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옹방조제는 왕모포구도 죽였다

2012. 7. 22. 13:00국내여행

 

 

 

오늘의 두번째 목적지는 왕모포구다,

화옹방조제로 막힌 바다 남쪽에 선창포구가 있고 맞은편 북쪽은 왕모포구다

 

매향리 쿠니사격장쪽으로 향하던 차는 오른편 마을길을 지나 화옹방조제에 다다른다.

 

 

서쪽하늘은 높은 비늘구름이

 

북쪽 하늘은 잿빛 비구름이

 

남동쪽 하늘엔 고온다습한 뭉게구름이 피어오른다.

 

 

빗방울 떨어지다 소나기가 내리고

후덥지근해 에어컨을 계속 켜고 달리니 없는 두통도 생기고

따가운 햇볕에 얼굴과 팔이 벌겋게 달아올라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    ▽    ▽

 

 

 

화성 남양에 왕모대라는 곳이 있다는 걸

며칠전 김훈의 「자전거여행 2」편에서 첨 알았다.

방조제에 갇혀 말라 죽어가는 갯벌과 바다.  그 전에 이미 죽어버린 포구 ...

 

울컥한 맘으로 왕모대에 대한 자료들을 찾아보다 의외의 사실을 발견했다,

오래전부터 현재까지 여러 목적의 사람들이 꾸준하게 왕모대를 찾고 있었다,

  60년대 갯마을 영화 배경으로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엔 서울 근교 나들이 장소로

  2000년 중반부턴 쇠락한 포구와 역사유적을 답사하러

  현재는 깅태공의 수로낚시 주요 포인트로

  사진동호회의 새벽과 노을 출사장소로 ...

 

 

십여 km 일직선 방조제는 빨리 달려도 천천히 달려도 절대적으로 지루하다.

바다위를 날라간다는 비현실적인 느낌은 궁평항 뭍에 올라와서야 비로소 사라졌다

건너편 버스를 잡아놓고 길을 건너는 땡중의 얼굴은 낮술로 이미 벌개져 있고 한손엔 맥주잔이 들려 있다.

 

궁평향을 조금 지나자 오른편으론 수로와 평행한 도로가 닦여있는데 입구를 막아놓았다.

공사장으로 향하는 비포장도로가 눈에 들어왔다,

갈 수있는 곳까지 가보자는 순간의 객기로 세단을 들이밀었다.

네비는 자기 책임 아니라고 선 긋기를 포기했다

아래 지도에 노란 선이 내가 지나간 비포장길이다 

<클릭하면 확대됨>

 

 

야산위에서 내려다본 벌판엔 물류창고나 공장용도의 큰 건물이 들어서고 있었다,

바다는 국가소유다.                      방조제로 막아도 어부는 할말이 앖다.

간척지는 건설회사 소유다. 멀리 물러난 바다를 보며 어부는 할~말이 없다.

 

 

▶    ▶    ▶

 

 

폐선 사체가 풀숲에 널부러져 있는

산과 간척지 사이 울퉁불퉁한 흙길을 열심히 달린다.

 

몇 km 오는 동안 인적이 없어 길가에 차를 세우고

맘놓고 바지 지퍼를 내렸다.

 

 

 

 

 

 

 

 

 

여러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왕모대의 매력중, 숨겨진 것 하나를 더 추천하고 싶다.

바로 Off -Road

사륜구동 자동차로 비포장도로를 즐기는 동호인들은 주로 임도를 통한 산길을 많이 다닌다.

해안도로는 밋밋해서 별로 인기가 없는데 왕모대 주변 오프로드는

  억센 갈대숲과

  수로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탁 트인 시야

  심심찮게 나타나는 웅덩이와 진흙뻘

  마을이 가까이 있어 비상사태에서 도움 받기도 수월해서

정비차 동행없이 소수의 차량으로도 부담없이 오프로드의 매력을 즐길수 있는 곳이다.

 

 

 

 

예측할수 없는 난코스들을 무사히 통과하자 드디어 왕모포구에 다다랐다

이 바위가 왕모대다.

패망한 나라의 임금이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통한의 눈믈을 흘리면서 성을 쌓았다는 전설의 왕모대(王母坮)

 

역사안내판 대신 낙석주의 안내판만 살벌하다

 

 

마을에 들어서자마자 세찬 소나기가 쏟아졌다.

그냥 갈까 하다가 여기까지 고생하며 온게 아까워 얼른 뚝방길로 올라갔다

 

 

 

 

한 5분 기세를 떨치던 먹구름은 다시 북쪽으로 밀려났다

 

논 한가운데 끝에 갈색 바위인 왕모대가 보이고

서북쪽으로 길게 뻗은 산 능성에 옛성이 있다.

남양만으로 처들어오는 적을 막기 위해 조선시대에 축성한 영종포성(永宗浦城)이다.

남양만 일대에서 발견되는 산성들이 대부분 백제시대에 건축되었으니 이 성도 초기 축성은 백제시대로 추측.

 

산으로 올라가는 유일한 언덕위에 컨테이너 집이 있고 평상위에 중년 부부가 앉아서 뭘 먹고 있다가

내 차를 수상한 눈으로 내려다봐서 감히 올라가 볼 엄두가 안 났다.

역사가 깊은 나라다보니 곳곳에 우리가 모르는 유적들이 잊혀져 가고 있었다,

 

 

가뜩이나 뻘 진흙을 쌓아 만든 논길은

소나기가 흩뿌리고 지나가자 핸들 방향과는 무관하게 차가 지멋대로 미끄러진다

이러다 논에 처박히면 큰일이다 싶어 너무 긴장했더니 쌩땀이 삐질거렸다.

 

 

통행이 없어 한가운데엔 잡초가 한자 길이로 자라 있고 바퀴닿는 양 옆만 뽀얀 길

차 바닥으로 풀을 쓸어가며 바다쪽으로 전진해보지만

몇 미터 남겨놓고 논길은 무성한 길대밭으로 사라져 버렸다.

조마조마하게 차를 돌려 나와 다시 뚝길로 올라왔다,

 

 

 

꽤 높은 왕모대 바위

그 바로 아래까지 바닷물이 밀려와 파도가 수천년을 때렸을텐데 불과 몇년사이에

쓰레기로 둘려쌓인 평범한 둘산이 되어 버렸다

 

 

방조제가 생기기 전에 왕모대 포구.

<인용사진>

 

 

다 부서진 'X 두리 어촌계 X판장 ' 글자가 이 농촌이 한때 어촌이었음을 알려줬다

 

 

 

비가 그치자 백발의 할머니 두분이 나와 이야기를 나누신다.

이 폐허 흉가속 어디서 계시다 나타나셨을까 ?

 

 

마을을 벗어나는 길도 바드시 차 한대 빠져나갈 골목길이다.

그 길을 이리저리 꽤 휘둘리고서야 비로소 큰 길로 나올 수 있었다

왕모포구까지 마을버스가 다다르는지는 모르겠으나, 주민들이 큰길까지 나오려면 족히 수 킬로는 걸어야 한다.

 

 

네비없이 왕모포구를 찾아온다는거

절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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