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 1. 20:00ㆍTurkey 2010
오늘은 장거리 운전을 했으니 여기서 저녁먹고 일박을 해야겠다.
한국사람들이 많이 오는 곳이라 가이드북에 숙소에 대한 평들이 많다. 차로 돌아다니기 미안할 정도로 동네가 작아 숙소들을 찾기가 어렵진 않았다. 처음 간 곳은 사람도 별로 없고 썰렁해보여서 그냥 지나쳐서 두번째 찍어둔 무스타파팬션을 찾아갔다.
식당앞에 " 닭고기 볶음밥 원조 " 라고 가는고딕체 한글이 쓰여있고 태극기도 그려넣은 입간판이 반갑게 우리를 부른다.
가게 옆엔 프랭카드까지 !
차를 세우자 구레나릇이 덥수룩한 젊은이가 웃는 얼굴로 우리를 맞았다. 가이드에 나와 있는 사진이랑 달라 물어보니 친척아저씨라고 한다
" 제 이름은 오지랖입니다. 지랖 오라고도 하지요 ! "
우하하.
터키사람이 한국말을 하는것도 웃긴데 이름까지 지대로 토종이다
배가 고파 저녁거리로 뭐가 맛있냐고 물으니 다 좋다며
" 맛없으면 안 받아. 맛있으면 2 배 ! "
으하하하.
이 오지랖 걸짝인데 ?
난 생선요리를 시켜봤는데 밥위에 샐러드랑 조기새끼 한마리 얹어 나왔다.
터키에서 생선요리를 첨 먹어봐서 그런지 서로 먹여줄 정도로 맛있게 먹었다
빵 인심도 좋고 후식으로 오렌지도 갖다주었다.
오지랖은 식당일도 하고 팬션도 하고 관광가이드도 하고 여행사도 했다
달래 오지랖인가 !
저녁 잘 먹었으니 이제 잠자리를 정할 차례
오지랖이 하맘(터키식 대중탕)을 같이 할수있는 리조트를 추천했다,
그런데 현주는 한국인이 많은 여기 분위기가 좋은가보다. 지랖이가 자기네 팬션도 한번 보시라 해서 올라가 봤다.
지난번 악몽의 반디르마 오텔이 404호 였는데 이 방도 404호라서 찜찜했지만 60 TL 달라고 해서 싼맛에 여기서 자기로 했다.
" 방 맘에 든다 ? 안든다 ? " 오지랖이 재촉한다
" 맘에 들어요 "
" 맘에 들면 55 TL ! "
그 자리에서 5 TL 을 깍아준다. 요런 깜찍한 장사꾼 !
내 그럴줄 알았다.
여기저기 테이블에서 전기선을 끌어다 노트북을 하고 배터리충전을 할때... 펑 ! 하고 전기가 나갔다.
식당안이 껌껌해지며 일순 당황한듯 조용하다.
" Happy New Year ~ Happy birthday to lady "
오지랖이 큰 소리로 분위기를 일순 바꿔버렸다,
졸지에 한 여성이 새로 태어났다. 식당안에 모든 사람들이 웃고 생일 축하노래를 합창했다, 불은 다시 환해졌다.
오지랖 ! 난 인물이다.
요르단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 가족과 옆 테이블에서 만났다. 요르단공주 둘은 짱이랑 금방 친해져서 같이 컴퓨터를 하고 있다
오늘 저녁값 38 TL 방값 55 TL 합하면 93 TL 이다.
돈 달란 소리를 안하갈래 직접가서 100 TL 짜리를 냈더니 10 TL 을 거슬러준다. 3 TL 깍아준다며.
여러번 사람 놀래키는군.
본명은 Ismail Gumus 그를 절대 잊지 못할 것같다.
넓은 식당엔 한국인이 4팀 정도 있었고 서양사람 한팀과 국적을 알수 없는 동양인 한 팀이 있었다.
젊은 여자 셋 남자 한명으로 구성된 동양팀은 처음부터 이상했다,
우리가 밥먹을때 들어왔는데 등뒤로 우리음식을 계속 처다볼땐 일본사람인줄 알았다.
넓은 테이블을 차지한채 음식은 간단히 시켜놓고 큰 소리로 웃고 떠들땐 중국사람인줄 알았다
덩치는 조금 작은 편인데 피부나 머리카락으로 봐선 네팔이나 '방가방가' 사람같기도 한데
귀로 들리는 그들의 말소리는 분명 첨 듣는 언어였다, 아마 싱가폴인가 ?
결국 한여자가 유리컵을, 달궈진 난로위에 올려놔 컵이 깨지고 물이 지글거리는 푼수를 떨자 아예 관심 꺼버렸다.
●
파묵칼레의 야경이 보고 싶어 나왔다.
오른쪽에 포장된 산길로 하염없이 올라가니 Antique pool 로 이어졌다,
산위에서 바라보는 밤하늘엔 별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내렸다.
현주가 무서워 얼른 내려가자고 독촉하지만않았음 밤새 별빛에 취해있을 뻔했다.
밤에 동네를 돌자니 우리를 숙소 못 정한 여행객인줄 알고 손짓하며 들어오라고 한다.
어느 팬션앞마당에 장작불이 따뜻해보여 차를 세우고 보는데 한 남자가 달려나온다. 숙박할 것도 아니니 그냥 가는데 우리 차를 막 쫓아오며 불러서 좀 무서웠다.
방에 들어와 이불 뒤집어 쓰고 수첩에 오늘 하루를 정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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