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나무 숲 3-1

2011. 10. 15. 17:04국내여행

 

 

 

 

자연에서 그 나무를 발견하면 난 항상 외치지

  - 내가 좋아하는 나무닷 !

  - 저 나무 이름이 뭔데 ?

(좋아하는 것 이름을 아는 것) 이라 믿기에 호쾌하게 아무 이름이나 갖다 붙인다

  - ...너도밤나무 !  은사시나무 ! ...아님 말구 !

 

어느날 집 주변을 산책하다 그 나무에 매달린 이름표를 보고 알았다

자작나무 라는걸

특유의 하얀 나뭇결로 인해 멀리서도, 다른 나무들 사이에서도 군계일학처럼 눈에 확 띈다

그 나무를 좋아하는 사람이 나 말고도 많겟지만 그 중에서도 골수빠를 만나러 오늘 간다

 

 

 

날씨가 찌뿌둥하다.

일 끝나고 집에 오자마자 짐 싣고 출발했다.  가족들도 내 성격을 아는지라 짐 다 들쳐매고 스텐바이중 ! 

 

고속도로에 차 올리면 그때부턴 맘이 놓여 한결 느긋해진다.

기름 넣으러 우연히 들어간 휴게소가 대박이다

멋진 최신식 건물에 공원처럼 넓은 쉼터와 전원주택 같은 화장실 그리고 많은 매장들.

오는길에 다시 들리기로 하고 출발

 

본격적인 영동고속도로인 호법 IC 를 지나자마자 차도 본격적으로 막히기 시작했다

이 많은 사람들이 강원도 구석구석에 다 박혀 있을거라 생각하니 차를 돌려 집에 가고 싶어진다.

 

 

♧    ♧    ♧

 

 

원주시내를 벗어나자 강원도의 힘이 느껴졌다

서늘한 공기와 울창한 단풍숲, 한적한 국도....가을이라는 시공간속으로 깊이 깊이 들어간다.

 

차 하나 간신히 다닐만한 비포장길 끝에 ' 미술관 자작나무숲' 이 있다

맨땅에 줄로 대충 주차선 그어놓은 곳에 차를 대고 짐을 다 내려 낑낑대고 올라간다.

 

 

 

길옆 짜그만 오두막이 티켓부스다.

입장료는 19세 이하 7,000  성인 10,000   (2011년기준, one free drink 포함)

첨엔 이렇게 안 비쌌다고 한다.

사람들이 많이 와 복작복작하고 또 함부로 대하고 싸구려 취급하자 가격을 올렸더니

입구에서 비싸다고 욕하며 돌아가는 사람도 생겼지만, 오히려 그 이후 사람들 태도가 바꿨다고 한다.

구경 잘했다고 공손히 인사하고 가더라능...

2012년 올해엔 3,000 씩 더 올렸다.

입장객들이 삼천원만큼 더 감동하기를 바래보는데,

방문객수와 입장수익과 공손함이 만나는 환상의 합일점을 찾는게 쉽진 않을거 같다.

 

이 미술관엔 팬션을 두채 운영한다.

건물들을 지나 언덕위까지 올라가야 만날수 있다.

 

 

 

 

 

 

 

 

이런 별장은 하루 주인하는게 남는 장사.

 

 

우리가 방에 짐을 부릴때까지 인상쓰며 참았던 하늘이

더 이상 못 버티고 터져 버렸다,

우리 가족만 있는 산속에서 맞는 폭우는 은근히 두렵기까지 하다

 

 

TV 는 없다. 다락방은 있다. 스파는 없다. 페치카는 있다 

씰데없는 오락하지 말고 자연속에서 푹 쉬다 가라는 주인장의 고집이다.

화장실은 나무냄새가 은은해 북유럽 통나무집에 들어온 기분이다

24만원.

 

시험기간인 짱이를 데려왔더니 문제집이 딸려왔다.

 

숯에 불 붙이려 라이터를 가져왔더니 담배가 딸려왔다

 

깊은 산속에 가을비까지 추적추적 내리는 테라스는 추웠다

몸도 녹이고 불장난도 하고 바베큐도 만들려고 얼른 불을 붙였다. 

팬션도 잘 안 다녀본 현주의 음식재료가 환상이다.

 

 

참 오랜만에 가족들과 바베큐를 해먹으니 더 맛있어서 다 과식했다

못 데리고 온 경재가 생각난다...

 

 

 

밤이 되어 더 추워지고 비가 들쳐 실내로 다 피신했다. 

페치카에 남은 숯을 깔고 불을 붙이니 제법 따뜻하다

찬 손발을 녹인후 흰떡에 와르바시를 끼워 올려놓았다.

 

 

 

 

 

 

바닥이 너무 뜨거워 이불을 깔고 자야 했다.

 

 

장님이 호롱불을 들고 가는 이유는, 남들이 부딪치지 말라는 배려다

나도 밤새 현관앞 전등을 켜 놓고 잤다

무서워서가 아니라, 산짐승이나 좀도둑에게 우리가 여기 있다는걸 알리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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