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제호프성 Schloss Seehof

2023. 9. 8. 20:30Germany 2023

6. 25. 일. 저녁

 

안으로 들어가자 여긴 첨 잘못 간 Gasthof 하곤 분위기가 완전 달랐다. 손님이 없고 무표정한 여직원이 어리버리해보이는 남자에게 체크인을 넘겼는데 남자에게 대낮부터 술냄새가 풀풀났다. 수속 밟고 주차장 알려준다며 자기를 따라 오라며 밖으로 나가 한참을 동네 끝까지 걸어갔다. 중간에 현주를 태우고 그 남자를 따라가자 블럭을 빙 돌아 동네 뒤 넓은 공터 주차장까지 오며 자기도 힘들어 헉헉댔다. 주차하고 가보니 객실들이 3층 연립처럼 지어진 숙소 뒷편이었다.

 

더 안으로 한참 따라 들어가 복도끝 방으로 가보니 너무 후져서 말이 안 나왔다. 완전 낚였다. 독일여행 마지막 숙소라 젤 기대하고 신경써서 예약했는데...

 

전망도 없고 어제밤 묵은 Allee 호텔과 가격은 비슷한데 내외부 환경이 하늘과 땅 차이.

현주가 혼자 차에 짐 가지러 가서 내가 현관문 열고 기다렸다. 방에 짐 다 옮기고 더워서 쉬는데 겨드랑이가 다 젖었다,

여기가 좋은 곳이라고 최면을 걸어보려고 노력중.

 

현주가 저녁 먹으러 나가자며, 아까 첨 잘못 들어간 레스토랑이 어떠냐고 묻길래 나도 좋다고 했다.

문 걸어 잠그고 나와보니 식당뒷마당에 손님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아까 술태백 아저씨가 우릴 보고 다가와 ' 방 어떠냐 ' 고 묻길래 칭빆으로 볼게 없다고 했더니 어쩔 수 없다는 제스처를 쓰며 ' 눈은 안 부셔 잘 잘 수 있다' 고 함,

골목을 통해 큰 길로 나오는데 서빙로봇이 싣고 가는 음식냄새는 맛있어 보인다. 

 

로봇 다니게 경사로길을 만든 아이디어.

 

천천히 걸어감

 

이름이 비슷한 첫 레스토랑

 

식당입구 야외자리는 남자들이 담배를 피고 있어서 안으로 들어가니 3테이블 정도에 손님이 식사중인데 안마당엔 손님들이 벌써 가득차서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엔 손님이 없는 줄 알았는데 동네 사람들 저녁은 다 외식인듯.

 

 

 

 

 

영어메뉴판을 달랬더니 레노버탭을 가져다 준다. 안경을 안 가져와 현주가 대신 읽어주는데 컴맹이라 버벅대서 내가 적어간 음식종류를 여직원에게 물어보며 주문.  현주는 감자전요리, 난 돼지요리 3종류 다 없다고, 대신 어께뼈 요리 있대서 그거 주문.

 

제로슈가 콜라를 주문했더니 pepsi light 를 갖다줘서 light 라는 걸 첨 암.

 

여직원들이 다 헤비급인데 친절하고 일하는게 잽싸서 기분좋다.

 

음식이 금방 나왔다.

독일에선 주문도 밀리고 조리도 느리고 한참 기다려 번호 뜨면 당첨되듯이 먹을 수 있는 버거킹 같은게 슬로우푸드고, 고기 다 삶아놓고 양배추 다 삶아놓고 감자전 다 부처놓고 주문들어오면 접시에 담아 내주기만 하면 되는 이런 독일전통요리가 패스트푸드다.

 

옆 할머니팀이나 중년부부는 식사마치고 나가며 인사.

 

맛은 있었으나 나중에 숙소와서 물 엄청 들이켰다. 독일 전통음식은 우리 입맛엔 별로였다,

독일놈들은 물도 석회석이 녹아 있어 짜고 허옇게 끼던데 음식들은 왜 이렇게 짜게 해 먹는지.

39 e 넘게 나와 40 e 결재해주고 나옴. 

저녁까지 먹었는데도 태양은 아직 늦은 오후같다. 우리 숙소도 뒷마당에 식사손님이 꽤 있다. 첨 식당보다는 적음.

 

동네 근처에 호수나 가보려고 차 타고 나왔는데 대충 익힌 약도라 10여분을 달려도 호수가 안 보임. 

 

다른 동네에 차 세우고 네비 클릭해서 가다보니 호수는 못 찾고 한국에서 봐둔 제호프 (Seehof) 성으로 향하게 됐다.

