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0. 4. 20:00ㆍCanada 2018
하늘은 먹구름의 바다, 지상은 단풍의 바다인 Eastern townships 을 벗어나자 듬성듬성 헤어진 구름사이로 푸른하늘이 엿보였다,
우울하기까지 했던 주변풍경들도 활기찬 아침햇살 분위기로 바뀌어가고 있다.
인가가 많아진만큼 차들도 늘고 도로도 넓어져 내차 속도가 높아져 버렷다. 풍경 감상할 여유도 없이 앞차 뒤만 째려보며 엑셀에 힘을 주었다. 한 마을에서 차가 막히는가 싶더니 공사로 교행하는 구간.
여기도 분명 캐나다땅인데 한국 지방도시의 변두리 풍경과 흡사했다.
흙을 퍼서 쌓아논 공사현장, 도로위에 노란색 콘들. 전봇대에 축 늘어진 전선들. 꾸역꾸역 모여드는 수많은 차량들...
우리 차선은 시골길이라 변변한 신호도 못 받고 있는데 바로 앞차가 버벅대는 바람에 비보호 좌회전 타이밍을 두번이나 놏처 버렸다. 매너만 찾다 도저히 이 구간을 벗어나지 못할거 같아 직진신호가 들어오자마자 앞차선을 살피며 잽싸게 좌회전해 본선에 진입했다.
바로 올라탄 고속도로. 모든 차들이 100 km 이상의 속도로 오로지 퀘벡 한곳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아침먹고 오전에 성당 다녀온 후 지금껏 공복에 몇시간째 운전만 하고 있었더니 혈당이 묽어지며 피로가 급격히 몰려왔다.
얼마쯤 달렸을까. 휴게소 표지판이 시선을 끌더니 오른편으로 패스트푸드, 페밀리 레스토랑과 쇼핑몰 건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고속도로를 빠져 나와 첫번째 보이는 Tim Hortons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한국은 고속도로 휴게소가 한 건물에 다 모여 있지만 캐나다는 고속도로 진출입로 주변 넓은 땅에 식당과 주유소등이 개별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 그래서 정확히는 고속도로 휴게소라기보다는 램프주변 상업지역이라고 해야 할거 같다. 속도가 느린 지방도와 뒤섞이며 사고 위험이 야주 높았다
구부러진 허리를 펴고 굳어버린 다리를 짚으며 힘들게 매장문을 열고 들어갔다.
계산대 앞에 서 있는 백인 청년이 갑자기 영어 면접관처럼 보였다. 설상가상 머리 위에 메뉴판은 프랑스어가 큼지막하게 써 있었다,
' 꼬망 딸레부, 께스끄 쎄... '음식 주문할 수준의 프랑스어는 아니라서 햄버거를 햄벅~이라 부르지 못하는 이 사태를 우찌 할꼬.
노안을 핑게로 딱딱해진 수정체를 비비는 순간 망막에 작은 활자의 영어가 투사됐다.
' 세트' 라고 콩글리시를 연발해도 포스에 단품을 찍어대는 백인청년을 설득해 콜라를 끼워 넣어가며 스낵랩 세트와 스프등을 주문하고 20.82 $ (18,738원) 결재
※ 한국 패스트푸드점의 Set menu 를 원하면 미국, 캐나다에서는 Meal 이라고 해야 알아듣는다. 미국에서 set menu 는 고급 레스토랑의 코스요리를 뜻한다.
외국 나오면 식사당번을 파업하고 뻔뻔하게 주문만 하는 현주
창문으로 볕이 들어와 실내는 따뜻했다.
< 지난번 Tim Hortons 이야기에 이어... 지금처럼 팀 홀튼이 캐나다를 휩쓸수 있었던건 시기적절하게 회사를 팔아 버린 이유도 있다. 일찌감치 팀홀튼의 잠재력을 확인한 미국의 자본이 회사를 사들여 맥도널드처럼 전국으로 지점을 확대한 것이다. 팀홀튼에서 알바하는 한국 유학생이 꽤 많다. 그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직영매장도 있지만 대부분이 개인사장제라서 매장 분위기와 맛이 조금씩 다르다고 한다 >
팁을 안줘도 되니 속편해서 오지, 가격이 싸진 않다.
스낵랩 실한거 보소
너른 주차장에 차들이 드문드문 세워져 있다. 미국 캐나다는 역시 픽업이 대세. TV CF에서 대형 픽업 광고가 많이 나온다.
손님들이 떠난 텅빈 주차장에 갑자기 캠핑 트레일러가 한대 들어오더니 모든 주차칸에 걸처 차를 세웠다.
큰 개 한마리가 뒷창문을 열고 고개를 내밀어 두리번 거릴뿐 사람들이 내릴 기색이 없어 이상하다 했다니... 잠시후 아줌마가 할머니를 부축해 매장 안으로 들어왔다.
매장직원이나, 손님이나, 주차나, 화장실사용이나, 주문여부나, 모든게 그냥 여유있고 배려하고 상관 안하는 사회분위기
유심히 처다보고 눈치보고 조마조마하고 참견하려는 건 우리뿐 ...
매장을 나올때 찍은 사진, 그 사이에 날이 완전히 화창해졌다.
