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0. 2. 11:56ㆍCanada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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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주가 머리 감고 양치하는 소리에 놀라 일어났다. 한밤중에 깨서 침대밑 방바닥에 누워 인터넷 서핑을 하다 늦잠을 자 버렸다
창유리에 빗방울이 맺혀 있다.
캐나다 와서 세번째 맞는 아침도 Gloomy 하다.
아침먹고 다시 3층까지 오르내릴 엄두가 안나 아예 배낭을 다 꾸려 매고 1층 식당으로 내려왔다.
어제의 그 아가씨가 복도에 서서 똑같은 메뉴를 읊조린다 " French toast or Egg omelet .. 어쩌구 저쩌구 "
오늘은 투숙객들로 식탁을 거의 다 차서 안쪽 다인용 테이블 끝에 배낭을 내려 놓고 앉았다,
아침에 기분이 별로 좋진 않은데 옆 노부부의 중국말까지 들리니 얼굴근육이 저절로 일그러졌다,
잠시후엔 어른 셋, 초등학생 한명의 동양인 가족이 내려와 건너편 테이블에 앉는데 ...한국인이다,
우리 대화도 거기까지 들릴거 같아 현주에게 영어로 말을 걸었다.
메인 요리 받아 먹은 후 현주는 짐 마저 챙기러 올라가고, 난 커피 한잔 더 마신 후 일어났다. 서빙녀가 오늘도 역시 외면하며 자리를 피하고 있다. 아까 백인 투숙객을 대하던 태도와 확연히 달랐다. 어제 오후 Dianne's 레스토랑의 친절한 여직원이 생각나 꽉 다문 입술사이로 욕이 저절로 베어 나왔다
" 그 X 참 싸가지 없네 "
제법 굵은 빗줄기를 맞으며 뒷마당을 지나 주차장으로 나왔다
빈 자리가 있음 차를 끌어다 지붕 밑에 대 놓으려고 했는데 아직 한대도 안 떠났다. 오히려 내차 앞에 한 사람이 주차하고 티켓을 뽑으려 주차기에 가서 들여다 보고 있기에 얼른 내차로 가 보았다, 앞유리창에 주차위반 스티커 같은건 안 보였다. 빗속에서 차 트렁크에 배낭을 던져 넣고 차안에 네비를 설치하고 뒷자리 정리등... 마음이 분주하다,
잠시후 현주도 키 반납하고 가방을 들처매고 나왔다,
앞유리창 빗물을 와이퍼로 쓸어내며 차를 넓게 돌려 골목을 떠나는데 조수석에서 현주가 읊조렸다
" 비오는 날도 운치있네 "
몇번을 지나다녀 익숙해진 Ontario st 를 따라간다. Dianne's 레스토랑도, 시청도, 유람선선착장도... 모두 안녕 !
9시 20분 정도면 출근 러시아워는 지난거 같은데, 시내로 들어오려는 차들로 건너편 차선이 꽉 찼다
바쁠거 없는 우리는 느긋하게 킹스턴을 빠져 나왔다
동쪽 강을 건너자마자 내 앞 도로가 뻥 뚫려 어쩔수 없이 속도를 높였다,
<클릭하면 확대됨>
비오는 오전의 2번 도로는 차들이 거의 없었다.
토론토 - 킹스턴 구간도 한적한 편이었는데 킹스턴 - 몬트리올 구간은 굳이 찾지 않는 이상 빙 돌아가는 우회로 같은 노선이었다,
조그만 마을 Gananoque 를 통과해 공사로 어수선한 교차로에서 구지비 2번 도로를 찾아 Gray's beach 쪽으로 들어서자 기대하지 않았던 비경이 나타났다. 오른편에 세인트로렌스 강을 끼고 달리는 강변도로였다
어제 유람선에서 봤던 천섬의 별장들을 오늘은 차에 탄채 오롯히 즐기고 있다.
이럴줄 알았으면 비싸고 따분한 유람선 대신 차로 드라이브하며 구경하는게 더 나을뻔 했다
차창을 Kaleidoscope (만화경) 삼아 강과 숲과 집들이 번갈아 바뀌어 간다
마당이 어수선한 집 건너편에 전망좋은 장소가 있었다.
물 고인 진흙탕 위에 차를 세우고 창문을 활짝 열었다
오리떼들이 수초 사이를 헤짚으며 아침을 먹느라 시끄럽고
조금 떨어진 곳에선 순백의 우아한 고니들이 출렁이는 강물에 몸을 띄워놓고 놀고 있었다,
이 주변이 천섬의 하일라이트 구역이었다
섬과 섬을 잇는 다리도 우아한 아치교.
도로도 넓직넓직, 갓길도 넓고 앞마당도 넓고 집들도 넓고...
단풍이 들기 시작하는 환상적인 길.
지방도는 고속도로로 자꾸 합처지려고 하고, 네비는 빠른 고속도로를 계속 고집해서 2번 도로를 찾아 다니기가 쉽지는 않았다
Brockville은 몬트리올까지 1/4의 위치에 있는 마을이다,
어느 집 앞에 차를 세우고 음료수를 마시며 잠시 쉬어 갔다.
