아울렛 매장으로 차를 쑥 밀어 넣었다 (아레 지도에 별표)

다른 매장은 모두 불어 꺼져 있고 식당칸만 환하게 불을 켜고 몇몇 사람들이 밤늦게까지 식사와 술을 하고 있다

 

약간 어두운 주차장 한편에 차를 대고 시동을 껐다,

" 오늘은 차 안에서 자자 "

모두 아무말 없이 잘 준비를 했다. 준비래봤자 의자 뒤로 젖히면 다 끝.

나도 창문쪽에 다리를 뻗고 눕자마자 잠이 들어 버렸다, 몸이 불편해 깼을때는 꽤 잔줄 알았는데 30분 정도 흘렀다

가족들은 모두 잠들었는지 조용하다.

어두운 밖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사람들이 우리 차 앞을 지나간다.  그들이 우리들을 발견 못하길 바라며...

   소변은 어디서 보지 ?  

   조금 있으면 별이 하늘에서 쏟아지겠지 ?

   도란도란 얘기하면서 새벽을 맞는 경험도 재밌겠는걸 ?  

뭐 캠핑이라도 온거 같은 착각에 빠져 몸을 뒤척이는데 뒤에서 은재가 " 아빠 편하게 의자 젖혀 ... " 한다,

애들도 잠을 못 이루고 있었구나,

이렇게 꼼지락거리면 가족들도 잠이 깨니 달리는 차 안이 더 나을거 같아 시동을 걸고 천천히 차를 출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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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밤길을 달린다.

잠시후 지금까지 봤던 야경이 아닌 요상한 불빛들이 나타났다. 거대한 공업도시 산 로케 (San Roque)다

아래 사진은 작년에 찍은 여수산단사진. 분위기가 비슷했다 

 

 

도로 가에 HOSTEL 이라고 쓴 조그만 모텔이 보여서 그앞에 차를 대자 은재가 부시시 일어난다. 조용히 있으라고 하고 계단을 올라갔다

터질듯한 배, 풀어헤친 셔츠안으로 가슴털이 북실하고 턱주변이 늘어진 노인과 뚱뚱한 중년여자가 앉아있다.

전형적인 White trash

 

5명 잘 방이 있냐고 물으니 39 € X 2 = 78 € 를 제시해서 OK 하고 차로 와 가족들을 깨웠다

자다말고 뭔일인가 어리둥절한 가족들과 짐을 챙겨 올라왔다.

그런데 욕심이 덕지적지 붙은 노인이 방 3개를 써야 한다고 태클을 걸었다.

그 노인네에게 한국말로 욕을 해주며 여자랑 한참 실갱이를 했다. 여자도 자기가 먼저 제시한 책임이 있으니까

2인실 39 €  3인실 48 €  총 87 €  (130,500원) . 아까보다 9 € 더 내는 걸로 결론을 냈다 

 

여권 달래서 줬더니 내일 아침에 돌려 준대서 도로 뺏고 복사본을 던저주니 아무말 없이 받았다.

좁아터지고 구식인 엘리베이터는 입구와 출구가 달라서 짱이 발이 약간 끼기도 했다,

복도 불도 안들어오고 방문도 잘 안 열리는데 현주가 간단히 열어줬다

 

 

경재는 침대에 쓰러지듯 잠이 들고 나는 화장실갔다가 극심한 변비로 수십분을 혼자 낑낑대고 신음소리를 질렀다.

먹은게 있어야, 섬유질이 있어야... 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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