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0. 9. 21:00ㆍCanada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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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내내 달려와 Ottawa에서 한낮을 보냈는데, 오늘 밤 숙소까지는 아직도 300 여 km. 네비상 4시간의 여정이 남아 있었다.
기름 넣느라 내려왔던 고속도로를 다시 올라타 서족으로 서쪽으로 달린다.
도로는 한결 한가해지고 주변 풍경도 인적 하나 없는 텅빈 들판으로 바뀐지 오래다
폭 수십미터짜리 공터를 중앙분리대로 써가며 땅 넓다고 자랑하던 고속도로도 결국 끝이 났다,.
왕복 2차선 평범한 국도를 달린다.
제법 큰 마을로 들어왔다, 네비는 마을 한가운데 신작로를 뚫고 가라는데 현실은 공사로 도로폐쇄.
어디로 우회하라는 안내판도 없고 뒷차에 밀려 주택가 이면도로로 들어갔다.
넓적한 도로와 단풍이 화려하게 든 가로수. 평화로운 동네다
어느 집 앞을 지나는데 중년부부가 마당을 요란하게 할로윈 장식으로 꾸미고 있었다, 길 건너에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자 아줌마가 우릴 보고 손짓하며 " 잠시 보고 가세요 " 라고 한다. 손 들어 고맙다고 인사하며 얼른 차를 출발했다
이 마을은 허물어져 가는 창고, 전통이 느껴지는 건물, 현대식 건물이 공존하고 있었다. 오래된 마을이란 걸 금방 알수 있었다
약간 흐렸던 하늘이 화창하게 갰다, 마을 외곽은 북미의 전형적인 농촌분위기다.
숲사이로 물비늘이 희끗희끗 보이는가 싶더니 넓은 호수가 나타났다, 고개를 왼편으로 돌린채 달리다가 호숫가 옆 오솔길로 불쑥 들어갔다
한 중년남자가 호숫가를 거닐고 있어서 '사유지인가 ? ' 눈치를 보며 내렸다,
남자가 별말 없는거 보니 공원같은 곳인가 보다. 잠시후 남자가 차 시동 걸고 떠났다.
현주가 공중화장실을 가더니 무섭다고 그냥 왔다.
' 숲속으로 가봐 ' 라는 내 강압에 못이겨 사라지려는 순간 또 다른 차가 공터로 들어와서 개까지 내렸다,
어쩔수 없이 무서워하는 공중화장실을 갔이 가줬다.
내가 문을 잡아 주고 있다가 " Just moment, sorry ! " 누가 온것처럼 장난을 첬더니 현주가 당황했다
이번엔 내가 들어갔는데 불도 안 켜지는 푸세식 화장실... 현주가 무서워 할 만헸다. 그나마 휴지가 비치 되어 있는게 신기.
맛 없어 차 바닥에 굴러 다니는 생수로 손 씻고 출발.
이후로는 차통행량도 거의 없고 길고 지루한 드라이브 길이 계속 되었다
석양과 구름의 콜라보,
외진 숲을 관통하는 길... 갑자기 관문이 나타났다.
엘곤퀸 주립공원 (Algonquin Provincial park)의 입구였다. 인위적인 경계랑 아무 상관없이 자연은 변함없이 그대로 이어졌다
관문이지만 무슨 통행료등을 받지는 않는다,
단 공원내에 야영이나 트레킹등을 위해 주차하는 경우엔 사무실에 들려 통행권을 사야 한다
역시 단풍이 아름다웠다,
이 구역은 인디언들이 사냥을 하며 살아가던 소나무숲지대였다. 그러나 백인들이 점령하고 목재상인들이 소나무를 벌목햐자 야생동물들도 사라졌다. 온타리오주에서 정신을 차리고 구역을 지정해 보호하며 새로운 나무들을 계속 심고 있다, 공원내에 호수가 2400 개가 넘게 있다고 한다
급격히 어두워져 단풍을 볼 수 없는 것이 아쉬웟지만 해지는 앨곤퀸의 풍경도 충분히 가치가 있었다
느리게 가는 앞차를 추월해가며 더 어둡기전에 숙소에 도착하려고 열심히 달렸다.
어느순간 계기판의 라이트 불이 바뀌는 걸 발견했다, 내가 조정해 놓은건 아닌데 상향등으로 있다가 맞은편에서 차가 오면 전조등으로 자동 전환되고 있었다, 토요타 코롤라면 싸구려 찬데 이런 기능이 있다니 놀라웠다, 내 차엔 없나 ?
오늘의 목적지 헌츠빌 (Huntsville)을 20분 정도 남겨두고 현주에게 카메라를 넘겨 주었다. 찍은 사진들을 보며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려 놓고 그 사이 도착해 놀래켜 주고 싶었다
헌츠빌에 도착했을때는 해가 완전히 땅속으로 꺼져 사방이 깜깜했다
<클릭하면 확대됨>
생각했던 것보다 마을이 상당히 컸다, 차들이 모두 꽉 찬 사거리 교차로. 납작한 건물들이 어둠속에 엎드려 있다.
오른편 검은 숲을 배경으로 팀홀튼이 환하게 불을 켜고 있다.
무사히 도착했다는 안도감에 장거리 운전의 피로가 갑자기 밀려왔다. 안쪽길로 들어서 팀홀튼 앞마당을 찾아갔다.
안에선, 와일드한 대자연과 전혀 어울려 보이지 않는 노인들이 빙 둘러 앉아 있다.
현주는 자기가 골라 No 7. 이라고 불러준 Grilled cheese malt.
그리고 브로콜리 수프 4.59 $ 난 아이스 카페라떼 2.49 $ 총 13.41 $ (12,069원)
뚱뚱한 백인 아가씨가 주문을 받았는데 의외로 영어 발음이 아주 우아했다.
