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2. 4. 19:00ㆍAustralia 2012
자매를 태우자마자 현주의 시선이 은재의 새로 산 카피가방에 꽂혔다.
은재가 한 열번은 왔다갔다 하며 고민한 지미츄 스타일이란다.
뒷자리에선 가방 하나 놓고 모녀지간에 흥정이 한창인데 은재가 '따블' 을 부르자 협상이 결렬됐다.
온가족이 무사히 다 모였으니 다음 할 일은 저녁먹기.
번화가 식당은 차 댈 곳이 없고, 돌다보니 외곽쪽까지 밀려났다,
사거리 모퉁이에 이탈리아 식당 창 전광판에선 어서 부킹하라는 빨간색 글자가 번쩍거렸다,
<인용사진>
현주도 마침 파스타가 먹고 싶다고 했겠다 멀리 유턴해서 공장 담벼락 옆 공터에 차를 댔다.
Sat 12:30 PM 라고 적혀있는 주차 표지판을 온 가족이 빙 둘러서 올려다보며 고민한다.
대낮 12:30 분인지 한밤중 12:30 인지...
자다말고 주차단속하진 않을테니 낮 12:30 분인걸로 합의를 보고 안심하며 음식점쪽으로 걸어나왔다,
<인용사진>
신호등 2개를 건너 도착한 음식점.
문이 잠겨있고 창안을 들여다보니 가구들이 다 치워져 횡했다
허탈한 배는 출렁이고 육수를 샤워하듯 흘리며 다시 차로 돌아왔다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돌아보자고 빅토리아 마켓쪽으로 향했다, 그곳이라면 한 두 군데는 있겠지...
마켓 맞은편에 문연 식당이 보여서 유턴하려던 찰나에 바로 앞에 또 식당이 보였다,
창가까지 손님이 앉아있는게 보여 맛이 검증된거 같은 이탈리아 식당 La Porchetta
토요일이라 길가에 차 댈곳이 여유로워 멀찌감치 대 놓고 천천히 걸어왔다
넓은 식당안에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꽉 차서 흥겹게 먹고 떠들고
종업원들이 요리조리 부산히 움직이며 음식들을 나르고 있다,
다행히 5명 자리에 앉았지만 주문 하는 소리가 안 들릴 정도로 시장바닥이다
이럴땐 이런 분위기에 어울리는게 최선 !
여종업원 등에 써 있는 " Eat Live Love " ?
엘리자벳 길버트의 유명한 책 " Eat Pray Love " 를 페러디 했구나
그 책이 궁금하신 분은 여기를 클릭 !
두리번거리던 은재의 눈에 주방안쪽을 비추는 거울이 눈에 들어왔는데
조리사들이 머리위 전자레인지에서 연신 음식을 데워내더라능...
좀 실망스럽긴 했지만 우리에겐 허기가 더 급했다.
난 또 까라마리튀김에 빵 추가
현주는 피자,
은재는 파스타,
경재는 리조토
짱이는 스테이크를 주문했다
온 가족이 무사히 여행을 마친 것에 대한 축배를 들며 마지막 날 저녁 만찬을 즐겼다.
현주가 콜라를 먹고 싶다고 해서 메뉴판을 갖다 달라고 했더니 영수증을 가져왔다
메뉴판이라고 정정해주니 서빙하는 아줌마가 재치있게 영수증을 쏙 뺏어간다.
그릇을 치워갈때도 접시를 몇개 겹쳐서 들어줬더니 ' 이건 좀 짼대...' 하는 표정을 짓길래
쟁반 하나만 들어주니 OK 하는 표정으로 환하게 웃는다.
흥에 겨워 일하는 氣가 우리에게까지 전해져서 덩달아 즐거웠다
총 음식값은 90.30 $
마침 우리가 가진 지폐가 90이고 동전 몇개 있어
지나가는 주인을 불러 90 $ 을 주며 30 ¢는 Cut 하자고 했더니 아예 100 $ 을 만들어 달라고 너스레를 떤다
유쾌한 주인이어서 애들이랑 사진 한장 찍자고 하니 자기 얼굴 나오면 안된다고 손사례를 치며 도망간다
경재 옆에 서있는 남자가 주인
우리 바로 옆 테이블 커플은 우리올때도 그 자리에
우리갈때도 그 자리에...
누구에겐 마지막날이고 누구에겐 첫날이겟지만
멜번의 저녁 거리는 그저 무심하게 저물어간다.
남은 빵을 포장해서 나왔다
키순 ~!
뭐가 그렇게 행복한지
회랑 기둥을 붙들고 춤을 추는 아이들
해가 지자 빌딩사이로 찬 바람이 불어오고
그림자는 길어 지는데
아이들은 집에 갈 맘이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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