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illy Ronis, 그날들 Ce jour la "

2012. 9. 7. 17:04독서

 

 

 

이 책을 펼치며, 마지막 장을 덮을때까지

마음이 그렇게 평온할수가 없었다.

소설처럼 클라이막스가 있지도 않았고, 

눈을 휘둥그레 뜰 정도로 선정적이고 잔인한 사진도 아니고

사진처럼 그의 글도 잔잔하게 울림이 있었다,

각 사진마다 그의 설명을 직접 들어보았다,

 

 

<어린 파리지앵> 1952

그날 찍은 이 사진, 언론에 그토록 많이 소개된 이 어린 파리지앵 사진은 거의 내 자화상이 되다시피 한 작품이다.

이 사진을 찍을 때, 나는 내 원칙에 약간의 제동을 걸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사실 연출을 조금 했다는 뜻이다

당시 나는 '다시 보는 파리' 라는 테마로 기록사진을 찍어야 했다.

15년 동안 뉴욕에서 살다가 파리로 돌아온 한 파리지앵이 파리를 다시 볼 때 어떤 것들이 눈에 들어올까 하며

그럴 만한 장면들을 담는 작업이었다.

할머니에게 양해를 구하고 난 최상의 사진을 얻기 위해 아이를 세 번 뛰게 했다.

이 사진은 정말 놀라운 성공을 거두었다.

엽서로, 포스터로 제작되어 심지어 뉴욕이나 유럽 여러 도시의 식당이나 빵집에서도 볼 수 있었다.

 

 

 

<감자튀김 가게 아가씨들> 1946

1946 년이었다. 해방된지 일년이 지난 파리는 흥분과 희망의 시기를 살고 있었다.

가게에는 손님들이 많았고, 두 아가씨는 바쁜데도 상냥하게 손님들의 기분을 맞춰주고 있었다,

이 사진이 내게 말해주는 것은 바로 그것이다.

아가씨들의 매력,웃음,장난기,생기 있고 활기차고 웃음이 넘치던 파리,

그런 시대를 누렸으니 나는 운이 좋다.

 

 

 

<눈싸움을 하는 마리안과 뱅상> 1954

그날, 나는 숲속 공터 근처에 차를 세우고, 마리안과 뱅상에게 눈싸움을 해보라고 했다.

주말 내내 눈이 내렸고, 우리는 파리 근교 시골에 놀러간 참이었다.  행복한 하루였다,

작지만 놀라운 장면, 오후 한가운데서.

 

 

<쉐 막스, 조앵빌> 1947

조앵빌에 있는 Chez Maxe 란 이름의 술집.

그는 정말 신처럼 춤을 추었다. 두 여자와 함께 그렇게 추려면 춤에 대단한 재능이 있어야 했다.

음악이 끝나고 그가 자기 자리로 돌아갔을 때, 나는 얼이 빠졌다,

그는 외다리였다 ! 춤을 출 때는 전혀 그런 줄 몰랐는데

 

 

<학교> 1948

 

 

 

<규소폐증에 걸린 광부> 1951

그날, 난 광산촌에 대한 사진을 찍어야 해서 지인들의 소개를 받아 규소폐증에 걸린, 은퇴한 광부를 찾아갔다.

그는 랑스에 살고 있었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였다.

나를 그 지역으로 안내한 친구들은 있는 그대로 보여줘야 할 뭔가가 거기 있다고 했다

그는 창가에 서서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거의 먹지 않았고, 담배만 피워댔다

많이 피웠다. 내내 피웠다. 그는 겨우 47세였다. 몇 달 후, 그는 세상을 떠났다

 

 

 

 

<퐁데자르의 연인> 1957

나는 멈춰 서 있는 작은 배 한척과 그 안에 이상하게 앉아 있는 커풀을 보고 놀랐다

두 장의 사진을 찍었다.

첫 번째 사진은 남자가 아직 여자에게 키스를 하지 않은, 막 하려는 순간, 내가 잡고 싶었던 순간이다.

일종의 긴장의 순간,

그녀는 그의 키스를 받아들이지 않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하라고 할지도, 아니, 하지 말라고 할지도.

두 번째 사진은 그들이 정말 키스를 할 때 찍었다. 하지만 키스하기 이전의 사진이 나는 더 좋다,

허락 바로 직전의 그 불안하고 흔들리는 동작과 함께.

 

 

⊙    ⊙    ⊙

 

 

옮긴이의 글중에서

 

...작고, 소담하고, 아무 멋도 부리지 않은 글.

윌리 로니스의 글은 사진만큼이나 담백하고,정겹고, 진실하다.

'아마추어' 그것은 2009년 향년 99세를 일기로 작고하기까지 평생을 프로 사진작가로 일했던

윌리 로니스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였다,

인간에 대한 무한한 애정은 그의 카메라를 건물과 풍경이 아닌 사람들을 향해 돌려놓았다

대서특필될 만한 특종성 따윈 없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장면,

아마추어가 찍었을 법한 아주 단순한 장면,

잘난 척하지 않는 착한 사진,

진심이 담긴 사진,윌리 로니스의 사진이 주는 감동은 작지만 은근하게 퍼지는 햇살 같은 감동이다.

그의 사진에 포착된 인물들은 하나같이 여리고 소박하나 그 무엇에 진심을 다하며 집중한다.

 

 

 

 

 

 

그와 관련된 자료를 찾다가 발견한 사진. 설명이 이렇게 붙어 있었다

Gordes, Where Willy Ronis used to live

 

 

사진을 잘 찍고 싶다는 나의 의욕에

' 카메라보다는 눈길이다' 란 대답을 해주는 그의 일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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