현주가 먹다말고 ' 왜 치킨이 없냐 ? ' 고 투정을 부렸다.
" 난 불러준대로 시킨건대 ? "
현주가 가서 메뉴판을 확인하고 계면쩍은 얼굴로 돌아왔다
" 치킨 메뉴는 그 밑에 있었네, No 8 ..."
우리는 자리를 찾아 안쪽 구석으로 들어갔고 우리 옆 테이블엔 껄렁껄렁한 동남아 남자애 둘과 여자애 1명이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끽끽거리고 있었고 홀쪽엔 작업복차림의 인도남자 한팀과 또 다른 인도가족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헌츠빌이 휴양과 레저로 유명한 앨곤퀸파크의 관문이라는데 지금 팀홀튼에 앉아 있는 인종들로 봐서는 Lust belt 에 박힌 이름없는 마을 같았다. 현주는 이 도시 이름부터 맘에 안들어 했다.
현주는 조금 먹더니 배부르다고 숟갈을 내려놓았다. 나도 점심으로 차 안에서 먹은 피자가 짜서 물을 많이 먹었더니 체기가 있었다.
현주가 몰래 샀다고, 혼날 거 각오하고 가방에서 주섬주섬 플라스틱 병을 하나 꺼냈다. 알록달록해 무슨 사탕같은데 소화제라며 나에게 억지로 하나를 먹였다. 현명한 부인.
현명한 부인이 콜라를 사달란다. 프런트에 가서 백인 점원에게 캔 하나를 사다 줬더니 한방울도 안 남기고 그 자리에서 원샸을 해버렸다, 체했을때 누군 콜라고 누군 명체불명의 알약이고... 현명하다 너무 현명해.
깜깜한 주차장으로 나와 이제 숙소를 찾아 간다. 시내로 바로 안 들어가고 외곽순환도르롤 타고 넓게 도는데 밤하늘에 날벼락이 계속 쳐서 당장이라고 비가 쏟아질거 같았다. 옆에서 현주가 " 이제 언제 도착해 ? " 라며 불안해 했다
네비가 숙소라고 알려준 곳은 Inn and suites 라고 써 있긴 했는데 내가 예약할때 본 그림이 아니였다, 지금 내 앞엔 닭장같은 방들이 1,2층으로 길게 쌓여져 있는 슬럼가였고 진입도로조차 좁아서 올라가 볼 엄두도 안 났다,
급 당황해 길가에 차를 세우고 주소를 입력하자 유턴해 1분 내려가라고 알려 주었다, 내려가보니 세차장.
갑자기 겁이 덜컥나고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데 현주가 " 저거 아녀 ? " 라고 길건너를 가르켰다, 간판에 Inn and suites red maple 이란 글자가 얼마나 반가운지 !
길건너 주차장으로 들어가 현주 차 안에 있으라고 하고 나 혼자 체크인을 하러 들어갔다.
프런트에는 눈이 거꾸로 박힌, 아니 반쯤 감긴 인도여자 혼자 앉아 있었다. 수속을 밟는 동안 주변을 둘러 보았다. 세평 정도의 작은 로비엔 코드 빠진 TV만 덩그런히 붙어 있었다,
여자가 ' 퀸침대, 더블 침대중에 어떤걸 드릴까요 ? ' 라고 묻는 말도 못 알아 들을 정도로 여자의 영어발음은 독특했다.
아까 팀홀튼에서 본 인도인들이 생각났다. 괜찮은 이민자 사업장 하나가 얼마나 많은 외노자들을 불러들일 수 있는지 알거 같다.
Wi-Fi 비번을 물었더니 ' 대문자 maple' 이라고 했다. 내가 종이에 소문자로 maple 이라고 쓰자 여자가 보고 있다가 펜을 뺐어 쓱쓱 긋고 영수증 뒷면에 큰 글씨로 MAPLE 이라고 적어주었다, 훅 들어오는 무례함까지
복도문을 열고 맨발의 백인여자가 불쑥 들어왔다. 서로 눈이 마주쳐 가볍게 인사를 하긴 했는데 꼭 술집마담 같은 분위기다. 그 여자가 인도여자에게 ' 진상이 수건 갖다 달랜다, 너가 가라 ' 고 하는 말을 듣고서야 이 호탤 직원인줄 알았다. 갈수록 호텔수준이 참 저렴하다
인도여자가 나름 배려한다고 층계 올라갈 필요 없게끔 1층 방을 주었다, 2박에 181 $ (162,900 원)
긴 체크인이 끝나고 열쇠를 받아 밖으로 나오다 문앞 고무매트위에 철푸덕 주저 앉았다,
인도여자랑 마담여자가 우리보다 더 놀라서 뛰어 나와 차에 짐을 들어주고 객실의 발코니로 들어올 수 있게 안에서 문도 열어 주었다.
사진으로 보면 근사한거 같은데 실제로 방을 보면 분위기가 참 묘했다.
침구나 욕실은 깨끗한거 같은데 의자가 촌스럽거나 욕실 타일 마감이 엉성했다.
냉장고 문을 열자 물이 흥건했다. 코드가 빠져 있었다
벽에 위태위태하게 붙어 있는 묵직한 난방기는 달달달 소리르 내며 뜨거운 입김을 불어내고 있다.
현주도 어설픈 방에 적응 못하고 겉돌고 있었다,
시원하게 씻고 정리하고 났더니 밤 10시.
오늘은 시간이 빨리 지나간거 같다
중간중간 미술관도 들르고 야외에서 점심도 먹고 호수도 거닐고 그래서 500 여 km 의 여정이 크게 힘들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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