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8. 22. 15:10ㆍGermany 2023
6. 15. 목. 저녁
예쁜 기아차
직진길에서 좌측으로 살짝 빠지자 한적하고 아름다운 가로수길이 나타났다
우측에 노란 호엔슈방가우성 (Schloss Hohenschwangau)이 보였다.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진입길 좌우로 넓은 주차장이 몇개나 있고 늦은 오후인데도 차들이 많이 주차되어 있어서 유명관광지라는 실감이 났다
드디어 노이슈반슈타인성이 보이는 넓은 광장에 도착했다. 왼편으론 주차장, 오른편엔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줄이 있고 난 네비에 표시대로 그 사이 난 길로 들어섰다. 백여미터쯤 갔을때 도로를 다 파헤쳐 놓고 그 뒤로 바리케이트가 떡하니 막고 있다. 현주가 내려 살펴보더니 옆으로 가는 길이 있다고 한다. 현주를 다시 타라하고 파헤처진 길로 내려와 오른편으로 차를 올려보니 남의 공장 마당이었다. 어쩔수없이 목적지방향쪽으로 가자 공장 옆으로 우리가 갈 도로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계속 직진. 차선도 없는 좁은 길을 가다 순례자같은 행색의 아줌마를 마주쳤다. 우랄 스처가며 인사를 한다. 그리고 몇분쯤 갔을때 네비가, 이젠 차로 갈수 없는 길이니 도보로 가라고 표시했다. 그 방향을 보니 진짜로 차가 갈 수 없는 오솔길이 보였다. 한국에서 미리 조사한 호텔은 분명 그 앞까지 차가 갈 수 있는 오르막 도로었는데 여긴 평지고 뭔가 잘못되었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차 시동을 끄고 최대한 차분해지려고 노력하며 구글지도를 자세히 살펴본다. 예약한 호텔 앞으로 분명 도로가 표시되어 있는데 역추적하며 훑다보니 중간에 길이 끊어져 있었다. 네비가 그 길을 안내하지 않은 이유 같았다. 현주에게 폰을 들게하고 왔던 길을 다시 돌아나갔다. 공장으로, 공사도로로 해서 다행히 광장에 다시 도착. 지도를 넓게 보며 방향을 확인하고 아스팔트깔린 곳으로만 가는데 내 뒤로 택시가 바짝 붙길래 일단 안심이 됐다. 휘어진 산길을 올라 좀 더 가자 삼거리가 나타났다, 이 지점이 구글지도애 뭉개져 버린 곳이다. 버스 한대가 오른편으로 가고 난 호텔 방향인 왼편을 선택해 올라가는데 왠 흑인청년이 갑자기 나타나 길을 막는다. 차가 못 간다는 것이다. 첩첩산중이다.
' 슐로스 레스토랑 예약했다 ' 며 장애인표지판도 보여주자 ' 티켓을 보여달라 ' 고 한다. 그런게 었을리가 없어 ' 호텔을 예약했다 ' 는 말만 하자 흑인청년이
" china ? " 라고 대뜸 물었다. " korea " 라고 하자 " 너 말을 못 알아듣겠다 " 며 웃는 얼굴로 길을 비켜 주었다. 오르막산길을 한참 올라가자 드디어 내가 예약한 숙소가 반갑게 얼굴을 내밀었다
차들이 몇대 주차되어 있길래 그 뒤에 대고 짐을 내리며 근처에 한 남자에게 호텔 입구를 물었다. 빙 돌아가라고 손짓하며 차는 갈 수 없다고 덧붙였다. 숙소건물 지하 창고같은 문을 열고 들어가는걸 보나 여기 직원인듯.
현주가 먼저 앞장서 가고 나도 언덕길을 올라가는데 레스토랑 의자들이 다 엎어져 올려있고 실내는 불이 꺼져 있다. 더 뒤로 돌아간 현주가 ' 여기' 라며 날 부른다
하얀 문하나가 있고 호텔 뭐라고 적혀 있을뿐.
그때 누군가가 문을 열고 들어가길래 우리도 얼른 안으로 따라 들어갔다. 한 남자애게 호텔을 묻자 윗층을 손짓하며 잠깐 기다리라고 하고 지하계단으로 사라졌다. 우리가 좁은 복도에서 당황한채 서 있자 뚱뚱한 남자가 우리를 데리고 다시 문밖으로 나가서 인터폰을 누르고 대화하더니 나에게 이야기하라고 한다. 내 예약된 이름을 말하자 인터폰너머에서 처음엔 못 찾고 몇번 확인하더니 다시 뚱뚱한 남자랑 독일어로 몇마디 대화후 넘버패드에서 4자리 숫자를 누르자 옆에 작은 번호함 하나가 열리고 그 안에서 열쇠를 꺼내 주었다. 그제서야 안도의 숨이 나왔다
뚱뚱한 남자가 앞장서 우리를 다시 데리고 들어가 " 도와줄까 ? " 묻더니 큰 트렁크를 불끈 2층까지 올려주고 내일 조식, 공용 욕실과 화장실 위치등을 알려주었다. 큰 은인을 만났다.
방에 와 제 정신이 돌아올때까지 한동안 망연자실 앉아있어야 했다.
오늘 숙소를 찾아온 과정 자체를 복기하다보나 몸이 부르르 떨렸다. 난이도가 높아도 너무 높다
그사이 현주는 공용욕실가서 씻고 오고, 와이파이가 너무 느려 주변 지도를 찍어주고 다시 나왔다. 7시.
난 차 옮겨대고 마차회차장 근처 산책
도로위에 길게 자국이 나 있는 말 오줌, 냄새 스멜스멜
이 늦은 시간까지 사람들이 꽤 많이 성을 오르내린다. 노약자 할머니, 애와 애기엄마가 힘겹게 산을 내려간다, 승용차 한대가 성위로 거침없이 올라간다
다시 올라와 호텔뒤 벤치에 앉아 현주를 기다린다
짐 가볍게 맨 중년부부가 오더니 나랑 똑같이 문앞에서 버벅대자 뚱뚱한 청년이 영어로 설명해주고 지나간다
현주는 산책겸 성을 가볍게 둘러본다고 올라갔다
성뒤 산길까지 갔다가 시간도 늦고 인적도 드물어 다시 돌아옴
현주가 무사히 내려오길래 시계를 보니 7시 40 여분
방에 와 우유랑 계란으로 저녁 떼우고 현주는 피곤해서 일찍 잠자리.
난 공용욕실가서 씻고 방에 와 몸 말리고 밤공기가 추워 창문 다 닫고 10시 조금 넘었는데 와이파이가 약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방에 세면대 구멍에서 물 빠지는 소리가 잠을 깰 정도로 크게 수시로 들려서 휴지로 구멍을 틀어막으니 좀 낫다.
지금 내가 그 유명한 노이슈반슈타인성 밑에서 잠을 잔다는게 참 비현실적
오늘 저녁 벌어진 일련의 상황들은 지극히 현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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