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슬럼가에서 길을 잃다.

2010. 12. 26. 18:00Turkey 2010






오후에 잠깐씩 호텔에서 쉬고 다시 나오니 하루가 이틀같고 날짜가 혼동되기 시작한다.


저녁을 먹으러 느즈막하게 시내로 나왔다. 5시쯤 일찍 해가 떨어지면 시내는 순식간에 파장분위기다.  상점들이 대부분 문을 닫고 거리에 인파도 사라져 가뜩이나 추운 여행자를 더욱 움추리게 만든다.

 

터키음식이 고급스럽진 않더라도 좀 깨끗하고 좋은 곳에서 먹고 싶다.

조명이 근사한 호텔앞에



불을 환하게 밝힌 식당이 보였다.

간판에 이스켄다르 케밥이라고 쓰여있어 구미가 땡겼다







Acili Ezme 가 당연히 기본으로 깔리고 

짱이껀 Kashasili Kasarli Pide . 피자보단 좀 못생겼지만 맛은 더 좋다.




난 Lahmacun.  

터키음식중 라흐마준이 왜 다른 음식보다 싼지 모르겠다.  양도 그런대로 괜찮고 맛도 좋은데 가격은 반 정도.


현주는 같이 나오는 빵에 속아


Pilavustu Doner Kebapi 을 시켰다. 내가 대신 먹어주느라 과식했다.


디저트로 달콤한 쌀 푸딩  Firin Sutlac      총 40 TL (30,000원) 나왔다.






이 요리사도 열심히 음식을 만들다가


또 한 구석에서 기도를 올린다. 신앙심은 여느 종교보다 강했다



어딜가든지 가족사진 찍어주겠단 사람은 넘쳐난다.

찍히고 싶지 않아도 웃어야 한다. 이 순간엔...


느긋하게 저녁을 먹고 나왔는데도 시간은 6시 20분밖에 안됐다.

간간히 지나가는 사람들을 상대로 길가에 옷가지를 내놓고 파는 사람들, 행인보다 상인이 더 많다.

그 속엔 중학생정도 밖에 안되보이는 애띈 녀석도 보인다. 대견하다는 생각보다는 측은지심이 먼저 생겼다




차들이 거의 없는 도로를 달렸다.

술탄아흐멧 거의 다다르니 차도가 슬그머니 사라지고 우회전 골목길로 수렴한다


시장안쪽 골목길을 이리저리 쑤시고 다니다 막다른 길에서 차를 돌리는데 어느 젊은 남자가 지나가다 차를 봐준다. 앞으로 좀 더 빼도 된다고...

그러더니 이내 손을 내밀며 돈을 요구한다.   '미친놈'이란 말 밖엔 줄게 없다. 사진의 길 끝에서 생긴 일이다


백발노인이 가게옆에서 좌판을 펼치고 부동자세로 앉아있다

추워서 얼어버린줄 알았다.




조그만 가게에 들어가 밤에 먹을 군것질거리와 생수와 짱이가 좋아하는 에그몽을 샀다.  6.25 TL

우리는 이네들 생필품과 과자구경이 쏠쏠하게 재밌는데, 가게안 일꾼들은 우리를 구경하느라 재밌다.


다시 오던 길로 나왔는데 느낌이 영~ 좋지 않다.

직감적으로 위험신호가 켜진다.  데프콘 쓰리.


큰 길을 찾아 나가야 하는데 일방통행에 걸려 점점 더 좁은 골목길로 들어와버렸다

 

차 한대 지나갈 좁은 길

담위에 쭈구려 앉은 사내.

우리를 빤히 처다보며 오는 사람들.

검은 차도르를 걸친 여인들

창문에 희미한 불 켜진 길가집

담배연기 자욱한 짜이집에 남자들만 잔뜩 앉아있고

이런 슬럼가에 꼬마애들은 축구를 한다고 설쳐댄다

 

아래 사진의 거리는 어제 낮에 인터넷 전화하려고 주차했었던 곳인데 밤이 되니 이렇게 무서운 골목이 되었다.


차 안이라서 그나마 보호받는 느낌이었지만 만약 저 골목들을 걸어다녔다면 봉변당했을듯.

이건 뭐 범죄의 사파리도 아니구...

렌트카의 폐단중에 하나가 자세한 정보없이 아무대나 쑤시고 다니다보니 우범지대같은 곳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이탈리아 나폴리 스페인구역이 그랬고 캐나다의 로스랜드 지역은 지금 생각해도 머리가 쭈삣하다.


우왕좌왕 온길 또 돌다 간신히 환한 대로로 나왔다.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길에 조그만 식당이 문을 열고 있다. 식당이 반갑긴 첨이다.


그제서야 옆자리에서 살아있다는 소리를 낸다.

아까 저녁메뉴를 잘못 선택하여 거의 못 먹은 현주가 긴장이 풀리니 배가 고픈가보다.

기다란 치즈빵이 1.25 TL이었다  (938원)  싸면서도 맛있다.



맘 놓이고 배부르니 거리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불켜진 안전한 곳으로 산책하다


조금만 들어가도 어두운 골목이라


얼른 숙소로 차를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