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 5. 14:00ㆍTurkey 2010
앙카라를 벗어날때쯤 우측에 큰 아울렛과 마트가 모여 있었다. 여기라면 괜찮은 식당이 있겠다싶다
그 중 큼지막하게 '케밥' 이라고 쓰여있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밖엔 주차요원까지 두고 실내에선 정장을 입은 중년의 웨이터들이 대기하고 있는 식당은 크고 고급스러웠다.
메콤한 Acili Ezme(아즈르 에즈메)부터 생앙파까지 코를 괴롭힌다.
스프와 함께 빨간 고춧가루와 강한 향신료가 써빙되었다
식당이름이 Konyali ...그럼 콘야식 스타일인가 ?
콘야라면 ' 매비라나 피데'가 유명한데... 메뉴판에 정말 그게 있었다.
주문후 진뜩 기대하고 있었더니 널적한 나무판위에 1 m 는 족히 넘을 피데를 구워왔다
드디어 오늘의 최대 실패작
척 봐도 고기가 분홍색으로 덜 익은거 같았고 먹어보니 양고기특유의 냄새와 코리앤더(고수풀,팍치) 를 위에 얹은것도 우리 입맛엔 전혀 안 맞았다. 내가 적극 권해서 한입 먹어본 현주는 거의 입덧수준이 되어 버렸고 나도 고수풀을 빼내고 먹긴 했지만 살기 위해 먹냐,먹기 위해 사냐 는 철학적 사유의 정답을 깨달았다.
큰 히트도 못치지만 패착도 안 두는 짱이의 음식 초이스 실력에 감탄하며... 아빠, 치킨 한조각만 주면 안되겠니 ?
웨이터가 계산서를 갖다주며 접시에 뭘 담아왔다.
물휴지랑...불에 그을린것처럼 새까만 나뭇가지. 하나를 입에 넣고 씹었다.
우웩 !
알싸하게 맵고 입안에 특유의 강한 향이 퍼져서 물로 헹궈도 안 없어졌다
자세히 보니 삐죽한 꽃받침이 4개. 그위에 꽃봉우리. 딱 ! 한약재로 쓰는 정향(丁香) 이었다.
한방에서 정향은 온열약재로 분류되어 辛맛이 있지만 無毒하고 溫한 성질이 있다, 배가 차고 헛구역질이 날때 복용하면 장의 연동운동이 좋아져 몸이 따뜻해지고 속이 가라앉는 효과를 발휘한다. 나도 정향을 다른 약재들과 함께 자주 처방하는 편이지만 어디까지나 보조역활이지, 인삼이나 백출처럼 주인공은 아니여서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오늘 조연의 매운맛을 톡톡히 봤다. 더더욱이 향신료나 입기심으로 쓰인다는 걸 여기서 첨 알았다. 책상머리 바부팅이 ㅋㅋ 다행히 양고기먹고 속 뒤집힌건 확실히 나았다
이 식당.
음식을 먹은게 아니라 양파 코리앤더 정향 등 향신료만 퍼먹고 온거 같다.
양놈 청국장먹고 나온 기분이랄까 ?
바로 옆에 할인마트가 보여 들어갔다
MAKROMARKEZ (마크로마르케즈)
아이들 양말을 고르다 포기했다,
싸긴 한데 촌스럽고 사이즈가 안 맞았다.
커피는 종류가 별로 없었고 짜이나 애플티등의 터키식 차들이 더 다양했다.
터키의 마트엔 치즈는 많은데 상대적으로 우유를 찾기가 참 힘들다.
서양인들이 음식을 농축시켜 먹는 경향이 많은것에 이유가 있나 ?
우유를 버터나 치즈로
빵을 과자나 비스킷으로
고기를 햄이나 소세지로
국을 스프나 스튜로
설탕을 사탕이나 초코릿으로 쪼리다보니 조금만 먹어도 금방 영양과잉이 되버린다
나도 가급적 앞쪽 음식들을 먹으려고 노력하는데 터키를 보면 서양식 식단으로 많이 바뀐거 같았다. 그러니 아저씨나 아줌마의 허리는 날로 항아리가 되어가지
흐미. 내가 좋아하는 음료수코너.
맛보다 톡톡튀는 디자인 보는 재미
상당히 럭셔리한 병 콜라.
과일코너의 색감이 화려하면서도 포근했다
신기한거 몇 가지 사서 계산하니 31.7 TL (23,775원) 나왔다.
좀 더 다른곳도 구경할까 하다 오늘 밤에 이스탄불까지 가는게 좋을거 같아 고속도로를 찾아간다
오후 4:00
시내를 완전히 등지고 나왔는데 눈 앞에 바탕색만 다른 이스탄불 이정표가 두개 붙어있다. 이럴때 참 난감하다.
뒤에선 차들이 빠른 속도로 따라오고 있어 그냥 직진했다. 5분을 그렇게 달리다보니 직감에 이 길은 국도같은 느낌이 확 들었다. 여기서 이스탄불까지 410 km 다. 짧은 거리가 아닌데 국도로 간다면 오늘 밤 도착하긴 힘들게 확실하다. 아깝지만 다시 U-turn 해서 갈림길에서 이번엔 다른 길로 잘 빠졌다.
휴우 ~ 고속도로에 차를 얹으니 비로소 얼굴이 펴진다
그러나 안도감도 잠깐.
영하의 날씨에 도로는 살얼음판이고 해까지 저물자 기온이 더 떨어져 앞유리에 뿌린 와셔액은 뿌옇게 얼어버렸다. 오가는 차들은 대형트럭뿐이여서 스칠때마다 잡아채듯 차가 휘청거렸다, 시야까지 안 좋은 상황이 100 km 이상 이어져 가도가도 끝이 없다. 이 길을 국도로 갔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한겨울 강원도의 대관령 미시령 백복령 한계령...고개란 고개는 다 넘나드는 기분이다.
긴장하며 운전하느라 얼굴이 새까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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