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2. 3. 11:32ㆍAustralia 2012
스스로 自, 그럴 然
스스로 생긴 자연 그대로를 잘 보존하는 호주인, 그들이 추천하는 드라이브 길. Black Spur Drive
내 눈에 비친 Black Spur Drive 는
목을 90도로 꺾어야 보일 정도의 높은 나무들과
축축한 지면과 고사리같은 음지식물들
달라붙은 이끼들이 고사해 시커매진 나무줄기
원시림속에 사는 동물들
그리고 높고 낮고 휘어진 땅모양 그대로 타는 길이었다
가보곤 싶지만 멜번에서의 충분치 않은 시간으로 인해 후보군에 한참 밀려 있었고
결정적으로 가족들의 취향이 전혀 아님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의 주차딱지로 인해 갑자기 나에게 자유시간이 주어진 것이다.
식구들 눈치 안보고 홀가분하게 떠날수 있다는 기쁨
' 여행중에 여행을 떠난다는 거' 설레임이 두배였다,
이 길의 출발지는 Healesville 이다,
마을입구에 관광객들을 위한 i-center 가 눈에 띄어 큰길에서 잠시 차를 뺀다
햐앟고 아담한 센터문을 열고 들어가자 수많은 안내책자들이 서로 뽑아달라고 얼굴을 내민다.
직원 할머니에게 이 길에 대해 물어보니 지도를 한장 건네주는데 미리 알고간 정보 수준이었다,
좀더 물어봐서 얻어낸 정보는 기껏 에버리진들의 말에서 유래했다는 정도.
글을 좀 쓰려는데 더 많은 자료가 필요하다고 했더니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아가씨에게 인계했다.
그 아가씨 나를 불러 옆에 앉히더니 본인도 별 도움이 안되는걸 알자 미안해하며 도서관을 추천해 준다
이 마을 도서관 위치는 자신있다는 듯 꼼꼼한 설명이 이어지지만 이미 내 귀엔 馬耳東風,
마을을 벗어나자 길은 점점 고도를 높이더니 검은 산속으로 쏘옥 들어가버렸다
이 길의 팔할이 커브지만 2006년 새로 포장한 덕분에 아기자기한 커브와 완만한 경사를 부드럽게 탈수 있었다
일분당 두대에서 다섯대의 차가 지나다녀 비교적 한적한 편이지만 그렇다고 맘대로 길 한가운데에
차를 세울 정도는 아니였다, 좋은 경치를 사진으로 담을수 없다는 아쉬움을 남기며 10여분을 달리자 왼편에
공터가 나타났다, 시동을 끄고 차창을 모두 열고 지도를 꺼내 위치를 확인했다.
진한 천연 향수향이 비강세포를 쥐고 흔든다.
달릴때 창문으로 들어오던 향은 타이어 타는 냄새와 배기가스와 차속의 먼지가 칵테일된 오묘한 그것이었지만
영겁의 시간이 만든 그대로의 자연의 냄새, 난생 처음 맡는 2천만원의 香이었다,
차문을 열고 내리다가 훅 !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비틀거렸다,
차 바로 옆에 뱀이 있었다,
내가 젤 무서워하는 동물, 얼른 차 뒤로 도망가 뛰는 심장을 누르며 뱀을 바라보았다
제발 어디론가 가줘야 내가 차를 탈수 있을텐데 꼼짝도 안하고 있다.
허연 배를 드러냈다면 죽었나 했겠지만 그냥 그대로 잠이 든거 같았다, 심계항진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몇분후 한 건장한 남자가 내 뒤에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길래, 좋은 구경시켜 주겠다고 불렀다,
역시 나보다 덩치값을 한다. 그 뱀을 막대기로 집어 뭐라고 하는데 뭔 말인지는 모르겠고, 난 그저
가까이 오지 말라고만 외치며 넘어질 듯이 막 도망갔다,
영어같기도 하고 영어 안 같기도 하고... 그의 말은 에버리진의 언어었을까 ?
