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아이들만의 Madrid

2013. 7. 26. 08:30Spain 2013

 

 

 

 

 

 

은재가 와서 깨웠다. 밤새 잠을 설쳐 아침에 곯아 떨어졌나보다.

어제 석양도 나를 괴롭히더니 오늘 아침 여명도 열린 창문으로 들어와 내 얼굴에 지대로 꽂혔다  8:30

 

어젠 껌껌해서 못 봤는데 아침에 창밖으로 보이는 호텔 주변이 얼마나 열악한지...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경재는 벌써 일어나 스맛폰질.

얼굴에 피곤한 기색을 안 보이려고 돼지털을 밀고 배낭속에 꼬불쳐둔 깨끗한 옷을 꺼내입고

여자방 별일 없나 둘러보고 식당으로 내려갔다 

 

1층 로비 옆 식당에는 여직원 한명만 바쁘게 들락거리고 아무도 없다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 묻지도 않은 방 번호를 직원에게 말해줬다  9:10

 

모던한 인테리어와 센스있는 소품들

 

세미 뷔페지만 먹을건 별로 없어 한번에 다 담아왔다

요리라고 할것도 없는 공장제품 몇개를, 부페라고 멋들어지게 깔아놓은 솜씨가 예사롭지 않았다

이렇게 먹고 사니 직장암이 1순위지. 나도 이 나라와 화장실 언제 간지 기억도 안난다.

커피가 너무 쓴데 따뜻한 우유에 조금씩 부어 먹으니 맛있다. 한국가면 왜 이런 아침상이 가끔 그리워 지는지 모르겠다

 

가족들도 금방 내려왔다

짱이가 오늘 아침에 뚱~해 있어 혼나더니 금방 잘 풀어졌다

 

 

 

 

은재랑 틱 장난을 치며 아침 밥상에 웃음이 터졌다,

분위기메이커 은재. 듬직한 경재, 효녀 짱이...애들이 각자 다름을 오늘은 감사했다.

   은재같은 애만 셋이거나 경재같은 애만 셋이거나 짱이같은 애만 셋이거나 하면... My God

   현주같은 와이프만 셋은,.. Thanks God

   와이프만 셋은 ,... Oh Jesus !

 

쌍둥이 사내애 가족이 맞은편 테이블에 앉았는데

현주랑 경재가, 하도 귀여운데 도도하다고 해서

남들 잘 안 처다보는 내가 처다보니 진짜 도도해서

윙크를 계속했더니 안 보는척 자꾸 힐끗거리다 끝내 웃음이 터졌다.

젊은 엄마 아빠가 그애한테 우리쪽 보지 말라고 엄하게 경고를 하는거 같았다,

그 부부도 얼마나 우리쪽 보고 싶을까 ?  보면 윙크 실컷 해줄텐데 ㅋㅋ

 

 

여직원에게 주소 적힌 명함 몇장 얻고, 엘리베이터 열아달라고 해서 방으로 들어왔다

TV에서는 산티아고 열차사고 뉴스가 계속 나온다.  규정속도의 2배 이상인 190km 로 커브를 틀다가 80명 죽고 100명 이상 부상이라는데

그 기관사는 경고도 무시하고 자살하려고 그랬나 ? 죽으려면 혼자 죽지  10:00

 

오늘은 경재가 빨래할 차례인데 갑자기 X 마렵다고 들어가버려 내가 빨래를 주물럭거렸다.

바로 앞 거울엔 콧속에 흰털이 삐쭉삐쭉 나오고 턱주변엔 허연 각질이 일어나고 썬크림을 안 발라 지저분하게 타버린 한 남자가 있었다. 여행을 다니면 눈에 담을게 너무 많아 내 외모 따위는 들어오지도 않는다

 

경재가 틀어놓은 스맛폰에서는 " 대충입고 나와 ! 시간이 너무 아까워... " 라는 가사의 노래가 계속 나온다

여자방에서도 얼른 가자고 들락거리는데 경재는 세월아,네월아 하고 있다

 

 

오늘은 애들과 어른들 따로 다니는 걸로 일정을 정했다

저녁 7시쯤 만나 밥먹고 9시쯤에 호텔 들어와 씻고 자면 되겠네

먼저 내려와 프런트에서 마드리드 지도 세장을 더 얻었다,

 

차 안에서 지도마다 프라도미술관앞에 ☆표시를 하고 동그라미치고 7시까지 라고 적어 나눠줬다

20 € 씩은 있다고 하길래 은재에게 60 € 를 더 주고 경재에게 카드 주고

호텔 명함 갖고 다니라고 하고

만약 밤 9시까지도 엄마 아빠 안오면 호텔로 택시타고 들어 오라고 하고

소매치기나 집시 조심하고

짱이는 휴대폰 여기 놓고 가고

동생 잘 챙기고

손 잡고 다니고...신신당부를 하다보니

 

벌써 프라도앞에 도착했다. 잔소리가 많긴 했구먼.

 

 

애들 셋을 떼어 놓으려니 발길이 서로 안 떨어지는데

막상 고개 돌려 각자 출발하고 나니 현주도 나도 홀가분해졌다,

 

 

 

이후 마드리드의 시간은 애들이 채워주길 !

 

 

 

 

 

 

 

 

 

 

 

 

 

 

 

 

 

 

 

 

 

 

 

 

 

 

 

 

 

 

 

 

 

 

 

 

 

 

 

 

 

 

 

 

 

 

 

 

 

 

 

 

 

 

 

 

 

 

 

 

 

 

 

 

 

 

 

 

 

 

 

 

 

 

 

 

 

 

 

 

 

 

 

 

 

 

 

 

 

 

 

 

 

 

 

 

 

 

 

 

 

 

 

 

 

 

 

 

 

 

 

 

 

 

 

 

 

 

 

 

 

 

 

 

 

 

 

 

 

 

 

 

 

 

 

 

 

 

 

 

 

엄마 아빠 만나러 가자 G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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