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0. 1. 09:00ㆍCanada 2018
똑똑 ! 꼬로록 ~
함석지붕에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 녹슨 배관에 물 흐르는 소리에 지난 밤 몇번을 깨고, 새벽엔 추워서 침대에 올라가 밀린 잠을 몰아 잤다.
아침에 창문을 열어보니 비가 촉촉히 와있다,
바람부는 잿빛 하늘을 까마귀 한마리가 울며 지나간다.
앞집은 아직 안 일어나 껌껌한데 옆집은 벌써 거실에 따뜻한 불을 켜 놓았다.
" 씻지말고 일찍 밥 먹으러 가자 "
시차 때문에 새벽부터 깬 현주가 배가 고파 울부짖었다,
1층 거실로 내려가자 서양 처자가 다가와 아침 메뉴룰 읊어대는데 우리가 잘 알아듣지 못하자 이내 얼굴 표정이 굳어졌다,
어제 밤 주차장에서 본 한국부부는 벌써 식사중이고 우린 옆방 창가 테이블에 앉았다
단풍이 들기 시작하는 마당,
튀지 않고 조화를 이룬 주변 집들.
근엄한 법원 지붕위에 원형 종탑 ... 사람이 만든 것도 자연만큼 아름다울 수 있는 거구나.
갈색 청설모가 놀면서 마당에 놓아둔 먹이를 먹고 있었다,
검고 덩치 큰 청설모가 나무 위에서 살금살금 내려오더니 갈색 청설모를 덥치려는 순간 갈색 청설모가 도망가고 이 나무 저 나무로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아침부터 벌어졌다. 그 와중에 새 한마리가 날라와 느긋하게 먹이를 줏어 먹고 있다.
투숙객의 주문대로 주방에서 직접 만든 오믈렛이 서빙되었다, 음식이 전반적으로 짜지 않아 다행이다.
맥모닝빵에 베이컨을 끼워 먹었다
현주가 따뜻한 우유를 한잔 마시고 싶어해서 주방가서 말했더니 남자 요리사가 흔쾌히 만들어 주었다,
우리가 식사를 마치고 일어나는 순간 주방 앞에 서 있던 백인 여자와 남자 요리사가 우릴 보고있다 흠찟 놀라듯 동시에 고개를 돌리며 각자 흩어졌다. 따뜻한 배웅까진 안 바래도 서로 눈을 마주치며 잘 먹었다는 인사정도는 나누는게 매너라 배웠기에 기분이 별로 좋진 않았다. 말 안통하는 동양인이니 본능적으로 피했겠다 싶다.
아침 과식했다고 현주는 방에 오자마자 화장실.
여행오면 현주는 집안일에서 해방되어 건강, 난 더 움직여 건강.
오늘도 무리 안하고 느긋하게 보내기로 했다. 그랬더니 저절로 침대에 올라가 1시간을 더 잤다.
오전 10시반쯤 일어나 짐 대충 챙겨 3층 방에 옮겨 놓고, 현주 큰 트렁크는 차에 실어 놓으려고 내려 가려는데 숙소직원인듯한 남자랑 복도에서 마주쳤다, 서로 인사하고 그 남자가 짐을 1층까지 내려 주었다,
오늘 아침 프런트엔 어제 동양남자가 아니고 다른 사람이 서 있다. 동양남자는 숙소주인이 아니라 직원이었나보다. 내가 2층 방 키를 반납하자 트렁크를 맡아 뒀다가 3층 방에 올려놓겠다고 해서 ' 아니다. 차에 실으려고 갖고 내려왔다 ' 고 부언설명을 해야했다.
아까 짐 내려준 남자가 마저 주차장까지 옮겨 주었다,
" 오늘 바람 불고 비오는데 크루즈 취소 안 될라나 ? " 그에게 물었다
" 이 정도로는 문제 없다 " 라고 확신있게 대답해 안심이 됐다.
동네 아침풍경이 호주같다. 캐나다만의 특별함이 없다보니 아직 여기가 어딘지 실감이 안 난다.
크루즈 선착장까지 가는 길이 안 복잡해 일찌감치 도착했다.
선착장 바로 뒤 이 건물은 내가 처음 예약했다가 중국인 단체가 많다고 해서 취소한 호텔이다.
일단 담장 나무옆에 차를 바짝 붙이고 현주에게 기다리라하고 혼자 내렸다. 발밑이 물웅덩이라서 다리를 쩍 벌렸다.
팔각정같이 생긴 박스오피스에 들어가 바우처 보여주고 티켓으로 교환했다. 선착장에 정박한 배중에 맨 끝에 걸 타라고 직원이 알려 주었다,
주차를 어디다 해야 하는지 물어보니 흔쾌히 (3시 넘어 배가 돌아오니) 4시까지 주차가능한 종이를 한장 주었다.
주차권을 들고 신나게 돌아와 이젠 당당하게 주차선 안에 차를 옮겨 댔는데 아까 오피스 직원이 바로 와서
" 거긴 선원들이 대는 곳이니 건너편에 대라 " 고 알려 주었다,
그 자리엔 웨슬리 스나입스 같이 생긴 훅인과 백인청년들이 갈매기 모이를 주고 있었다. 잠시후 자리가 비어서 차를 옮겨 댔다,
오는 것도 아니고 안 오는 것도 아닌 정도로 비가 내려 배를 먹으며 차 안에서 기다렸다,
11시 50분. 비가 좀 잦아졌다.
벤치 아래 비둘기.
현주랑 공원 산책후 뱃시간 맞춰 선착장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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