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7. 31. 07:30ㆍSpain 2013
현주가 아침 7시반에 깨워달라는 부탁에 어제 무리했는데도 알람보다 더 일찍 눈이 떠졌다,
화장실 갔다오는 소리에 현주도 깨고, 커피를 만들고, 고소한 우유를 데워 둘이 테라스에 앉았다 7:10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
아이들은 자고, 클래식 음악에, 시원한 바람, 온화한 아침 햇살 ...
낮에 수영할때는 미처 몰랐는데 손바닥만한 수영장이지만 오픈하기전에 손이 상당히 많이 갔다.
한 남자가 배수구 청소도 하고, 여자애들이 걸레가져와 썬베드도 닦고 바닥도 쓸고...
몇끼를 직접 해 먹고 푹 쉬었더니 완전충전이 되었다, 오늘은 그래서 이동거리와 볼거리가 많은 일정이다.
밥 먹고 수영하고 들어와 짐을 다 챙기고
애들에게 체크아웃 하라고 키를 빼서 보냈는데
전원이 다 꺼져버려 토스터기가 굽던 식빵을 내 뱉는건 그렇다 쳐도
드럼세탁기가 비눗물과 빨래를 잔뜩 머금은 채 멈춰버려 문이 안 열린다.
은재가 툴툴거리며 다시 가서 키를 받아와 마저 돌리고 있다,
아까 수영장에 수경을 놓고 온게 기억나서 짱이에게 가져오라고 시켰다.
오늘도 이렇게 넋놓고 다니다 물건 잃어버리는건 아닌지 정신을 잘 차려야겠다.
세탁기가 너무 오래 걸려 온 가족이 그것만 기다리자니 짜증이 났다.
가정부를 불러와 보여주니 2분후면 세탁이 다 끝난다고 한다.
네르하 시내에 ' 유럽의 발코니 (Balcon de Europa) ' 를 찾아간다
사람들이 몰려가는 데로 따라가자 다행스럽게 지하에 주차장이 있었다
왼편엔 ' PARKING 뭐니씨팔 ' 오른편에 ' BALCON DE EUROPA ' 라고 쓰여있었다
주차장 바닥에 방지턱이 없이 후진하다 뒷차를 박을 뻔했다.
지상으로 나오는 길도 문을 잠가놔서 주차장에서 매연 먹어가며 이리저리 돌아서 어렵게 출구를 찾았다
' 뭐 이리 복잡해 ? '
날은 덥고 바닷가는 아직 안 보이는데, 아빠 손잡고 가던 백인꼬마애가 옆에서 나를 자꾸 쳐다본다
" 뭘봐 ! 이 XX 야 "
자연스럽게 욕이 나올 정도로 짜증이 났다
언덕의 높이와 광장의 넓이가 아주 절묘하게 맞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높이가 더 낮았으면 유럽이 아니라 ' 스페인의 발코니 '나 ' 네르하의 축대 ' 정도로 불리었을 것이고
언덕 위가 이 정도로 넓지 않았다면 그냥 투신자살자들의 성지정도 되지 않았을가 싶다
나는 사람들이 모여들 만한 적당한 높이와 넓이를 가진 인품인가 돌아보니...
' 시베리아 ' 가 갑자기 떠올랐다.
이 사람이 무심코 여기를 " 유럽의 발코니 ' 라 불러서 우리도 찾아왔다,
또 나폴레옹이 ' 유럽의 응접실 ' 이라고 불렀다는 말을 듣고 베니스 산 마르코 광장도 갔다 왔다
며칠후에는 ' 스페인의 더러운 콧구멍 ' 빌바오도 가야 한다.
유럽의 뒷간, 유럽의 때긴 배꼽, 유럽의... 유럽의....
언제까지 이 농간에 놀아나 금쪽 같은 돈을 갖다 바칠지 모르겠다.
' 스물 세 햇 동안 나를 키운건 팔할이 바람이다 ' - 未堂 서정주
' 스페인 여행동안 내 얼굴을 태운건 팔할이 네르하다 ' - LoBo 이완호
여기가 세계적인 관광지이긴 한가보다
Jack Nicholson 도 왔어 !
여자들은 정작 상점 아이쇼핑이 메인 코스였다,
경재나 나나 남자라고 밖에서 무한정 기다려주기
주차요금 줄이려고 허겁지겁 달려왔는데 사람들이 무인정산기 앞에 한 줄이다,
어떻게 하는지 유심히 컨닝해서 나도 재시없이 통과.
1.2 € (1,800원)
밤새 냉장고에 생수를 얼려 왔더니 아주 요긴하다
벌컥벌컥 마시자 온 몸이 소름이 끼칠 정도로 차갑다
네르하에서 푹 쉬고 추억도 만들고... 잊지 않을께 Gracias, Nerj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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