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8. 2. 08:30ㆍSpain 2013
한밤중에 깨서 발톱깎고, 지도보고, 네비입력하고, 빨래 말리고... 어제 커피도 안 마셨는데 뭔 청승인지
이제서야 여행의 나머지 일정 윤곽이 잡힌다 3:30
누군가 문을 세게 두드려 깨보니 약속시간보다 30분이나 지났다. 새벽에 잠이 폭 들었나보다
경재는 어젯밤 먹고 자서 속이 않 좋다고 한다. 여자들이랑 먼저 식당으로 내려갔다 8:30
기대만큼 음식이 맛있지는 않다. 그나마 커피가 선방했다.
현주는 고급호텔이라고 한껏 멋을 냈는데
은재는 화장 안한 얼굴 찍는다고 독기오른 쐐기벌레처럼 쏘아서 포커싱을 날려버렸다,
9시쯤 역시 경재가 약속을 지켜 식당으로 내려왔다
속이 안 좋다더니 잘 먹는다.
써 붙인걸 못 본건 아니다.
문 한쪽에 ' 열지 말라 '고 써 있는데...잠깐 혼동됐다. 이 문짝만 ' 고정문 ' 이라는걸로 한국에서처럼 생각한 것이다.
바로 앞이 정원이라 사진이나 좀 찍으려고 다른 문을 열고 나갔는데 득달같이 여직원이 달려와
' 이것도 모르냐 ' 는듯 글자를 손가락질 한다
지적질보다 더 기분을 잡치게 한 건 아침공기였다. 나를 경악케 했던 스페인의 아침냄새가 여기서도 똑같이 났다.
도대체 아침마다 풍기는 이 역겨운 악취의 정체는 뭘까 ?
지금까지 스페인을 다니며 거의 보기 힘들었던 흑인을 여기서 세 테이블이나 봤다.
완전 인종전시장이다. 그런데 흑인은 그냥 기린같고 오랑우탄 같았다.
1층 프런트로 올라와 남자직원에게 세비야 지도와 플라멩고 공연 예약을 부탁했다.
현주랑 은재 둘만 보기로했다.
음료 한잔 포함해서 일인당 38 € (57,000 원) 씩이다. 도둑놈들,
방에 다 모여 지도 나눠주고 오늘 일정 설명후 10시 40분에 만나자고 했다,
경재는 10분만 더 시간달라며
" 아침 뷔페때 얼음통에 집개가 꽂혀 있던데 얼음을 꺼내는 용도인지, 집개를 시원하게 놓는 용도인지 모르겠어 "
단순한거 같은데 난해한 질문이었다
현주가 불안하다고 지갑을 가져왔다, 내 돈과 함께 금고에 넣어두고 몇번이나 열었다 닫았다 연습했다.
호텔 옥상에 수영장이 있긴 한데 ...손바닥만하다.
복도로 나오다, 스맛폰을 들고 있는 짱이를 보고 갑자기 불같이 火를 냈다
" 터지지도 않는 폰을 왜 들고 다녀 ? "
윗층에서 스맛폰 하던 은재가 더불어 놀랬다. 아침부터 더워서 그랬을까 갑자기 감정조절이 안된다.
Metropol parasol 을 찍고 네비를 따라 시내로 들어갔다.
역시나 구시가지 골목길로 들어서 이리저리 휘둘리는데 T 자 길에서 좌회전하라는 안내를 따라 좌회전을 했는...
불가능했다. 다시 후진했다. 덩치 큰 우리 차 때문에 행인들도 못 가고 서 있다. 반대로 우회전은 가능할거 같은데 일방통행길이다.
뭐 고민할 계제가 아니다. 비상등을 켜고 우회전하며 일방통행길을 역주행했다.
마주오던 아줌마가 ' 너, 잘못 들어왔다 ' 는 손짓을 한다.
" 압니다. 비상등 켰잖아요. 나부터 좀 삽시다 "
다행히 공원옆에 차를 세울 공간이 있어 시동을 끄고, 네비를 다시 찍었다.
첫 목적지는 포기하고 대성당으로 수정했다.
차 한대 간신히 지나갈 정도의 좁은 길과 계속 울려대는 주차경보기, 급커브, 오토바이 한대는 차 뒤를 바짝 따라온다.
현주는 불안해서 백미러를 접으려고 창문을 열었는데 아침 악취가 또 들어온다
" 그 우라질 냄새나니까 창문 좀 닫아 ! " 소리질렀다.
독안에 갇힌 쥐처럼 돌고 또 돌고... 길눈이 밝은 내가 기억 못할 정도로 골목길이 복잡했다
간신히 넓은 광장으로 나왔다. 가족들을 얼른 내리게 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현주가 먼저 꺼냈다
" 우리가 걸어서 호텔로 갈께 "
- 그래... 나 도저히 이 길 다시 못 들어오겠다.