이 시간에 주차장에 왠 차들이 이리 많지 ?

 

성 주변으로 누런 밀밭이 황금물결을 이루고 있다,

 

입구로 들어가자마자 얕은 언덕위에 귀족저택같은 성이 보였다,

 

베르사이유나 유럽 왕궁보단 작지만 결코 작지도 않은

얼핏 보면 수수하지만 자세히 보면 문양이 상당히 화려한 기교로 그려진, 

돈을 안 들인거 같지만 돔위에 또 원형 돔을 올리고 성 주변 정원에 상당히 공을 들인 흔적들이 보였다

 

그런데 입구 바로 옆에 테이블을 갖다놓고 쥬스와 와인이 담긴 컵들, 젊은 남녀직원이 있었다. 

무슨 행사를 하는거 같아서 멈찟하며 ' 들어가도 되냐 ' 고 물으니 뭔 개소린가 하는 표정으로 고개만 끄떡였다.

 

행사장 치고는 좀 이상하게 사람들도 안 보이고 조용한데 어디선가 클래식음악소리가 들려온다. 스피커로 백뮤직을 틀어놓았나 생각했는데 현주가 밝은 톤으로 속삭였다,

" 연주회가 열렸어 "

 

가보니 넓은 홀안에 청중들이 맨끝자리까지 가득하고 앞에선 교향악단이 연주를 하고 있었다,

 

예상치 못한 생경한 상황에 흙길을 조용조용 걸어

 

 

 

 

 

 

계단에 앉아 음악감상을 하고 있다

 

열린 창밖으로 음악소리가 생생하게 들려와서 감상하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그런데 아쉽게도 연주가 금방 끝나고 사람들의 박수소리가 들려왔다,

 

 

 

 

잠시후 사람들이 밖으로 나오고 일부는 창문을 넘어 나오고 있다,

 

사람들이 공연끝났으면 다 귀가해야 하는데 안 가고 주변을 사성이거나 음료를 가져다 마시며 삼삼오오수다를 떨고 있다,

순간 현주랑 Hi, Five ! 손벽을 마주쳤다. 인터미션 (intermission) 이었던 것이다

 

아들과 함께 온 한 아줌마에게 '무슨 공연이냐' 고 물으니 Sedici 라고 팜플렛을 보여주는데 뭔지 잘 모르겠다.

배쌱 마른 아가씨에게 ' 무료관림이냐 ' 고 물으니 얼마라고 하는데 못 알아듣겠다. 유료인건 확실.

 

사람들 또 순식간에 진공청소기처럼 홀에 다 빨려들어가고  석양이 길어지는 정원에 우리랑 클래식 음악만이 남았다.

 

현주 음악에 취해서 주변 산책

 

 

 

 

음악홀 바로 옆에는 레스토랑이 있었다. 낮에 가벼운 음식과 차를 팔길래 내일 점심 여기와서 먹기로 ...

 

넓은 정원끝까지 울려퍼지는 연주를 들으며 산책하는 환상과 감동의 시간.

 

벤치에 앉아 쉬고 있으니 후반 30여분의 연주도 끝이 났다. 

사람들이 나와서 주차장으로 향하거나 아쉬운 사람들은 정원을 산책하기도 하고 클래식을 즐기는 독일인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몇몇 여자들이 한 연주자주변에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사인을 받고 있었다, 현주도 받고 싶다길래 메모지와 볼펜을 쥐이주니 거기 끼어 싸인 받아옴

 

현주 사인해주는 남자 ' 뭥미 ? ' 하는 표정.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의 사인 받고 신난 현주

 

오늘 저녁 잊지못할 황홀한 세런디피티 (serendipity) 였다. 이번 독일 여행에서 발레공연이나 클래식 연주회를 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소원이 이아루질줄이야

 

그동안 고생했던 차에게도 기념사진 한장 남겨주고

밤 10시가 다 되어 가는데 창밖으로 손님들 말소리가 들리고 욕실가면 자동으로 FM음악방송이 흘러나온다, 욕실은 나름 깨끗하고 쓸만했다. 샤워하고 나오니 현주가 고래배해체한듯 온 방안에 짐을 쫘악 깔아놨다. 내 가방을 비우라는 어명이 떨어졌다,

TV에서 바이올리니스트 Anne Sophie Mutter 특집방송이 나오고 있다. 63년생 독일 출생.. 현주는 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난 여기와서 첨 그녀를 만났다.

어제 오늘 여행 막바지에 클래식음악에 푸욱 빠진 날이다.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