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 8. 09:00ㆍTurkey 2010
지난밤 꿈에 뜸금없이 고등학교 친구들이 나타났다
지구 반대편 20,000 km 떨어져 있어도 한국 꿈을 꾼다는건 그 자체가 악몽이지, 무의식적으론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게 많이 부담되었나보다. 하긴 물설고 낯설어도 자꾸 여행가방을 꾸리는건 그만큼 현실이 힘들고 도피하고 싶다는거겠지. 여행중엔 그날 그날 벌어지는 일만으로도 벅차 한국에서의 고민따위는 생각할 겨를도 없으니까.
복도에 신발털이개가 덩그런히 놓여있다.
터키에서 묻혀온 게으름을
한국으로 돌아갈 고민을
탈탈 털고 가라는 듯...
아침식사를 하러 오는 사람을 입구에서 체크하는 웨이터가 있다
우리는 반갑게 인사를 나눴지만 웨이터가 아침 인사를 건네도 퉁명스런 표정으로 그냥 가는 투숙객들이 가끔 보엿다
그럴때 그 직원의 난감한 표정을 보면 나도 맘이 안 좋았다.
밥을 먹고 있는데 실례한다며 그가 종이 3장을 내민다.
만족도 앙케이트를 하는데 도와달라고 해서 아주 흔쾌히 응해주었다,
체크하는 란이 있고 맨 아래엔 직접 쓰는 란도 있어서
짱이는 씨리얼 종류좀 더 있었으면 좋겠다고 쓰고
현주는 BORA 직원에게 고맙다는 칭찬의 글을 썼다
난 뷔페음식 조리사 표정이 넘 딱딱해 밥알이 꼰두설거 같다고, 한국음식도 제공했으면 좋겠다고 적어주었다,
얼핏보니 한쪽 구석에서 다른 직원과 함께, 우리가 적어준 글을 보며 웃고 있었다. 그가 웃으니 나도 기쁘다.
최종 짐 정리를 했다
2주간 애지중지하던 1회용 면도기와 칫솔을 쓰레기통에 던졌다. 속이 후련하다
출국할때 내 베낭속에는 거의 다 쓴 면도크림, 칫솔, 이면지복사물등으로 꽉 차고 입국할때는 호텔의 비누와 샴푸, 기내지, 사은품으로 받은 접시, 여행 팜플렛등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남의 나라에 쓰레기를 버리고 오는게 미안하긴 하지만...처음부터 쓰레긴 아니였으니까.
가급적 돈을 쓰더라도 유형의 것보다는 무형의 것에 쓰자는 주의인데 현주도 나랑 성격이 비슷하다. 그래서 입국할때 가방은 지퍼가 뜯어질 정도지만 흔한 명품하나 없이 오로지 추억과 기념될만한 소품으로만 다 채워진다
아침에 Check-out 을 하는데 새 직원이 응대해준다
BORA는 퇴근했나 BODA. 아쉽다.
짱이가 친구들 줄 기념품을 사야 하기에 두 모녀는 오늘도 이집션바자르행이다.
팬스를 한참 따라가도 입구가 없어 담을 넘었다. 영락 터키인이다. 나쁜 습관은 참 빨리도 몸에 밴다.
이 할아버지는 파란 수건을 팔고 있다
정체길 위에 상품목록으론 터키가 가장 선진국이다. 시미츠, 물, 나이트볼, 수건, 꽃 ...
두 청년이 방독마스크를 쓴 채로 연기나는 포장마차를 끌고 Performance를 하고 있었다
주변에선 신기한 광경을 찍느라 관광객들이 모이고...터키에서 첨 본 행위예술이였다
이집션바자르는 그냥 양념시장(스파이스 바자르)이다.
유럽쪽은 흰구름이 선명하고
아시아쪽은 파란 하늘이 높다.
짱이가 여행 첫날엔 시미츠에 중독되더니 막바지엔 군 옥수수에 꽂혔다. 자식이 뭔지..아무거나 맛있게 먹으면 그것도 이뻐 보인다.
내 유년의 기억을 쥐어짜보면 단편적인 느낌들이 대부분이다.
낮잠자고 나와서 엄마등에 업혔을때 본 오후의 햇살
밤 기차의 습기찬 유리창에 비친 서울의 풍경.
찬 아이스께끼를 이마에 대던 옆집 아줌마 ...
애들을 철모를때부터 여행에 데리고 다니는건 지식습득의 목적은 하나도 없다. 애들에게 연도숫자 한번 불러준적이 없으니...그런데 어릴때 내가 느꼈던 정서적인 감정들은 심어주고 싶다. 보호받는 느낌, 외롭고 약간 쓸쓸함, 야단맞음 등...
오늘 짱이의 마음속에 군옥수수 맛이 고소하게 스며들어 긴 인생동안 가끔 힘들때 한톨한톨 떼어먹으며 삶의 용기를 얻기를...
한편 나는 현주랑 짱이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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