얼른 여기를 벗어나야겠다는 공황에 빠져서 네비에 숙소를 찍고 지체없이 차를 출발했다
가이드도 없이 광장에 내팽겨진 가족들 표정이 다 얼이 빠졌다.
갈곳을 몰라 일단 그늘로 피신하는 식구들의 모습이 차창너머로 보였다,
넓은 광장으로 나왔으니 이제 큰 길도 있을줄 알았는데 완전 오산이었다. 대성당 주변이 다 미로고 골목길이다.
S 자로 굽은 골목길을 빠져 나갈땐 양 인도턱에 씹히는 타이어의 비명소리가 소름끼쳤다.
백미러로는 오토바이 6대가 길이 좁아 추월도 못하고 맹렬히 밀어부치는 모습이 보였다
가장 최악의 시내길이었다.
맨붕상태로 간신히 큰길을 만났다.
신호를 기다리며 한숨을 돌리는데 틈이 좀 생기자 오토바이가 한대식 차 앞으로 나오며 날 힐끗거렸다
미안한 것보다도 승질이 앞을 가려서
" 뭘봐, XX 노마 ! " 헬맷에 대고 욕이 오토매틱으로 튀어 나왔다.
빨간 선 안이 구시가지.
중세 적이 침입하면 미로에 갇히라고 저리 만든건가...
도보로도 헷갈리는데, 차는 일방통행이 많아 한번 들어가면 맨 정신으로 나오길 바라지 마라.
내가 간 길을 도저히 복기불가
<클릭하면 확대됨>
거리 모습
경찰들은 지들끼리 모여 히히덕거리고
돈 좀 쓸거 같은 젋은 여자들은 이 가게에 다 들어가 있고
반 부랑자나 빈민들도 많이 보였다
거리 청소하는 여자.
모든 전의를 상실하고 호텔앞에 차를 댔다. 이제 좀 진정된다.
혼자 Almodovar 나 갔다올까 네비로 찍어보니 왕복 4시간거리다. 그정도면 갔다와서 가족들하고 만나기 딱 좋은 시간인데 또 산을 탈 생각하니 미련없이 포기되었다. 대신 차로 시 외곽이나 돌아보기로 했다 11: 50
강변도로 갔다가 버스터미날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갈 뻔해서 후진.
구시가지 성밖으로는 길이 좀 넓은 편이었다,
편도 2차선 길인데 신호등앞에 한 차가 비상등을 켜고 서 있고 두 남자가 얘기를 하고 있었다
처음엔 접촉사고가 났다보다 생각하고 옆 차선으로 돌려 나갈려고 했다,
그런데 남자들 표정을 보니 웃으며 아주 대화를 즐기고 있었다,
대로에서 동창회 하냐 ?
카메라를 들어 사진을 찍자 셔츠 입은 남자가 날 봤고 검은 티 입은 남자에게 뭐라하자 그 남자도 고개 돌려 날 봤다
셔츠 남자가 부리나케 차에 올라타 시동을 걸더니 바로 옆 빈 주차구역에 차를 쑤욱 넣는 것이다.
그 뒤를 지나가며 한 마디 해줬다
" 왜 ? 카메라에 양심이 찍히니 챙피하냐 ? ㅂ ㅠ ㅇ ㅅ ㅣ ㄴ ! " 1: 47
다시 호텔로 무사히 돌아왔다,
내 전용 주차공간에 차를 바짝 댔다. 찻길쪽 주차공간엔 여유가 없는데 호텔 옆 넓은 인도에, 문닫은 이 가게앞이 명당이었다,.
골목에서 케리어워먼이 나와서 담배를 아주 맛나게 빨고 들어갔다,
그런 여자를 오늘만 해도 몇명을 봤다.
스페인에서 담배피는 남자보다 담배피는 여자를 더 많이 봤다, 진짜로.
넓은 운하를 보러 왔는데
풀숲엔 온통 개똥천지다.
운하 옆에 카페 같은게 있어 찾아갔더니 어제 먹다 남은 빈잔만 방치되어 있다
밤에만 여는 Bar 인듯
호텔 정문 옆에서 한 남자가 씨에스타를 즐기고 있다.
나도 갑자기 스페니시처럼 씨에스타를 해야 될거 같아 객실로 들어왔다 2:30
Room maid 가 벌써 정돈을 해놓고 간 깨끗한 욕실에서 땀에 절은 몸을 씻고 에어컨을 시원하게 틀고 살짝 잠이 들었는데 누가 노크를 했다,
가족들인줄 알고 반가운 맘에 누드로 문을 열었더니 흑인 룸메이드가
" Room -bar 채워드릴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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