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세계 최초의 병원, 아스클레피온

2010. 12. 31. 14:30Turkey 2010





공중전화에서 우리는 헤어졌다

 

매표소 창 넘어 남자얼굴에 표정이 하나도 없다, 관광객이 이렇게 없으니 딱 봐도 매상 죽쑨듯' 니 병부터 고쳐라 ' 속으로 말해주고 15 TL (11,250원) 내고 Asklepion 으로 들어갔다, 

 

혼자라도 아스클레피온에 들어가는건, 이 곳이 지금까지 유적으로 남아있는 세계최초의 병원이라는데 사람을 고치는 한의사로서 인류의술의 초기단계를 느끼고 싶었다.

B.C 4세기부터 A.D 4세기까지 운영되었으며 서양의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히포크라테스가 여기서 진료했다는 썰이있다 

굳이 썰이라고 강조한건 어느 문헌엔 그리스사람인 히포크라테스의 고향섬에도 아스클레피온이 있었고 거기 근무했다는 기록이 있기 때문이다

 

아래 파란색 글은, 그 당시 아스클레피온 시설을 참조하여 쓴 소설이다.

' 나는 오늘 이병원에 온 환자다 ' 상상하며....


- 병명은 모른다.

   그러나 언제부터 생긴지는 뚜렷히 기억난다.

   폭우가 내리던 날,  번개를 맞은 원형극장이 허물어져 우리 마을을 덮쳤다

   장작더미 위에 동네 사람들의 시신을 쌓아놓고 태우던 날 밤부터 악몽 때문에 잠을 잘수가 없었다 

   아탈로스왕은 자비로우시게도 우리같은 병자를 고쳐내라고 아스클레피온에 명하셨다 





- 병원 정문을 들어서니 '성스러운 길' 이라는데 내 눈엔 꼬부라진 길이다.

   바쁜 사람들은 풀밭을 질러 갔지만 난 힘들더라도 꼬부라진대로 따라 걸...으면 나을라나 ?




- 숲을 벗어나니 지붕을 씌운 회랑이 길게 벌판으로 나있다.


- 회랑끝에 간이 진료소가 있었다.

   여기 온 연유를 예기하니 나에게 더 들어가라고 한다. 꾀병환자들은 여기서 다 막고 있었다

   회랑은 좌우 양쪽으로 나눠졌고 점점 넓어지고 화려해진다.  병원이 아니라 궁전인가보다.

   갑갑했던 가슴이 다 후련해지고 행복해진다.   


- 갑자기 불안하고 미안한 마음에 뒤를 돌아본다,

   산아래 우리동네가 보인다.

   " 애들과 마누라는 그 동안 뭐 먹고 사나...  다시 건강하게 살아 돌아갈 수 있기를....


- 그래도 돌틈에 뿌리를 내리고 아름다운 꽃을 피운 코스모스를 보니 희망과 용기가 생긴다. 


- 긴 회랑길 끝에 마침내 병원에 도착했다.

   계단을 내려오니 하얀 대리석으로 바닥을 깐 중정으로 들어섰다


- 중정 한가운데 대리석기둥엔 뱀이 허물벗는 모습이 새겨져 있다.

   예로부터 뱀이 허물을 벗는건 병이 나아 환생하는 거랑 같다던데 내 몸도 다시 환생하고 싶다

 

* 이후에 서양의학에서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뱀이 지팡이를 기어오르는 형상-는 중요한 의미를 띄게 된다.




- 돌 계단을 내려와 병원건물 아래로 날 데려가더니 


- 긴 복도를 지나 여러명이 같이 쓰는 병실을 보여주었다.

   이런 방들이 어두은 복도를 사이로 셀수없이 많았다.


- 하루에 한번은 성스러운 샘에 가서 목욕을 해야 한다

   한번이라도 거르면 같은 방에 사람들이 병원에 일러바쳐 3번 어기면 쫓겨난다.



- 병원은 언덕위에 남향이어서 볕이 잘 들고 따뜻했다.


- 병원옆 극장에서 공연이 있는 날에는 병원 사람들이 다 모였다.

   연극을 하기도 하고 악기를 들고와 연주도 들려주었다.

   동네 잔치처럼 설레이고 공연이 끝나면 마음이 더 치유되는거 같이 꿈도 안 꾸고 잘 잤다 




- 낮에 한가할때는 병원 마당 풀밭에 누워 햇볕을 쪼이고 예쁜 꽃 향기를 맡으며 쉰다.


- 버섯을 발견했다. 다음날 넒은 마당을 다 뒤져도 찾을수 없었다. 누가 뽑아 갔나보다.  


