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1. 17. 10:00ㆍItaly 2005
아침을 먹으러 1층으로 내려왔다.
로마를 기준으로 남부는 영상, 북부는 영하가 확실하다
식당안에는 한 남자가 구석에서 커피를 마시며 신문을 보고 있다.
배둘레햄 아줌마가 뭘 마실거냐고 묻는다. 표정하나 없이 굳은 얼굴에 굵은 목소리로...
카페라떼 한잔 놓고가며 빵있는 곳을 가리킨다. 떨리는 몸을 녹여주기엔 따뜻한 커피도 역부족이다.
그때 30대 중반쯤 보이는 여자가 들어와서 일을 거든다. 와르바시(와리바시)같이 마른 몸에 약간 노출있는 옷을 입고, 진한 화장을 했다. 빵을 가져와 현주 갖다주고 나도 하나 먹고...肝에 기별이 안가 하나를 더 갖다먹었다. 햄은 고사하고 계란하나 씨리얼하나 없다. 큰 호텔도 아니고 길가 싸구려 모텔의 아침식사니 큰 기대는 안한다.
와르바시가 우리를 자꾸 흘낏거리며 배둘레햄에게 귓속말을 하고 있다. 여행자에겐 생존본능의 직감이 생긴다. 존말인지 씹는 소린지....불쾌해진다.. 저런 레즈같은 것들이 뭐라고 씨부렸쌌노 ? '
일어나 방으로 가려는데 배둘레햄이 나를 부르더니 볼펜으로 5유로라고 휘갈겨쓴 종이를 내민다.
- 아침식사 포함이라며 ? 어제 숙박비 계산할때 그랬잖아
- 빵값 !
- 뭐야 ~ 18 (나 원래 욕 잘한다)
- 한 사람에 빵 하나다. 아까보니 너 두개 먹더라 ?
- 빵은 셀프아니냐 ? (이 상황에선 Free 가 맞는데 엉떨결에 Self 가 튀어나왔다)
- 아니다.
- ...
더 싸울수 있었는데 배둘레햄 덩치로 봐선 펀치력이 초강력UltraPower일거 같아 더럽고 치사해서 주고 나왔다.
* 저 여자가 베둘레햄이다.
요따구로 야박하게 여행자 등치는 곳이 또 한군데가 기억난다. 그 다음 해에 간 빈치마을-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고향-에서도 방심하고 있다 똑같이 당했다. 다른 숙소도 다 그렇다면 이해가 되는데 요 두곳만 일인당 빵하나다. 이건 뭐 군바리 건빵도 아니구 ~!
느그들은 조막만한 빵 하나로 충분한가보지. 배꼬래 큰 내가 참는다
모텔뒤 주차장에, 지구를 몇바퀴 돌다가 제 수명을 다 한 친퀴테레를 발견했다.
간밤에 묵은 모텔. 강력히 비추합니다
마당엔 안개가 얼어 서리로 내려있다. 춥긴 추웠군 !
원래 꼬모호수를 가보고 싶었다. 그런데 안 사람이 어깃장을 놓는다.
그래서 지도를 펴보니 가는 길에 꼬붕(←[일본어]Gobushi[子分])호수가 눈에 띄었다. 그곳이 이세오 호수 (Lage d'Iseo)
터널을 나오니 호숫가따라 조그만 동네가 조용히 누워있다. Iseo
옛날 호수에 그물을 내려 먹고 살던 이 동네가 지금은 전 세계를 호령한다. 뭘로 호령하냐구 ?
꼴대 그물망 ㅋㅋ
그물손질하던 사람들이 먹고살게 없으니 축구골대 그물망을 짰다. 얘내들 손은 마이더스인가, 손만대면 다 명품이다. 월드컵 공인 그물망으로 채택되고 고급시장을 싹쓸이 했다, 지난 한일월드컵때도 우리나라 골대에 이 촌구석에서 만든 그물망을 씌워야했음은 물론이구.
호수 한가운데에 산같은 섬이 있다. Monte Isola
굳이 이 구석까지 찾아온 이유가 있다,
호수 옆 Marone 동네뒷산으로 5km정도 올라가면 Cislano(치슬라노) 라는 마을이 있는데 이 마을에 '숲의 요정들' 이라는 기이한 바위조각들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마로네마을을 지나쳤는데도 길을 찾을수 없어 다시 내려오며 할아버지에게 물어보니 낡은 건물뒷편을 손짓한다.
남의 집 앞마당을 지나, 좁은 골목길을 요리조리 빠져나와 구불구불 산길을 오르다보니 어느덧 마로네마을이 저 아래로 내려다 보인다.
날은 흐린데 곳곳엔 눈이 그대로 얼어붙어 있고 지나다니는 차하나 없는 산속으로 점점 들어가고... 허연 속살을 보이며 패인 계곡에 이상한 바위들이 보인다
차에서 내려 자세히 보니 마이산 돌탑같이 생긴 기둥이 여기저기 솟아있고 그 위에 검은 바둑돌을 하나씩 얹은 형상이 보였다.
숲의 요정들~? 숲! 의! 요! 정! 들~ ? 피씩 웃음이 난다.
뭐 좀 신기하긴 하지만 터키 카파토키아랑 비교하면 이건 뭐 나이아가라 폭포앞에서 오줌누는 격이지
이왕 베린 눈...산꼭데기까지 올라가서 치슬라노 마을 한바퀴 돌고 내려왔다.
경사진 산비탈에 포도밭이 간간히 보이고 우리나라 강원도 여느 동네같은 느낌
물안개의 겨울호수가 나름대로 분위기는 있었다,
안사람이 추운데 자꾸 나오란다고 화를 버럭낸다
' 니도 짜증나냐 ? 내도 짱난다 ! '
얼른 시동걸고 MILAN으로 차를 몰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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