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옹방조제는 선창포구를 죽였다

2012. 7. 22. 11:12국내여행

 

 

 

 

선창포구는 새우와 젓갈의 도매시장으로 유명했다

값이 싸고 상인들 인심도 후해 서울 이남의 외지인들이 많이 찾아왔다

화옹방조제가 생기기전까진....

 

<지도를 클릭하면 확대됨>

 

 

네비는 발안에서 조암가는 지방도에서도 더 샛길로 차를 빼라고 한다

조용한 시골길을 기대했건만 길가와 야산엔 조립식판넬로 지은 중소공장들이 셀 수없이 박혀있다.

서쪽으로 서쪽으로 바다를 향해 나아가는데 갑자기 머리위로 거대한 고속도로가 지나간다.

이 촌구석에 왠 고속도로 ?

집에와 찾아보니 내년에 개통 예정인 시흥평택고속도로였다,

평택제천고속도로의 연장선으로 서로 코를 맞대 붙이고 있다,

예전엔 고속도로가 해방로였지만 지금은 너무도 많아져서 사방팔방 고속도로에 갇힌 것처럼 답답하다.

 

어리둥절 꽁짜로 고속도로를 달리다, 살짝 맛만 보고 내려왔다

 

 

 

국가가 만들어준 선창포구 도로표지판은 없었다.

민간이 만든 조그만 안내판만 이방인의 불안감을 다독거려 주고있다.

 

멀리 논 한가운데에 아치와 조형탑이 세워져 있는걸 보니 그쪽인가 보다

 

길가 음식점들은 다 문을 닫은지 꽤 오래된 듯하다.

 

죽은지 며칠된 새끼고양이 시체가 길옆에 그대로다.

너른 주차장 여기저기에 어망만 잔뜩 쌓여있다.

 

 

흉가들이 양 옆으로 도열한 거리를 백여미터 지나자

이내 길은 막히고 차를 돌릴수 있는 조그만 광장이 나타났다.

이 곳이 선창포구의 메인주차장 같은데 에닐곱되는 차가 세워져 있었다,

 

한구탱이 파라솔아래 할머니 몇이 과일과 채소등을 내놓고 앉아있다.

난 인적을 처음 봐서 반가운데

할머니들은 으~레 안 살줄 알고 소 닭보듯 한다.

 

 

 

 

시장골목길은 한줄이다.

집뒤로 내려가자 콘크리트 기둥위에 아슬아슬하게 올려진 컨테이너는 녹이 잔뜩 슬어있고

파란 하늘아래 지평선이 끝간데 없다.

 

 

이 포구에 배 안들어온지도 수년이 흘렀건만 아직도 어구는 놓여진 그대로다.

언젠간 저 상전이 벽해가 되는 날 

출렁이는 바다위에 어구들이 둥실둥실 춤 출 날이 오겠지...

 

 

마을은 쓰러져 가는데  

올해도 보라색 흰색 도라지꽃이 새로 피었다

 

도라지 꽃망울은 꽃잎을 단단히 오무려

별이 되었다,

 

썩은 생선내는 들고양이들의 천국

 

 

컨테이너 교회는

 

망했는지 처분못한 신도들 의자가 뒷마당에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

 

폐광 동굴같은 어판장.

 

그나마 장사하는 곳은 두세곳이고

나머지 점포는 손바닥만한 간판아래 쓰레기 더미만 쌓아놓았다

 

 

선창포구의 트레이드 마크는 거대한 거미줄이다

머리위로 전깃줄과 물호스와 노끈들이 얼키고 설켜 가뜩이나 복잡한 머리속을 더 어수선하게 만든다.

스파이더맨이라도 하나 올려놓고 테마관광지로 만들면 볼만할듯

화성에 유니버셜스튜디오가 완공되기 전까지만 !

 

여기 파는 생선들은 다 근처 궁평항등에서 떼어 온 것들이다.

 

 

뭐라도 팔아주려고 뒷주머니에 꽂아둔 지갑을 가방안에 다시 던져넣고

동네를 나오다

문닫은 횟집 뒷곁에서 허연 민소매 여인이 등돌리고 쪼그려 앉아 뭔가를 태우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길을 놓쳐 다시 후진을 하며 뭔가 묘한 느낌에 눈을 떼지 못했다

이상한 낌새를 챘는지 여자가 갑자기 고개를 돌려 나와 눈이 마주쳤다.

안 본적 얼른 고개를 돌려 반대편 농로로 도망갔다.

 

 

'선창페미리타운' 아치가 세워져 있는 이 곳은

차 한대 간신히 들어가는 논사이 길이다

 

방갈로와 휫타운 사이 수로엔 잡초만 무성하다.

예전엔 이 곳에 물을 가두고 새우를 길렀다.

사람들은 방갈로에 앉아 갖 건져올린 새우를 구워먹으며 즐거운 추억을 만들었다

그런 날들이 영원할줄 알았다.

 

 

텅빈 주차장과 양옆엔 쪼르륵 문닫은 상가들

녹슨 역기와, 아무도 차주지 않는 축구공 하나가 눈물나게 서렵다.

 

아치 양옆엔 높은 전망대가 있다.

꼭 다이빙대 같아서 그 아래엔 푸르고 깊은 수영장이 있을 것만 같고 

원색의 수영복을 입은 사람들이 계단을 신나게 뛰어 오르는 모습이 눈앞에 그려졌다.

 

다시 본 길로 나왔다

여자가 등돌리고 하얀 연기를 피우며 뭘 태우던 뒷곁에 이번엔

덩치큰 남자가 메리야스만 입고 등돌리고 우두커니 서있고

그 뒤에서 아까 여자가 역시 등돌리고 남자머리를 손질하고 있다.

흔한 천보자기 하나 안 걸치고, 의자 없이 둘이 선채로...

상당히 그로테스크해서

이번엔 멈짓거리없이 그대로 마을을 벗어났다

이 마을. 한번 와 본걸로 족하다.

 

 

 

예전엔 바다 한가운데였을 방조제 위에 서서

지금은 벌판이 되어버린 바다를 바라본다.

지평선 오른편 눈썹같은 어드메가 선창포구가 있는 곳이다.

 

 

'국내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화방조제는 우음도를 두번 죽였다  (0) 2012.07.22
화옹방조제는 왕모포구도 죽였다  (0) 2012.07.22
안성 복거마을  (0) 2012.07.14
안성 금광호수  (0) 2012.07.14
안성 팜랜드-1  (0) 2012.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