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7. 26. 13:00ㆍSpain 2013
뒤도 안 돌아보고 마드리드를 빠져나와, 고속도로 타고 북으로 북으로 달렸다
중소공장과 물류창고, 매끈한 현대식 건물들이 계속 이여졌다.
수도 마드리드를 보필하고 기생하는 위성도시들이 남아도는 땅에 널널하게 깔려있다.
내가 하도 부러워하니까, 옆에서 현주가
" 형은 이런 땅보면 다~ 뺏고싶지 ? 형같은 사람때문에 전쟁이 일어나는거야 "
- 엉. 그래서 여기 여자들 다 데려다 노예로 삼고, 종자계량하고 싶어 !
* 스페인은 필리핀을 327년간 점령하며 필리피노를 완전 형질변경 시켜버렸다
높은 산맥을 도저히 못 넘고
터널을 통과하자
끝없는 지평선이 시야에 넘실댄다.
큰 산으로 호위되는 지역이 마드리드행정구역이고 지금 달리는 평야는 까스띠야 레온 (Castilla y Leon) 지방이다.
잘 만들어놓은 도로에 차들이 없는건 이 비싼 톨비(8.15 € - 12,225원)도 원인이겠지 ?
몇 시간째 들판만 달리고 있는데 뜸금없이 세고비아 (Segovia) 라는 표지판에 놀라 왼편을 바라보았다,
성냥갑만한 아파트 몇채.
벽돌공장같은 칙칙한 건물과 굴뚝이 보이고 그 뒤로 또 무심한 평야와 마드리드 산들이 보였다
뭔가 착오가 있겠지. 내가 아는 세고비아가 저런 면소재지일리는 없어
이름이 같은 농촌마을이 또 있나보네...하며 무심히 스쳐갔다,
* 근데 돌아오는 길에 보니 저게 세고비아 맞습니다. 맞고요... ^^;
한 여름 땡볕에 생명이라곤 다 말라버린 누런 평야도 어느덧 끝나고
(숲은 산이어야 한다는 관념을 못 벗어난 내눈엔 싱거운) 숲과 (스프링쿨러로 간신히 연명하는) 밭이 나타났다,
볼때마다 고2 담임이(지구과학) 떠 올라 곤욕스런, 퇴적층을 또 한참 지났는데
하도 이정표가 안 보여 현주가 ' 길이 맞는거냐 ' 고 의심할 쯤에 드디어
빼냐피엘 (Penafiel) 직진하삼 ~
조금있으면 이 장관을 볼수있다 이거지 ?
<인용사진>
네비엔 몇 km 안 남았다는데, 이 허허벌판에 그런 험준한 산성이 어떻게 있다는거야 ?
촛점을 벌판끝에 두고 훑다가 오른편에 이상한 것이 포착됐다.
공사판 흙더미위에 레고 같은 요상한 것이 얹혀져 있었다,
동네 입구엔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맑은 냇물이 흐르고 수영과 피크닉을 즐기는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평화로웠다
인적없는 빼냐피엘 마을을 조용히 지나
성 바로 아래에서 잠시 차를 세우고 맘가짐을 경건하게 가다듬었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거대한 성이 더 위압적으로 느껴졌다.
돌산을 깎아 만든 꼬불꼬불한 길을 쉼없이 올라가자
드디어 정상에 도착. 손바닥만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난간으로 달려갔다.
수백년동안 이 성주와 마을 사람들을 먹여살렸을 문전옥답이 반경 수킬로 펼쳐져 있다,
성은 두터운 이중성벽으로 보호되어 있었다
두개의 성벽과 성문을 통과하니 성 안 내부공간으로 곧바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런데... 확 깼다 !
돌산위에 반듯하게 지은 기술과, 요새같은 성벽이라면, 그 내부를 어떻게 기대하겠는가 ?
색 바래고 해진 테피스트리가 벽에 걸려있고,
외적과 반역 농노들을 무찌르기 위한 무기와
화려한 공주님의 방과
성위에 서서 들판을 내려다보는 갑옷입은 영주를 상상했는데
와인을 파는 진열장과 브로슈어가 잔뜩 꽂힌 관광안내소와 뽀얀 대리석 바닥이 나타난 것이다 ...이런걸 기대한건 아닌데
한구석에 코르크로 성 모형을 만들어놨다. 그 폭이 너무 홀쭉해 처음엔 한쪽 면만 재현해 놓은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진짜 성의 전부였다,
이 좁은 곳에서 도대체 몇명이나 살았을까 ? 성을 지킬 군대는 유지됐을까 ? 물과 식량은 어떻게 보관했을까 ?
위에서 내려다보니 산위에 배가 올라간거 같다.
<구글 위성사진>
산을 내려오며 성의 측면을 자세히 볼수 있었다,
높은 돌산위까지 돌들을 올려와
울퉁불퉁하고 손바닥만한 정상에 넓은 기단을 만들고,
교묘하게 높게 쌓아 멀리서 보면 거대한 성으로 착각할수 밖에 없는
그 건축기술이 놀라왔다, 또 그 아름다움은 어떻고 !
지금 시대에도 저 곳에 저 정도의 성을 만들려면 보통 비용과 시간이 걸리는게 아닐텐데 그 시대의 권력은 어느 정도였을까 궁금해졌다.
그러다가 발치아래 농경지와 마을을 보는 순간 착취 당했을 농노들의 고된 삶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저 성을 올려다보며 얼마나 울분에 차서 뒤집고 싶었을까 ?
3시간의 운전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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