다시 고속도로에 올라타
강을 건너 퀘벡시내로 진입했다
5시 반쯤 된 지금, 퇴근 차량과 겹쳐 도로정체가 심했다,
가다서다 램프를 빠져 나오며 옆차선에서 나란히 가고 있는 MiNI 를 힐끗 보고 웃음이 났다. 큰 개가 조수석에 사람처럼 능청맞게 앉아 있었다. 우리가 처다보자 그 개도 천연덕스럽게 고개 돌려 우리를 바라 보았다. 아까 팀홀튼에 캠핑카도 그렇고 이 나라 개는 사람반열에 올라와 있으니 ' 개새끼' 란 말이 욕이 아닐 것이다.
시내 통과 하느라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무사히 숙소 도착.
3일 묵을 거라 모든 짐을 다 꺼내왔다.
로비 가운데에 불을 피워놓아 분위기가 따뜻했다
프런트 직원중 하필 흑인여자가 내 체크인을 담당했는데 지난번 A2K 숙소에서의 안 좋은 기억이 떠올라 신뢰가 안 가고 괜히 툴툴거렸다.
이번 여행중 가장 비싼 호텔. 3박에 536 $ (482,400원) 그만큼 기대가 크다
Deposit 요구해서 100 $ 결재하고 200 이라는 애매한 룸넘버를 배정받았다.
짐을 매고 끌고 3층에 올라가 200호실을 찾아간다. 양갈레 복도에서 좌측으로 향했는데 200 이란 번호가 가도가도 끝이 없더니 맨 끝방이었다.
속으로 ' 이 년이 날 골탕 먹였구만 ' 욕을 하며 방 문을 열자마자...
머쓱해졌다.
객실에 맨 끝 모서리에 위치한 덕에 창문이 두개였다. ' 날 무시한게 아니라 배려한건가 ? '
이쪽 창밖 풍경은 뽀나스
실내는 냉장고도 있고 소품도 이쁘고 욕실도 크고 깔끔해 만족스러웠다, 다 좋은데 여기도 커피포트가 없다. 로비에 커피, 식수를 무료로 갖다 마실수 있는 코너가 있지만 지들 편한거구 투숙객 입장에선 불편하다.
각자 흩어져 짐정리하고 욕실용품 갖다 놓고 음료수와 사이다 과일을 냉장고에 채웠다,
씻고 조금 쉬었는데 그 사이 하늘이 군청색으로 바뀌어 있었다
7시쯤 호텔을 나와 바로 앞 쇼핑센터를 찾아갔다.
백화점, 마트, 전자제품, 극장등 큰 건물 몇개가 붙어 있고 주변을 빙 둘러 온통 주치장이고 그 바깥으로 주유소나 가구, Hardware 등의 매장들이 또 포진해 있고 그 모든 단지를 한 블럭으로 큰 도로가 바둑판처럼 연결되어 있었다,
길 잃기 딱 좋을 정도로 커서 차로 한바퀴 돌아본 후 어느 입구쪽에 차를 댔다
늦은 시간이지만 쇼핑객들이 계속 들락거려 불안해 보이진 않았다. 현주는 신나서 뛰어 들어가고, 난 의자를 뒤로 재끼고 다리 올리며 잠이 들었다,
1시간쯤 잤을까 ? 급한 피곤은 풀렸는데 이젠 추워 죽겠다.
차 뒤에 던져둔 옷 껴입고 지나다니는 사람구경도 하고 이리저리 뒤척이다 보니 9시쯤 피곤한 기색으로 현주가 용케 차를 찾아왔다,
호텔과는 직선거리로 가깝지만 미로속에서 네비지도에 의지해 어렵게 돌아왔다.
장애인구역에 차를 대고 현주는 추워서 먼저 호텔 안으로 들어가고 난 천천히 뒤따라 가는데 걷는게 영 불편하다. 지팡이를 짚었는데도 발걸움이 터벅거려지고 다리가 쩍 벌어지는 느낌이다. 문앞 밝은 곳으로 들어와 발을 내려다보다 절로 ' 빙신 ~ ' 이란 소리가 나왔다,
잠결에 신발을 좌우 바꿔 신은 것이다. 신발코가 다 바깥을 바라보고 있었다.
프런트에 들려 흑인직원에게 이불을 좀 더 달라고 요청했다. 사면초가, 주변에 중국말들이 들려왔다
방에 와 현주랑 분위기 잡고 오늘 수도원에서 산 사이다를 개봉했다.
' 이게 뭐지 ? ' 그 사이다가 아니다. 한잔도 다 못 먹고 냉장고에 다시 처 박았다. ' 이름한번 잘 지어서 여러 사람 낚였네 '
그런데 무식하면 용감하다고...나중에 한국에서 검색해 보니, 사이다(Cider)는 프랑스어 시드르 (Cidre)인데 사과로 만든 알콜 도수 1~6 % 되는 와인을 칭하는 말이었다, 당연히 숙취는 대박. 일본이 무색 탄산음료에 그 사이다란 말을 갖다 붙이는 바람에 한국에선 지금까지도 칠성, 7 up, 스프라이트를 사이다라고 착각한 것이었다. 누굴 원망하랴
LG TV에서 벽난로 장작 타는 화면에 재즈음악만 나오는 채널을 발견했다, 수많은 화려한 채널마다 하고 그 걸 틀어 놓은채 나른한 꿈속으로 빠져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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