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삐~~

2012. 1. 28. 22:00Australia 2012

 

 

 

수영장을 나와보니 천지가 드디어 어둑어둑해지고

초승달만 텅빈 하늘에 반짝인다.

손톱을 깎았음 마무리를 좀 깔끔하게 하던가 ...하나님도 별수없구만 !

 

 

방문을 열고 현주한테 얼른 나와보라고 소리쳤다.

집게 든채 뭔 일인가 놀라 나온 현주도

어슴푸레한 하늘과 서늘한 밤 공기에 매혹당해 한동안 넋을 놓고 바라보다

  " 고기 다 탄다 ~!  " 하며 헐레벌떡 뛰고 나도 뛰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 이런 심정이구나 

 

 

내 방에와 샤워를 하고 있었다, 

어디선가 귀따가운 삐~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는가 싶더니 짱이가 욕실문을 벌컥 열고 소리친다.

  " 아빠 불났어 ! "

이건 또 뭔 시츄에이션이여 !  빨가벗은채 피신하려는데

현주가 다급하게 뛰쳐와 발을 동동 구른다.

  " 냄비에 물 붰더니 화재경보기가 울렸어. 어떻해 ! "

불 안 났음 됐다고 나도 얼른 샤워를 정리했다. 호텔 직원들 달려오면 불보다 날 보고 기겁할까봐.

 

다행히 화재경보기 소리는 잠시후 멈췄고

직원도 안 오고, 밖을 내다보니 다른 객실도 조용하다

휴 ~ 밥도 못 먹고 쫒겨날 뻔했네.

 

스테이크 하나 굽고 탄거 씻으려고 물을 붓는 순간 연기가 확 솟으며 경보가 울린것이다.

큰 애들은 웃기다고 난리다. 경보기가 울리는 순간 엄마가 두 손을 합장하고

 " 어떻해 !!! " 외치며 아빠한테 뛰어갔다고 ㅋㅋ

 

 

은재가, Table setting 을 자기가 했다고 자랑이다.

포크에 나이프에 커피와 밥과 스프와 스테이크 소스와 거기에 찐 계란까지

이건 뭐 레스토랑이네 !   칭찬해줬다,

 

 

마트 고기가격이 우리나라의 절반정도 하는거 같다.

 

아이들이 換腸할 정도로 순식간에 고기를 흡입해 접시엔 뻘건 육즙만 남았다.

  * 환장- 내장이 뒤집어진다는 뜻의 한의학 용어

안되겠다 싶어 내가 집게를 들고 고기를 구어 날라야 했다.

 

 

 

 

저녁식사후 어지러진 식탁위에서 대화의 시간을 갖자고 했다, 가장의 권위로.

 

말문을 먼저 연건 은재였다.

   짱이가 아빠에게 버릇없는 제스처 한걸 예기하며 동생들을 야단치고,

   엄마 권유로 다시 공부 시작한것에 대한 감사로 마무리했다

경재는 몇달 만에 본 아빠의 마른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며 눈물을 보여 온 가족이 숙연해졌다.

   전엔 몰랐는데 우리집이 친구네들보다 가정적이다. 짱이에게도 버릇없이 행동하면 혼낸다고 했다.

짱이는 언니 오빠에게 경고를 받자 펑펑울며 자기는 몰라서 그랬다고

   왕따시키지 말고 잘못하면 그 자리에서 곧바로 예기해달라 했다

현주는 힘들때 짱이가 곁에 있어줘서 참 고마웠다고, 그래서 더 애틋하단 예기를 했다,

   너희 둘은 엄하게 키웠지만 막내는 힘에 부쳐 그렇게 못했으니 너희들이 엄마 역활을 해달라는 당부. 

나는 아이들에게, 아빠가 살아보니 인생에서 가족이 가장 중요하더라. 태어날때부터 죽을때까지 내 곁에

   있는건 돈도, 명예도 아니고 가족이다 . 이번 여행의 목적도 그러하니 남은 여행 서로 도와서 잘 해보자.

...   

 

 

이야기는 12시를 넘겨 끝났는데

그 여운이 남아 아이들이 잘 생각을 안하고 거실 주변을 서성인다.

각자 생각할 시간을 가지라고, 조용히 내 방으로 들어왔다,

 

 

 

 

방값은 비쌌지만 온가족이 한 호실에서 대화의 시간을 가진건 그 돈보다 더

값어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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