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2. 31. 20:00ㆍTurkey 2010
PM 4시.
베르가마를 나와 이즈미르로 출발했다. 어제밤 하도 추워서, 오늘은 일찍 이즈미르에 도착해 따뜻한 숙소에서 쉬고 싶다.
해가 또 저무는 시간이라 남서쪽으로 내려가는 눈이 부셔서 괴롭다. 수원을 벗어나자마자 집에 놓고온 썬글라스가 그립더니 여행내내 불편할 줄이야
여기 시간 오후 5시면 은재가 집에 들어오는 밤 12시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더니 종종 보이던 전화부스가 안 보인다.
7분이 지난 후에 낡은 전화통이 보여 얼른 차 세우고, 한쪽 귀를 막고 악을 쓰며 통화한다.
- 엄마 나 지갑 잃어버렸어
- 엉, 쿠키(강아지)는 잘 있냐 ?
- 딸 걱정은 안하고 강아지부터 물어봐 ?
은재가 단단히 삐졌다.
돈을 잃어버렸어도 자식 목소리 듣는 것 만으로 부모는 안심된다는 걸 자식이 알리가 없지.
한참 운전했는데 나오라는 중심지는 안 나오고 막다른 바다다. 갓길에 차를 세우고 지도를 핀다
Izmir (이즈미르)는 저 바다 건너편인거 같은데 이쪽 지역부터 아주 넓게 도시가 형성되어 있다. 터키에서 큰 도시순서로 이스탄불, 앙카라, 이즈미르, 부르사니까 3위네.
다행히 차가 말리는 시간이라 도로표지판을 자세히 볼수 있었는데 Izmir 라는 글자는 안 보이고 낯선 지명만...
서울 속에 들어와 광화문 종로 이정표를 보며 왜 서울 이정표는 없냐고 묻는 격이다.
바다를 옆에 끼고 큰 빌딩들이 보이는 곳으로만 차를 몬다.
바다건너 따개비처럼 붙어 반짝이는 야경이 아름답지만 멍청한 카메라눈엔 이렇게만 보였다
대도시답게 상가들이 늦은 저녁까지 환히 불을 켜놓고 장사를 하고 있고 길거리 사람들 때깔이 다르다
거대한 차량의 흐름에 휩쓸려 가다가 길을 묻는다고 경찰관 옆에 차를 세웠는데 우리를 힐끔 보고도 올 생각을 안한다.
대신 지나가던 중년신사가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이탈리아 경찰놈들은 건방져서 뭘 물어보면
" 난 영어 모른다. 아쉬우면 너가 이탈리아 말 하던지 ~ " 하는데
터키 경찰놈들은 게을러 터져서 대꾸도 안한다. 외국인에게도 저정도면 자국민들에게 얼마나 권위적이고 복지부동인지 안 봐도 비디오고 실지로도 그랬다
한 호텔앞엔 차를 세울수가 없어서 다른 호텔을 찾아간다,
현주가 내려서 알아봐 주면 좋겠는데 도통 내릴 생각을 안한다. 외국에서 밤에 숙소 한번 정하려면 몇군데를 들리게 되는데 얄밉게도 한번도 안 도와준다
Kordon Otel
240 TL 달라는걸 깎아서 220 TL (165,000원) 줬다
미주쪽에선 Triple Room 은 보통 더블룸에 Extra bed 하나 더 넣어주고 땡이다. 요금도 룸하나 가격에 추가요금 조금 받는 식이다.
유럽쪽은 정식 베드를 3개 제공하고 두당 요금을 받는다. 그래서 더 비싸다.
터키는 중간이다. 써비쓴 American Style 가격은 Continental Style
프런트맨이나 도어맨이나 발렛파킹맨까지 웃는 얼굴로 써비스하며 서로를 Friend 라고 부르는 모습이 보기 좋다
안내된 객실은 터키에서 본 호텔중 가장 모던하고 깨끗했다
룸써비스가 와서 짱이 엑스트라 베드를 조립설치한다. ' 도와줄까 ?' 물으니 괜찮다고 혼자 낑낑댄다
끝났다고 가는 청년 잡고 2 TL 팁을 줬더니 생각치 않은 돈을 받았는지 엄청 감격한 표정이다
터키에 팁 문화가 아직은 정착하지 않은거 같아 다행이다
♪ 희미한 가로등아래 ♬
- 트롯트가 절로 나온다.
부둣가엔 사람들이 오가고 검은 바다건너 밤하늘에 은하수처럼 길게 반짝이는건 우리가 지나왔던 건너편 시가지
오늘 짱이가 베르가마에서 본 플뜯는 당나귀가 되게 인상 깊었나보다. 아스클레피온 앞에서 기념품을 산다더니 요걸 사왔다.
다른 사람눈엔 아무것도 아니지만 짱이에겐 사연이 있는거라 애지중지다
현주랑 짱이가 자꾸 욕을 한다.
당나귀의 터키말이 " 애새끼 ! " 란다.
오늘의 피로를 따뜻한 홍차 한잔에 녹이고 달콤한 과자하나로 행복해진다.
단 잠을 자고 있는데 어디서 대포 소리가 난다.
전쟁났나 잠 깨보니 폭죽소리다. 오늘이 2010년 마지막 날이고 자정이였구나.
일어나 구경하고 싶지만 몸이 안 일으켜진다.
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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