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8. 11. 21:00ㆍ국내여행
엑스포 기간 중에는 여수를 가지 않겠단 굳은 의지로 몇달을 버텼다
가끔씩 여수 얘기를 꺼내는 현주에게
" 먹고 자는거 ...엄청 스트레스다, 너~ " 겁을 줘 넘겼는데
" 장어가 아롱거려 더 이상 못 참겠다 " 는 말 한마디에
폐막 하루 남겨놓고 무릎을 꿇었다
♣ ♣ ♣
전주-순천간 고속도로는 한적해 달리기 차암 좋다.
다른 사람들도 다 내 맘 같은지 사고가 빈번하다
오늘처럼...
상대 차량은 안 보이고
1톤 트럭이 혼자 지롤하다가 타이어가 속도를 못 이기고 불이 난듯하다.
사고에 비해 출동한 소방군단 규모가 압도적이었다.
그럴꺼라 생각은 했지만 우리가 다니던 여천의 모텔은 가격이 두배로 올랐다,
창문을 열면 바로 옆 건물벽이고
언제 빤건지 촌스런 꽃무늬 이불에
하이그로시 푸른 철재침대가 놓인
여관수준보다 약간 나은 방도 팔만원을 불렀다,
엑스포 전의 가격을 기억하는 손님에게, 미안하지만 어쩔수 없다는 직원의 표정.
밥부터 먹자고 여수로 향했다
하수종말처리장 앞 해안도로는 평소보다 확실히 차량이 늘었다,
그 해안 끝에 멋진 호텔이 신기루처럼 지어져 있었다.
Hidden bay 호텔,
滿室
이 앞 바다를 수십번 봤지만 이렇게 아름다운지 몰랐다
비린내나는 FRP 선위에서 보는 바다랑 호화 크루즈선상에서 보는 바다가 다르듯이...
가난한 어촌마을 선착장에서 보는 바다랑
고급호텔 앞마당에서 보는 바다는 달랐다.
보여지는 자연은 암 말없이 그대론데
보는 인간의 눈이 참 간사하구나.
여기를 오기위해 여수를 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산골식당에 도착했다
주차장 초입에 자리가 하나 비어 차를 대고 나오는데
안 보이던 주차관리 할아버지가 막 들어가는 다른 차 뒤통수에 대고 일갈했다
" 겨들어가봤자 자리도 읍따 이눔들아 ~! "
식당안은 카메라를 둘러맨 젊은 커플, 부모님을 모시고 온 구릿빛 얼굴의 농부등 타지손님이 가득했고
아장거리는 계집아이를 데리고 온 옆자리는 우리가 주문하는 것, 투덜대는 것 고대로 따라하고 있다.
현주가 맛있어하는 게장 밑반찬이 안 나왔다, 주인장에게 물어보았다
" 며칠전 여수에서 계장 식중독 뉴스에 나와 시청에서 주지 말라고 했다....
우리는 게장전문 식당이 아니니 안 줘도 된다 "
며 냉정하게 두 손으로 X 자 제스쳐를 취하는데, 그 동안 단골이던 오만정이 다 떨어져 버렸다.
원래 이집을 소개시켜준 사람들은 여수토박이였다.
내가 다닌 몇년간 일인분을 마리당에서 그램수로,
장어 대가리를 빼기도 하고,
밑반찬을 줄이거나 싼 생선포로 대체하고
직접 가격을 올리는 짓을 해마다 돌리며 하고 있다.
투덜대는 여수사람들은 오지말고, 비싸도 먹고 가야하는 외지인들만 오란 목표는 벌써 달성되었다.
불 넣어주는 아저씨 빼고, 주인부터 주차요원까지 다 맘에 안 들어 이제는 식당을 바꿀 때가 된거 같다
$ $ $
엑스포가 열리는 여수역쪽으로 들어가 보았다,
수많은 인파가 꾸역꾸역 걸어서 전시장을 빠져나오는 엑소더스가 장관이다,
연로하신 자원봉사자들의 서툰 몸짓과 경찰들의 유도봉을 착실히 따랐을뿐인데
화려하게 번쩍거리는 조명 -안전운전을 심히 방해하는- 터널을 지나 새로 뚫린 고속화도로에 실려
여수 바깥으로 순식간에 내몰렸다,
정신을 차리고 컨베이어 벨트에서 내려온 곳이 둔덕이다.
" 우와 ~ 진짜 길 잘 만들어놨다, 알짱거릴 틈을 안 주는구만 "
내키진 않지만 여천 성산쪽 모텔이 많은 곳을 찾아갔다.
역시 바가지 가격을 지불하고 돌아서는데
쪽창안에 직원이 내 뒤에 아저씨에겐 그보다 만원을 더 붙여 불렀다. 비싼 방만 남았다며...
짐 풀고 바닷가가서 커피 한잔 하자고 나간게 길을 잘못 들어 여수산단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멀리서 본 야경도 멋있었지만 공단안에서 보는 건 또 다른 세상이었다
푸른 조명이 서늘한
거대한 쇳덩어리와 기계설비, 끝없이 뻣은 배관파이프
SF 미래도시 같았다
산업단지 끝에서 묘도로 가는 멋진 다리가 보였다,
현주 커피사줘야 하는데도 주저없이 다리를 건넌다.
묘도는 여수산단과는 묘도대교로, 광양과는 이순신대교로 연결되어 있다
묘도에서 바라본 여수산단과 묘도대교.
이제 현주 커피를 사준다고 여수시내로 돌아오는 길.
생각보다 거리가 꽤 되는데다 현주가 갑자기 컨디션이 안 좋다고 해서 여천쪽으로 질러 나왔다,
여천에 한 빵집.
11시가 넘었는데도 노부부가 재고로 버려질 빵을 걱정하며 문을 못 닫고 있다. 카페라떼 두잔을 주문하자 아줌마가
" 알바생이 퇴근해서...
아메리카노는 만들어봤는데 카페라떼는...
그럼 혹시 모르니 한잔값만 받고 만들어 드리겠다..."
그렇게까지 얘기하는데 거절할수도 없어서 그러시라고 했다.
우유 거품내는 소리와 커피향이 퍼지고 잠시후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아줌마가 우릴 부른다.
" 약속은 했으니 한잔값만 받을께요 "
" 잘 나왔네 "
두 주인내외의 자화자찬을 들으며 설탕을 타려고 뚜껑을 여는 순간
대략 아래 사진같은,
<인용사진>
라떼도 아니고 모카도 아니고,
결정적으로 저렇게 초코시럽 미리 뿌려 나오는거 되게 싫어하는데
- 훈제 바베큐위에 겨자소스
피자위에 지그제그 휘갈긴 소스
스시롤위에 떡칠한 달착지근한 소스는 왜 따로 주지 않는 걸까요 ? -
내색도 못하고 인사하고 나와, 편의집에 들려 마실 걸 다시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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