이 길은 원래 호주 원주민인 에버리진이 북쪽 빅토리아에서 남쪽 정착지로 이동하는 통로였다,
깊은 산을 넘을때 가장 낮은 고갯길이 이 길이다. 이 남자는 자기 조상의 옛길을 찾아나선 길이었을까 ?
뱀을 들고 위협하던 남자를 남겨놓고 난 그 자리를 얼른 빠져 나왔다,
길은 점점 산위로 올라가고 조그만 물웅덩이 옆에 또 차를 세웠다, 성 로난스의 샘터.
조그만 웅덩이안엔 소원을 담은 동전들이 반짝거리고 있어서 날 고민에 빠트렸다, 꺼내갈까 말까 ?
갑자기 머리위 숲에서 뭔가 묵직한 것이 후두둑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고 검은 침전물로 덮인 물속에서
아까 본 뱀이라도 나올까봐 겁이 덜컹 났다.
이 드라이브길은 차들만의 전유로가 아니라 과속하는 오토바이들도 종종 나타나 사람을 놀래킨다.
오토바이 사고가 빈번해지가 정부에서 많은 예산을 들여 도로를 정비하고 속도제한을 낮추고 있었다,
고개를 넘자 수풀사이로 산의 반대편이 힐끗힐끗 보이며 목장과 인가들이 드문드문 나타났다
Black Spur Drive 의 끝 마을 Narbethong 이다.
한눈에 봐도 가난한 동네. 녹슨 집앞에서 한 가족이 간단한 차 수리를 하다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동네를 두리번거리는 동양인이 상당하 거슬린다는 표정이다.
여남은 집을 지나자 Marysville 방향을 알려주는 새 이정표가 서 있다. 동네 끝이란 뜻이군 !
원래 Healesville 에서 Marysville 까지를 Black Spur Drive 길이라고 적힌 곳도 있지만 그건
Marysville 의 바램일 뿐이고 편도 30km 는 여기까지다.
돌려 나오다 아까 차 고치던 가족과 또 눈이 마주쳤다, 그들과 아무 원한이 없기에 내가 먼저 눈길을 거뒀다
돌아오는 길은 좌측으로 계곡이라 피크닉 장소가 두군데나 마련되어 있었다
호기심에 쉼터에선 산속으로 나 있는 비포장길을 따라가다 바리케이트에 막혀 차를 돌랴 나왔다,
한 가족이 나처럼 잠깐 쉬어가려는지 차에서 내려 바나나를 하나씩 까서 들고 검은 숲속을 바라보고 있다,
다시 출발지로 돌아온 Healsville 에선 상수도가 터져 시냇물을 이루고 있었는데 몇시간째 속수무책이다
Heals(고친다,치유한다)ville 이름이 무색하다
♤ ♤ ♤
이길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있는 호주 site
멜번과의 거리.
가는 길에 기름 50 $ 어치 채우고
나 혼자 머실거니까 달콤한 음료수는 大자로...가다 다 마셔버렸다,
네비에 위치 찍고 출발
옆 샛길로 잠깐 들어갔더니
우체통들이 도열해서 날 반긴다.
포도밭..Winery
Healesville Information center
관광객들이 수시로 드니들었다.
이 지역은 와이너리가 유명해서 사람들이 많이 찾아온다.
한쪽 구석에서 열심히 인터넷을 뒤지는 아가씨
동네로 니와 전화부스에서 다시 한국에 통화시도 -실패.
Healesville 마을
또 봤자, 호주 양카
나무기둥이 다 Black
차 안에서 지도 보고
나오다 기겁
홀로 과속하는 오토바이
Narbethong 마을 근처의 목장 진입로.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고 나니 길 건너에서 트렉터를 몰고 목장으로 들어오려는 아줌마와 눈이 마주쳤다,
찍는 동안 기다려줘서 고맙다고 손 한번 들어주고 나왔다
Narbethong 마을
겨울 스키시즌에만 잠깐 붐비는 한적한 동네
저 산을 넘어온 것이다.
상수원보호구역
맬번 주변의 와인산지
거대한 통나무를 싣고 과속으로 달리는 트레일러들,
Black Spur Drive 위성사진
덩치큰 카니발이 아쉬웠던 드라이브 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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