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1. 10. 22:00ㆍ자동차
토요일밤의 거대도시는 너무 밝고 복잡하고 시끄러웠다
' 숙녀를 혼자 뒷자리에 태우는건 매너가 아니라' 고 L은 V에게 조수석 자리를 권했지만
그녀는 괜찮다며 먼저 뒷자리에 앉았다
두 남자와 한 여자는 차 한 대에 같이 타고 빠르게 도시를 빠져나왔다,
여자는 멀미를 하고, L은 사고가 날까 두려웠고 C는 상관없이 엑셀을 밟아댔다
" 제가 낼께요 "
가는 중간 휴게소에서,
여자는 두 남자에게 커피를 사주고 자기도 밤새 이어질 음주가무를 위해 카페인을 홀짝였다
동해안이 가까워오자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젖은 노면에서 차의 속도를 줄여야 했다
대관령에서 내려다보이는 강릉은 검은 밤하늘에 은하수처럼 반짝거렸다,
고속도로는 강릉 앞바다에서 사라졌고, 급하게 커브를 돌아 65번 북쪽 도로를 달렸다
해안도로는 한적했고 시야는 멀리까지 탁 트였다.
열린 창문 틈으로 시원한 바닷바람이 그녀의 얼굴로 스쳐갔다
오른편으로 고개를 돌리자,
검은 바다에서 하얗고 거대한 파도가 끊임없이 해안가로 밀려오고 있었다
거친 바닷가를 지나면서도 포근한 차안에 있다는 안도감과
이제야 멀리 왔다는 해방감, 오늘 밤의 기대로 V의 기분이 점점 좋아졌다
11시쯤 되자 먼저 도착한 사람들이 지루함을 못 견디고 번갈아 전화를 해댔다
새 맴버가 교체투입 되어야 할 시간이군.
V,L 그리고 C 는 선발대가 기다리다 잠들기전에,
술병이 바닥나기 전에 도착하려고 맘이 급해졌다
S타운은
이미 가버린 10월-단풍인파-과 아직 안 온 12월-스키시즌- 사이
벌써 쓸쓸한 잠에 빠져있었다
리조트 3층으로 나오자 긴 복도끝에서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려왔다
일일이 객실 번호를 흘깃거릴 필요없이 소리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열린 문에서 낯익은 목소리들이 쏟아져 나왔다,
... 어이쿠, 제발 조용히 좀 해줄래, 제발 ?
" 어 민씨 형님 아니세요
초록바다님이시구나 ! "
그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사이의 깊은 갭은 좁히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J 는 팔씨름에서 연속으로 5명을 이겼다.
사람들은 뻔한 경기에 더 이상 돈을 걸지 않았고, 게임은 그 이후 열리지 않았다,
사람들이 원한 건 가벼운 도박이었지 누구 이두박근이 굵은지 알고 싶은게 아니였다
그날 밤새 J가 하는 모든 말은 까임을 당했고 J는 그 이유를 깨닫지도 못한채 잠이 들었다
“ 너, 너 지금 내가 술이 떡 된걸로 보이냐 ? ’ 사람들은 허풍을 떨었고
취중진담이 쏟아져 나왔다
얼굴이 아플 정도로 웃고 떠드느라 새벽 4시가 되어서야 술자리가 끝났다
남자는 그 여자의 검고 긴 머릿결에 넋을 빼앗겼다
둘은 조용히 어두운 베란다로 나왔다.
남자는 여자에게 말없이 담배불을 붙여줬다.
◈ ◈ ◈
11월 여느 일요일 아침을 조금이라도 더 자려고 그들은 방바닥에 몸을 뒤척였다
여자들은 노크도 없이 남자방 문을 벌컥 열어, 속옷만 입은 남자들을 대경실색하게 만들었다
그들은 지금부터 더 이상 여성이 아니라 여자다
멀리 보이는 설악산부터 호텔뒤 소나무 숲까지 가을비가 촘촘히 내리고 있다
차가운 가을비 때문에 바다낚시는 취소되었다
비가 잠시 멈춘 아침의 S시는 깨끗하고 차분했다.
아침밥상머리에서,
남자들은 간밤의 숙취로 온 몸이 나른한데
여자들은 남겨온 치킨을 안주삼아 해장술 뚜껑을 까기 시작했다
돌아오는길,
미시령고개와 설악산계곡은 단풍이 아직도 화려했다
평소 불면에 시달렸던 V는 뒷자리에 파묻혀 오래간만에 나른한 잠에 빠져 들었다
구름사이로 삐져나온 찬란한 햇살이 L의 어깨위로 눈부시게 쏟아지고 있었다
* Fiction 이며 영문과 내용이 일부 다를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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