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7. 26. 15:00ㆍSpain 2013
오늘 가고 싶은 곳은 여섯군데나 되는데 빼냐피엘 하나 보고나니 두시가 훌쩍 넘어버렸다
아무리 밤 10시나 되야 (껌껌)해 진다지만 추석연휴 택배기사도 아니구, 그냥 이 상황을 즐겨야겠다.
짜여진 일정에서의 일탈 또한 여행속의 여행 아니겠는가 ?
자, 무슨 재밌는 일이 생길래나...
빼냐피엘 성을 내려와 동네 남쪽 한적한 길로 접어들었다.
청명한 가을하늘과
산들바람이 부드럽게 나무를 쓰다듬고 지나가는
한적한 도로...
그리고 우리 둘뿐.
동네 짧은 다리에도 사람이나 가축이 피하라고 안전지대를 만들어 놓았다
그 동네에서, 2차선 큰길 놔두고 네비가 갑자기 이 길을 고집했다
이러다 마주오는 차라도 만나면 어쩌냐 걱정하다, 본격적인 逸脫에 대한 호기심에 넘어가줬다
큰길에서 한참 빗겨난 어느 조그만 마을
예배당 종루위에는 황새가 집을 짓고 유유자적하게 살고 있었다,
그 황새는 종소리를 아주 좋아해서 종이 울릴때마다 언덕넘어 어디론가 날아가 아기를 물어왔다...
는 뻥같은 전설을 뒤로 하고 내 차는 검은 숲을 따라 계속 달린다..
조마조마하지만 정겨웠던 시골길이 어느덧 끝나고 다시 대로를 만났다,
파란 길은 2차선 대로. 빨간 길은 동네 외길
<클릭하면 확대됨>
그러다 제법 큰 마을인 Cantalejo 에 들어왔다. 왼편 건물 1층에 식당이 보였다.
한끼 굶길까봐 현주의 말이 빨라졌다,
<인용사진>
들어가보니 남자들만 가득하고 bar 분위기여서 현주가 불편해 할거 같아 걱정이 됐다.
여종업원에게 밥먹는 시늉을 했더니 옆에 화장실 같은 문을 가르친다.
아무리 몸치라지만 입으로 퍼 넣는 제스쳐를 화장실 가고 싶다고 이해하는건 뭐야 ?
이번엔 쩝쩝 소리까지 내가며 더 맹렬히 수저질을 했는데도 더 웃으며 화장실 문을 가르친다.
' 그랴 X 이라도 퍼질러 놓고 가주마 ' 문을 열고 들어갔다
restaurant 이었다.
bar 랑은 완전 다른 분위기. 깨끗한 식탁보가 깔린 낮은 테이블에 제법 많은 손님들이 앉아 식사중이거나 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도 창가 자리에 앉았다, 여종업원이 하얀 식탁보를 깔아주며 스페인어를 조금이라도 할 줄 아냐고 물었다.
모른다고 하자 누구를 데리러 돌아가고, 나는 현주에게 얼른 차에 가서 가이드북을 가져오라고 시켰다
주인인듯한 중년여자가 왔다 ' menu del dia (오늘의 메뉴) ' 만 몇번 반복했더니 알았다는듯 젊은 총각을 불러
" @#$% .. 파스타 ...$%&* " 한참 설명을 하자 남자애가 곤란한 웃음을 지었다,
남자직원과 가이드북을 펼처놓고 음식에 대한 대화를 시도했다.
먼저 드링크로 물을 주문했고
프리메르 플라토 (primer plato) : 콩그림을 가르치길래 두개.
쎄꾼도 플라토 (segundo plato) : 직원이 moo~moo (음메~) 소리를 내며 비프, 크다 뭐 그런 얘기를 하길래 두개
디저트는 나중에...
조용히 듣고 있던 현주가 갑자기 하몽이 들어간 요리를 시켜서 간신히 합의에 이른 두 남자를 맨붕시켰다.
오늘은 그냥 통일하자 현주야 ~
물이 댓병으로 후하게 나오고 (1.2 €)
잠시후 나온 콩스프가 우리 입맛에 딱 맞았다. 짜지도 않고 고소하다. 현주도 대만족.
빵을 4덩어리나 갖다줘서 싹싹 찍어 먹었다
『 이 지역 요리의 기초재료중 하나가 콩이다. 사모라에서 생산되는 어린 완두통, 살라망가에서 생산되는 렌즈콩, 세고비아에서 생산되는 납작한 콩, 거기에 부르고스에서 나오는 감자를 이용한 요리가 유명하다 』 스페인관광청
본식사인 비프스테이크가 감자튀김과 나왔다, 최고 !
현주는 콩스프에 배가 불러 고기 반을 나 잘라줬다, 더 최고 !
옆 테이블은 메뉴가 신기했다. 달궈진 돌판위에 소 기름을 문질러 바르고 얇은 고기를 직접 구워먹었다.
다음엔 저걸 먹어보고 싶다고 현주가 부러워 계속 힐끔거린다.
『 ... 까스띠야 레온의 전통요리는 모든 사람들을 충족시켜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곳에서는 ' 굽지 않은 고기는 고기가 아니다 ' 라는 말이 더 이상 상투적인 문구가 아니다. 때문에 이곳에서는 벽돌오븐의 오래된 조리기술이 전수됨으로서 toston 으로 알려진 담홍색의 애저요리나 부드러운 새끼 양고기요리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 스페인관광청
후식은 간단해서 알아들을수 있었다. 난 아이스크림 현주는 커피.
지난번 이탈리아의 아티나 이후 가장 맛있는 점심식사였다. Atina 이야기기 궁금하신 분은 여기를 클릭
우리를 써빙했던 남자에게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하니 테이블 세팅하다 말고 자세를 잡아준다.
찍은 사진을 보여주자, 자기 얼굴에 스마일 표시를 하며 내 사진기를 가르치길래
" 당신을 만나 나도 행복했습니다 " 뭐 그런 말 아니겠냐고 내 맘대로 해석했다.
현주는 혼자 '어서오소' 를 갔다오더니 술주정뱅이 할아버지가 붙들고 얘기를 해서 무서웠다능.
* 어서오소 (Aseos) : 스페인말로 화장실
계산할때 주인여자가 스페인어로 '어더어디 가냐. 스페인이 너무 넓다 ' 는 등 친절하게 얘기를 해줬다
오늘의 메뉴 12.82 € X 2 + 물값 1.2 € = 26.84 € (40,260원)
나올때 그 할아버지가 밖에 앉아 있는게 보여서 빙 돌아 피해서 얼른 차에 올라탔다
역시 음식은 오래된 마을식당이 최고라며, 그제서야 같이 못 먹은 애들이 눈에 밟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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