- 뒷동산에는 소와 양들이 한가롭게 노닐고 가끔 목동의 휘바람소리가 들려왔다

   나도 빨리 퇴원해서 저 사람처럼 일을 할수 있기를 ...


- 병원옆엔 도서관이 있어서 낮에는 자주 가서 책을 봤다

   처음엔 양피지냄새에 구역질도 났지만 점점 신들의 그림과 신화들에 빠져들었다




- 우리 병원은 이렇게 생겼다.


- 진료실로 가는 길은 계단을 내려가 어두운 복도를 가로질러 가야 했다


- 계단옆으로 난 구멍엔 물이 쉼없이 흘러나왔다.

   난 진료받으러 갈때 이 물소리가 참 듣기 좋다.  마음이 차분히 가라 앉았다.


- 복도를 걸어갈땐 뚫린 구멍으로 파란 하늘도 보이고

                                              격려해주는 사제의 축도도 들리고

                                              아로마향도 스며들었다

   난 이 복도를 지날때마다 속세에서 신의 땅으로 가는 기분이 들었다


- 큰 진료소에 들어서면 히포크라테스 의사선생님을 기다려서 만났다.

   내 아프고 병든 몸을 진심으로 걱정해 주셔서 하루하루가 나아졌다.



- 꿈을 꾸면 매일 아침마다 신관에게 자세히 말해주었다.

   신관은 꿈해몽을 해주었고 의사선생님에게도 그 내용을 전달해주었다.

   점점 꿈에 시달리는 일이 줄어들고 잠을 잘 자서 아침에 개운했다.


- 나무들이 줄서있는 곳은 화장실이다.

   멀리 있어서 급할땐 불편하지만 냄새가 여기까지 안 오니 좋다.


- 병원건물 북쪽엔 아스클레피오스신전이 있었다, 

   이 신전에서 하룻밤이라도 자면 병이 다 낫는다던데 문지기는 매정하게도 달이 뜨면 문을 잠갔다.

   난 밤마다 이 신전 둘레를 졸릴때까지 돌며 기도했다

   " 이폴론의 아들이자 치료의 신이신 아스클레피온이시여 !  저를 굽이 살펴주소서 "


- 이제는 몸이 많이 나아져 병원 친구들과 아랫동네까지 갔다오곤 했다.



- 오는길에 술 한잔씩은 못하고 잣즙을 건배하는게 우리의 낙이다.

 

   나는 그렇게 봄을 보내고 여름이 되자 몸이 회복되어 퇴원한다

   아크로폴리스를 바라보며 성그러운 길을 다시 돌아 나가는 두 발에 힘이 붙는다.


- 요즘도 일하다 가끔 아스클레피온을 내려다보면 고향같이 맘이 포근해진다.


참 !

아스클레피온을 나올때 뚝방위로 올라갔는데 들판너머에 군부대가 보였다.


탱크도 일렬로 주차되어 있어서 사진은 조심해서 찍으시길...



난 아스클레피온을 둘러보고 현주랑 만나기로 한 기념품점쪽으로 가고 있다

자잘한 돌이 깔린 길은 바짝 메말라 걸을때마다 허연 먼지가 폴폴 났다

 

풀썩도 아니고 발라당 !

갑자기 육중한 몸이 공중부양을 하더니 등짝부터 땅바닥에 패댕이 쳐졌다. 눈앞엔 퍼런 허공만 보이는데, 너무 황당해 아픈 줄도 모르겠다

옷을 털어도 털어도 석회같이 고운 먼지들은 바지에 완곡하게 달라붙어 버렸다. 수천년동안 이 길을 걷고 이 땅에 묻힌 영혼들이, 떠나는 날 땅속으로 끌어 당겼다고 지금도 생각한다 

 

쪽팔림을 안고 주차장쪽 기념품들이 쪼르르 붙어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현주가 상인들과 화기애애하게 웃고 떠들다 날 보더니

  " 형 아무래도 인사해야 할거 같은데 ?  "

다행히 내 덤블링 쑈를 아무도 못 본게 틀림없다,행색이 말이 아닌지라 반인사하고 얼른 화장실가서 땀과 흙묻은 바지를 씻어내고 나왔다

 

짜이 대접한다고 해서 물 한병달라고 했다. 애플티 한잔, 담배 한개피까지 얻어 먹었다.

젊은애가 자갈길위에서 위험하게 오토바이를 타고 있다. 자기 동생인데 터키에서 모터사이클 선수로 몇위안에 든다고 하던데 이나라 남자들 워낙 뻥들이 심해서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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