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신의 뜻 San roque

2013. 8. 1. 09:30Spain 2013

 

 

 

 

베개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스페인 냄새때문에 밤새 몇번을 깼다

세상 인종의 모든 냄새도 품어안고 자야 하는 여행자의 숙명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아침 단잠을 깨 나가보니 현주가 뽀얀 얼굴로 서 있다  9:30

"  아침 먹으러 가자 "

- 왠 아침 ?

"  은재가 아침 포함 됐다던데 ? "

- 아냐

" 잘 됐네 "

10시에 내려간다고 하니 내 몰골을 위에서 아래로 스캔하며

"  30분 더 줄께 ! "

 

 

창문을 열어보았다

 

어젯밤 불빛의 정체가 저거였군,

내가 산 로께 (San Roque) 를 물어봤을때 중국집 남자가 아무말 없이 웃은 이유도 저거였군

다른 모든 도시들을 문 닫게 하고 내 눈을 가리며 여기까지 인도한 것도 운명이었군

차 안에서 노숙 잘 하고 있는 사람 들쑤셔 한밤중에 끌고 온 것도 신의 뜻이고...

그 잠깐 사이에 득도를 하고나니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다

 

해외여행자가 아니고 공단근로자용 숙소와 주변 환경이지만

저 멀리 이베리아 반도의 끝이 보이고, 야자나무가 시원하게 흔들리는 아침풍경은 새로운 희망으로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어제의 힘든 여독이 이렇게 감쪽같이 풀려버리다니...

 

코브라같은 아랍글자도 보이고 희잡을 뒤집어쓴 여인들과 배 그림등이

여기가 아프리카 대륙과 가장 가까운 곳이라는걸 알려준다.

 

내 차도 밤새 무사하고

 

내 자식도 여전히 내 옆에 있다,

 

 

여자팀은 벌써 짐을 싣고 있다

 

고물 엘리베이터를 타고 로비로 내려와

 

안쪽 식당을 흘낏 보니 트럭운전수들이 아침을 먹고 있었다,

 

청소하고 있는 여자에게 식당에서 아침 먹는거 얼마냐고 물어봤다

영어나 스페인어가 생기기 이전에 이미 인간이 존재했나니, 그들 사이에 내통하는 동물적인 능력은 있었다. 

기다리라고 하며 식당에 갔다 오더니 볼펜으로 적은 종이를 내민다

'  토스트 1.2 € X 5  커피 1.2 € X 2   쥬스 2 € X 3 '

 

현주에게 여기서 아침을 먹고 갈거냐고 물으니 의외로 그러자고 했다.

난 분위기가 안 좋아 싫다고 할줄 알았는데...

 

식당 옆으로 중정이 있고 분위기가 좋았다

 

폰 간수를 잘 하라고 얘기 했더니 애들이 자기네들에겐 폰이 신체의 일부니까 걱정 말라고 한다

미래에는 목뒤 피부속에 이식하게 될거라고 겁을 줬다,

 

 

은재가 선수에게 국제전화를 받았다고 하자

현주가 경재에게 조언을 한다 " 넌 저렇게 애 태우는 여친 두지 마라 "

 

 

근데 애들이 안으로 들어가서 먹자고 해서 ...

 

30~40 대로 보이는 식당여자들이 모두 무뚝뚝하고 자기 할일만 꾸역꾸역 하고 있다

커피가 좀 쓰길래. 반쯤 마시고 들고 가서 "  Leche, leche " 했더니 우유를 데워서 가득 부어주었다,

 

버터 달라고 했더니 아예 통으로 놓고 갔다

 

장작떼기 같은 빵도

가족이 모여 웃으면서 먹으면 우찌우찌 들어가긴 한다.

 

잘 먹고 있는데 현주가 조심스럽게 얘기를 꺼낸다

"  나 어제 스맛폰 액정 깨먹었어... "

그러냐고 한국가서 하나 구해준다니까 ... 현주가 실토하고 나니 속이 후련하다고 한다. 혼날줄 알았다고.

 

여자들은 화장실 가고 나는 계산하러 프런트로 갔다

카드를 내밀고 기다리는데 써빙아줌마가 " 와눌리, 와눌리 ? " 라고 날 보며 모라 하는 것이다

이기 뭔 소리여 ?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린데....

아 ~ 18 !   완호 이.  내 이름이다.

친해보자고 내 이름까지 불러주는데 화낼수도 없고 ...아줌마 ! 한국 남자는 그렇게 이름 불리는거 엄청 싫어하거들랑요.

총 13.8 € (20,700원) 라고 한다.

아까 적어준 종이로는 14.4 였는데...이름 한번 불리고 0.6 € 디씨면 할만하네

 

어젯밤엔 껌껌해서 잘 못 봤는데...이렇게 생겼구나

 

 

 

 

현대. 쌍용...

 

은재가 짱이 비밀을 폭로 한다고 하고 짱이는 막 못하게 하고...나중에 들으니

어젯밤 짱이가 입안에 물 머금고 엄마 앞에서 장난치다 물을 뿜었는데 그 물에 자기가 미끄러져 뒤로 벌러덩 넘어졌다능

 

 

산 로께는 영국령 지브롤터로 가는 길목이었다,

사람들은 유명한 지브롤터 해협때문에 유럽과 아프리카 사이에 가장 좁고 가까운 곳으로 생각하는데 사실은 타리파 (Tarifa) 가 더 가깝다

 

 

 

지브롤터의 유명한 바위절벽이 왼편으로 멀리 보이지만 우리는 스페인의 최남단으로 방향을 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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