강변집들은 척 봐도 비싸 보였는데 이 동네는 집들은 작고 낡아서 가난한 동네같았다. 그래도 주변을 깨끗하게 관리하며 살고 있다,
공동묘지 한가운데 작은 예배당
특색없는 Prescott 마을을 무심하게 지나 몇 km 를 더 달리고 있는데 거대한 인공구조물이 눈앞에 떡 나타났다, 지나치기 아쉬워 후문으로 들어가자 현주가 '그럴줄 알았다' 고 그냥 놥두었다.
별 저지없이 안마당 깊숙히 차를 몰고 들어갔다
20층 아파트를 일렬로 붙여 세운 것 같았다
멀리서는 방치된 폐허로 보였는데 다가가보니 조명을 환히 밝힌채 큰 트럭들이 뭔가를 싣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 서자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와 철재 아치와 파이프등에 압도당했다.
트럭 크기를 고려해보면 저 건물이 얼마나 큰지 실감이 날 것이다
마당 건너엔 거대한 Silo (곡물저장고)가 쭈욱 늘어서 있다.
나중에 지도에서 찾아보니 Port of Johnstown 에 위치한 Masterfeeds 라는 사료회사였다. 세인트로렌스강 덕을 톡톡히 보는 회사
현주가 트럭 앞부분이 귀엽게 생겼다고 한다
더 머물고 싶지만 남의 공장에 함부로 들어와 휘젖고 다니는 것도 부담스럽고 갈길도 멀고...
세인트로렌스 강을 가로질러 놓인 저 다리를 건너면 미국땅이다.
도로옆 추수가 끝난 밭에 새들이 잔뜩 앉아 있길래 차를 돌려 세우자, 새들이 귀찮다는듯 일제히 날아 올라 다른 밭으로 가 버렸다
그리고 일직선의 단조로운 대륙의 길에 접어 들었다,
음악 채널 맞춰보다 포기하고 현주랑 수다만 떨며 간다
Morriburg 라고 써 있는 저 급수탑을 보니 1993년 미국영화「길버트 그레이프」가 생각난다. 막내 어니가 기어오르던 그 급수탑...
마을 신작로옆 레스토랑등을 보며 현주에게 ' 필요한거 있음 말 하라 ' 고 돌려 말했는데 없다고 해서 그냥 지나쳤다
3시간 반정도 계속 달렸지만 몬트리올까지 2/3 밖에 못 왔을때 한적한 변두리에 Tim Hortons 이 눈에 들어왔다,
팀홀튼을 몇개나 그냥 지나쳤지만 이번엔 현주도 양보해야했다,
주차하고 둘 다 화장실부터 Go
매장 안에는 첨 들어와 본다.
뭐뭐 파는지 메뉴판을 한참 들여다 보았는데.... 많은 종류의 커피, 차, 햄버거, 샌드위치, 도너츠, 스프 등
맥도널드 + 던킨도너츠 + 스타벅스 + 아웃백의 장점만을 합쳐 놓은 것 같았다.
할머니 직원에게 도넛 3개, 커피 XL 사이즈 한잔을 주문. 7 $ (6,300원)
잔돈을 만들려고 현찰을 냈다
이 정도에 6,300 원이면 싼거 아닌가 ?
거기다 Wi-Fi 도 잘 터져... 한국에 있는 아이들에게 사진을 보내 놀려 주었다.
메이플시럽이 흘러내리게 묻은 도넛은 내가 고른 거
벽난로가 따뜻해 보이고 푹신한 소파가 놓여있는 상석에 자리를 잡았다
Tim Hortons은 캐나다의 국민스포츠 아이스하키에서 유명한 선수였다고 한다.
은퇴후 친구랑 나이아가라 인근 Hamilton 에 자기 이름을 걸고 카페를 차렸는데 그게 대박이 나서 지금은 커피, 도넛이 맛있는 캐나다의 국민 브랜드 카페가 되었다. 캐나다에선 어딜가나 Tim Hortons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현주도 도넛 맛있다며
그 많은 커피를 자기도 모르게 다 마셔 버렸다
은재 모자를 빌려와서 요긴하게 쓰고 있다.
넓은 매장에 손님들이 거의 다 우리보다 나이가 많고 노인들도 꽤 많이 보였다.
한국 맥도널드에선 우리가 가장 Old 했는데 여기선 Youngest
여긴 남자건 여자건 복부비만이 기본 사이즈. 날씬한 여자 한명 봄.
현주가 ' 한국가서 Tim Hortons 차리자 ' 고 졸라댔다.
푹 쉬고 재충전하고 나온 ... 조그만 마을 South Lancaster 에 Tim Hortons.
나와서 몇 미터 더 가자 바로 고속도로 램프에 올라 탔다,
그동안 고속도로 오른편, 호수와 강을 따라 온 2번 도로가 거기서부턴 고속도로 밑으로 해서 좌측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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