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7. 30. 15:00ㆍSpain 2013
오후 3시가 넘어 구아딕스 (Guadix) 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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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시는 그라나다 남동쪽, 씨에라네바다 북쪽 산기슭에 위치해 있는데, 땅속 마을이 있다고 해서 찾아왔다,
아직까지는 여느 도시나 비슷하다
꺼벙한 얼굴을 한 교회를 지나 언덕을 오르자
좁은 골목길 옆에 낡은 집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대문과 집 앞면만 있지 정작 집은 없다. 굴뚝만 언덕위에 하나씩 꽂혀 있어 슬슬 흥미가 생겼다
사람이 사는 깨끗한 집과 빈집이 반반 정도 차지하는거 같았다,
집뒤 언덕은 부스러질 것만 같은 바위와 잡초만 있는 황량한 느낌이다
빈집이라도 쓰레기가 쌓였다거나
동네 불량배의 아지트로 용도변경 된건 아닌것으로 봐서 관리를 하는 듯하다
좁은 골목길을 이리저리 구경하다 동네 뒤 야트막한 동산을 넘어 사라지는 외진 길을 만났다,
엑셀에서 얼른 발을 떼서 브레이크를 깊이 밟고 잠깐 고민에 빠졌다,
저 길을 넘어 가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지금까지 올라온 길을 후진할 맘은 전혀 없다. Never !
아무리 브레이크를 밟아도 차가 미끄러져 저 아래에 쑤셔박힐게 뻔하다
초음속의 속도로 발을 엑셀로 옮겨 기름을 잔뜩 엔진으로 뿌려주자 육중한 차가 가파른 길을 올라간다
고개가 가까울수록 길은 점점 좁아져, 이러다 산속으로 길이 없어지는거 아닌가 불안해질때쯤
갑자기 눈앞에 허공만 보이고 차가 낙타 등위에 얹혀진 꼴이 되버렸다,
이 순간 나 혼자 뿐이란 것이 그렇게 후회되었다, 한 사람이라도 데려왔으면 앞에 뭐가 있는지 좀 봐줄텐데...지금까지 간신히 잘 왔는데 여기서 여행이 끝나는구나. 겁없이 차를 끌고 이 좁은 곳을 다닌 것에 깊은 후회와 반성이 저절로 들었다. 차라리 떡에 걸신들린 호랑이 고갯길과 바꾸고 싶었다. 이 앞에 뭐가 있을 것인가 ! 눈을 감고 오른발에 힘을 줬다
차는 시소 넘어가듯 저편으로 풀떡 떨어졌고 다행히 고개 넘어에는 또 다른 동네가 보였다,
차 양 옆이 좁은 길가 시멘트 턱에 거칠게 쓸리는 소리에 경악하며 앞만 보고 내려왔다,
이 길이 그 고갯길이다
어느 집 대문앞에 차를 세우고 얼른 내려서 타이어와 차 옆을 살펴보았다
밑바닥 철판이 약간 울었는데 겉으로는 잘 안보이고, 타이어도 허옇게 쓸린 자국만 있었다,
휴우 ~ 호랑이는 갔나 ?
이쪽편 동네는 더 연식이 된 듯하다.
교회와 넓은 광장이 있는 곳으로 나왔다
길가에 차를 세우고 언덕위에 전망대를 올라갔다,
전망대 중간쯤 올라갔을때 한 남자가 말을 걸어왔다
' 집 꽁짜로 구경하라고 '
나는 저 남자의 이름을 안다. 그리고 꽁짜가 아니라는 것도.
그의 이름은 호세 (Jose) 고 이 집은 '호세네 집 (cueva de Jose)' 이며 구경하고 나오는 관광객에게 엽서를 반강제로 판다는 것도.
그런데 내 뒤에 프랑스가족이 낚여서 들어가고 있다.
나도 그 가족의 한국인입양아인 것처럼 바짝 붙어 따라 들어갔다,
미쳤다, 아무리 그래도 화장실까지 개방하는건 좀 심하지 않은가, 호세~ ?
그 집에서 가장 감명깊게 본 것은 LG 평면 TV와 DAEWOO 냉장고.
엽서 팔아 돈을 많이 번 모양이었다
역시 문입구에 서 있다가, 구경하고 나가는 프랑스 가족을 막고 엽서를 보여주는 호세.
요 타이밍에 얼른 탈출해야 한다.
가족들 등의 틈을 비집고 나오며 " 빠르동~ 빠르동~(pardon) " 한국인 친모를 만나러 가는 것처럼 그 곳을 떠났다.
철재 난간을 잡고 계단을 올라가다 손바닥 다 익어버리는줄 알았다,
날이 너무 뜨겁다
전망대를 내려와 차 안에 들어가자마자 에어컨을 신경질적으로 이빠이 돌려 버렸다
가족이 없으니까 누가 물 하나 챙겨주는 사람도 없고. 아침에 숙소 나와 지금까지 아무것도 못 먹고 있다,
척척 타는 입이 " 여행속의 여행 좋아하네 ! " 라고 말했다.,
구아딕스 시내에서 파란선으로 가둔 부분이 땅속 마을이다.
이탈리아의 사씨나 터키 카파도키아도 이런 스타일의 집단촌이 있지만 밀집된 범위로는 가장 방대한 넓이였다
* 이탈리아 사씨 포스팅이 궁금하신 분은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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