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7. 31. 17:00ㆍSpain 2013
따분하긴 했나보다.
짱이가 끝말잇기를 하자고 했다. 가만히 따져보니 요 몇년 차 안이 고요하긴 했다
끝말이라도 안 이어주면 여기서 여행 결말이 날거 같아서 어쩔수 없이 낱말을 뱉었다.
얼른 끝내려면 내가 짱이를 공격해야 되는데 문제는 현주가 짱이를 감당 못한다는거.
몇 판을 짱이가 지자 두음법칙이 막 튀어나왔다
그런 저급한 놀이는 안 한다고 버티던 은재가 심판이 되었다
" 끝말잇기의 두음법칙에서는 ㄹ↔ㅇ 서로 되고 ㄴ↔ㅇ도 서로 되는데 ㄹ과 ㄴ 은 안 되고... "
하도 우기기가 판치고 어휘력이 부족해 보여 답답했는지 은재가 슬그머니 게임에 끼어 들었다,
몇 판을 해도 길은 끝날줄 모르고 차는 산으로 들로 계속 달린다.
안테께라를 출발한지 1시간 10분만에 세테닐 (Setenil) 에 도착했다.
왕래가 드문 길이라 꼬물꼬물해서 시간이 많이 걸렸다,
<클릭하면 확대됨>
full name 은 Setenil de las Bodegas
<인용사진>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식당을 발견해서 그 앞에 차를 세우는데 아줌마가 그 순간 나와 막 문을 닫았다, 4:50
스페인은 점심시간이 1시부터 시작해 5시까지 이어진다.
어찌 안되냐고 애처롭게 물었는데 저 아래로 내려가면 식사할 수 있다고 알려주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저 아래라는 곳으로 가는데
갑자기 급경사 골목길로 쏠려들었다,
용인자연농원(애버랜드) 워터슬라이드에 빨려 들어갔다
머리위로는 절벽이고 땅은 아래로 푹푹 꺼져서 식당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S자 커브를 돌자 ㄱ 자 골목과 맞닥뜨렸다. 가뜩이나 좁은 골목에 차까지 주차되어 있어 우리차 딱하나 지나갈 틈만 있다
핸들을 한번에 정확히 돌리지 않으면 급경사라 후진도 안되고 그대로 진퇴양난이다.
온 몸이 긴장되고 손과 이마에 땀이 삐질삐질 새어 나온다
골목길이 약간 넓어지긴 했지만 낭떠러지 밑으로 쏠리는건 여전했다.
위를 처다보면 우리가 얼마나 땅속으로 내려가고 있는지 알수 있다,
조금이라도 틈만 나면 차들이 다 대있다
또 다시 골목길이 좁아졌다,
이런 동네 초토화 시키는 건 김여사 한명이면 충분한데 ㅋㅋ
휘돌아치는 거대한 암반 아래로 골목길이 이어졌다,
낭떠러지도 모자라 이제 땅속 동굴로 들어가는 건가 ?
온전한 골목에 운석이 떨어져 박힌거 같은데
가만히 보니 바위밑에 교묘하게 골목을 끼워넣은 것이다. 예술이다 이건 !
바위를 코 앞에 두고 창과 발코니를 만드는 낭만은 어디서 온 것일까 ?
바위아래 가게가 금방이라도 찌그러질거 같다
맞은편 집은 바위가 무너질까 무섭지도 않은가 ?
드디어 워터 슬라이드 끝으로 튀어나왔다,
정신이 하나도 없다.
현주도 애들도 안도의 한숨을 팍팍 내쉬고 있다,
세상에 이런 흥미진진하고 신나는 여행지가 있을까 ?
까딱 실수하면 낙오정도가 아니라 패가망신할수 있는 코스가 여기다.
이 세테닐을 제대로 즐기려면 승합차가 짱이다. 도보로는 힘만 들지 스릴이 없고, 버스는 아예 진입불가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여행에서 어디가 젤 좋았냐고 하면 주저없이 여기를 뽑겠다.
한번 더 갈거냐고 물으면 주저없이 노~우 !
곧바로 세테닐을 떠나며 뒤를 돌아봤다,
들판에 집 몇채 보이는 조그만 동네로밖에 안 보이는데 가까이 다가가면 곧바로 땅이 꺼지고 어드밴쳐가 시작된다는게 신기하다.
그 땅속 바위밑까지 숨어 들어 살아야 하는 역사적인 이유를 생각하고
폭우라도 쏟아지면 휩쓸리고 수몰되었을 그들을 생각하니 그저 즐겁다고 헤헤거릴 유원지만은 아니구나 싶다
길은 론다 (Ronda) 로 이어지는데 식구들은 계속 점심도 못 먹고 있다
※ 한국에서 세테닐을 경험하고 싶다면 ' 포천의 비둘기낭 ' 을 강추한다.
안달루시아에도 눈이 ?
<인용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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