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나무 숲 3-2

2011. 10. 16. 07:30국내여행

 

 

 

오전은 내내 자주는게 일요일에 대한 예우인데

밤새 뜨거운 방바닥에 푸~욱 익어버려서 더 누워있다간 형체까지 흐물흐물해질거 같다

 

자는 식구들 깨지 않게 조용조용 Camera와 Stick을 챙겨 나왔다,

 

약간 차가운 새벽 바람이

자작나무 잎파리 사이를 팔랑거리며 지나갔다.

 

 

 

 

 

 

 

이 신 새벽에,  난데없이 Classic 이 울려 퍼진다

숲 여기저기에 스피커를 설치해 놓아 주변 산과 계곡까지 선율이 스테레오로 퍼져 나간다

내 땅 내 맘대로 하겠단 그 호기가 부럽고 주현미의 뽕짝이 아닌게 고맙다

여기선 쥔장아저씨가 왕이다

 

 

여기 王 「미술관 자작나무 숲」의 관장이 원종호씨다

지난 8월 " 인생후반전 ' 이란 TV 프로에 소개된 그의 이야기.

 

   ...오래전 백두산에 갔다가

   햇빛에 반짝여 강렬한 백색의 빛을 뿜어내는 한편

   어딘가 쓸쓸하면서도 애잔해 보이는 자작나무 숲에 매료됐다

   끝없이 이어진 자작나무 숲을 보고 한눈에 반해 사진을 찍어대다가

   급기야는 1990년대 초쯤에 선산에 1년생 묘목 12,000 주를 심기 사작했을때

   이렇게 아름다운 숲을 이룰 거라고는 주변의 누구도 짐작치 못했다 ...

 

나무들도 Classic 에 맞춰 부드럽게 몸을 풀며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어젯밤 폭우가 다 지나간줄 알았는데

언덕을 내려오다 이슬비를 만났다

 

 

 

 

 

홀로 자작나무 숲을 산책하고 있자니

저절로 사색적이 되고 철학적이 되는거 같다. 흠흠 !

 

 

 

사진 전시관.

 

       인생을 내 의도대로 살기위해

       인생의 본질을 마주하기 위해

       그리하여 죽음을 맞이했을때

       내 삶을 후회하지 않기 위해

       나는 나무를 심고 이 숲에 살고 있다 -

 

 

동굴같이 어둡고 깊은 미술관

직접 불을 켜고 안으로 들어갔다 

디딜때마다 뻐걱거리는 마룻바닥이 금방 푹 꺼질거 같다.

관장님의 숨겨놓은 연인 사진만 난해하게 걸려 있다.

휘 둘러보고 나오며 물을 껐다.

귀신놀이하면 딱인 공간.

 

 

 

 

산을 내려오다 산을 올라오는 관장님을 오솔길에서 만났다

새벽 일찍 숲을 한바퀴 돌아보는게 일상인듯 보였다.

 

그의 목에 걸린 카메라에 눈이 갔다

   빨간 딱지가 나 라이카(Leica)요 !  

   내껀 똑딱이 개년(Canon)이요 !

자기 손에 익은게 명기다 란 이야기를 나누며 헤어졌다,

 

부처님 이마에 빈디(Bindi)나 라이카나 빨간 점 하나 찍었을 뿐인데 ...쩝 !

 

 

 

 

 

 

 

 

 

 

 

 

정원은 소박했고 건강했다,

 

 

 

 

정원 안뜰에 미술관이 있다.

신예작가들의 개인전이 종종 열린다.

 

 

 

한참 눈싸움을 하다가 기권했다.

여치는 깜빡거릴 눈꺼풀이 없다는 걸 몰랐다.

 

 

 

 

 

 

 

 

혼자 산을 돌아 보고 내려왔다가,  야반도주한 남편 쫒아나온 현주를 만났다.

같이 차나 한잔 하자고 커피숍을 들어갔다.

너무 일찍 왔나...쥔장 아들이 부모님을 도와주러 나와 있다

 

아들 왈

  - 바리스타인 엄마가 만드셔야 하는데 ... 있다가 다시 오셔서 한잔 더 드세요.

 

세월에 색깔이 다 날라가 버린 책들

자세히 보니 주로 사진에 관련된 것들인데 주인장의 반평생 인생이 여기에 다 꽂혀있었다.

그의 인생옆에서 차 마시는 기분이 색다르다

 

 

아침 커피숍에 단체손님들이 들이닥쳤다.

문 열고 들어오는 사람마다 날 보며 인사를 하는데, 뭔가 오해가 있는거 같아 얼른 자리를 피해 주었다,

묵직한 카메라 한대씩 목에 건 걸 보니 동호회에서 출사를 나온거 같다.

 

신난 관장님은 앞장서 산을 오르고

그 뒤로 쭐래쭐래 줄맞춰 동호회원들이 따라간다.

긴 뱀꼬리가 아침 안개속으로 스르륵 사라졌다.

 

 

 

 

 

 

 

팬션으로 돌아와 라면 끓여먹고

짐 챙겨 나왔다

 

 

 

커피숍에 다시 갔더니 바리스타-사모님-가 나와 계셨다.

함께 이야기를 좀 나누다보니 관장님 흉이 절절하다.

   날 이 오지로 데려와 놓곤

   평생 숲에만 관심있는 남편...

 

 

 

 

차 맛이 더 깊이가 있다

바리스타가 괜히 있는건 아니다.

 

사진속의 남자랑 나랑 닮았다며...

 

 

 

사모님이 우리에게 기념으로 -아저씨가 찍은 사진- 엽서를 한장씩 고르라고 하셨다

미적거리는 짱이가 정작 가지고 싶은건 다른 데 있었다

  커피콩.

실물을 보니 더 신기했나보다. 로스팅한 커피콩 몇 알이 짱이 손에 쥐어졌다

 

 

관장님의 한 마디 

 

  " 하루가 즐거우려면 이발소에 가고

    일년이 즐거우려면 정원을 가꾸고

    평생을 즐기려면 나무를 가꿔라 "        -영국속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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