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9. 29. 21:00ㆍCanada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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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국날이 월말에 토요일이라 1시까지 꼬박 일하고, 긴긴 비행시간때 쓰려고 오수도 참아가며 도망치듯 나왔다,
현주에게 아침에 사놓은 햄버거를 권했더니 라운지 뷔페를 위해 위장을 비워 두겠단 굳은 의지를 내비쳤다. 한손으로 핸들을, 한손엔 맥모닝을 쥐고 뜯어 먹으며 공항으로 달렸다.
안 좋은 이야기는 즐거운 날에 해야 될 거 같아 고속도로위에서 현주에게 '1층 가구점 나간다' 고 말했다.
' 20년전 캐나다 가는 날도 간호원들이 속썩이더니 이번에도 또 어김없이 또 나쁜 일이 터졌다. 그러나 그때도 그랬듯 이번에도 일이 더 잘 풀릴 거라' 고 현주를 위로했다.
공항 도착. 도로가에 주차대행직원들이 나와 있어 차를 세우고 물어보니 '사설' 업체다. 안내선을 따라 지상으로 내려와 공식업체를 찾아 갔다, 유니폼 조끼를 입은 직원에게 3층 출국장으로 데려다 달라고 부탁했다. 잠시후 아저씨가 뒷자리에 타다 나를 기억한다는 듯 뜸금없이 " 자주 나가시네요 " 인사말을 건냈다. 그 말을 흘겨 들었지만 올해만 해도 3번째니 틀린 말은 아니지. 근데 오키나와 갈때는 주차대행 안 했는데...
아저씨의 코치로 복잡한 도로를 이리저리 돌아 3층으로 올라왔다. 항공편을 묻길래 Air Canada라고 하자 11번이 가깝다고 그리로 차를 대라고 알려 주었다. 청사 안으로 들어가 전광판부터 확인했는데 정작 Air Canada는 반대편 끝에 있었다, 이번에 제 2터미널 생기며 위치가 싹 바꼈나보다.
끝에서 끝으로 가다 만난 로봇. 발에 걸레라도 붙여 놓았음 더 좋았을텐데...
카운터 찾아가 몇분 기다리자 창구가 일제히 열렸다,
20년된 마일리지 카드를 꺼내 보이며 ' 사람 적은 뒷쪽 자리'를 부탁했더니 오늘 만석, 비상구쪽도 한 자리만 남아 있다 해서 별 도움이 안됐다,
표를 받아든 현주는 20년만에 다시 캐나다를 간다고 감계무량하다,
Matina 라운지 갔더니 Lounge key 서비스만 된대서 Skyhub를 찾아갔다.
잘 먹던 현주가 갑자기 자리를 옮기고 싶다고 해서 창가쪽 빈자리를 찾아 옮겼다.
' 앞에 남자가 맨발이라 비위가 상했다 ' 고...
이번 여행의 동반자 가오나시
옹골차게 쌈까지 싸 먹는걸 보니 배가 많이 고팠나보다.
내가 현주에게 농담으로 " 시계 좀 사주라 " 고 떼쓰자 ' 위블로 줄께' 라며 자기 티켓을 내밀었다. 거기에 진짜 HUBLOT 라고 써 있었다,
※ 위블로 (HUBLOT) : 배나 비행기의 둥그런 창문을 지칭하는 불어.
허기를 채운 현주는 은재 향수 사러 면세점으로 먼저 가고 나는 조금 더 앉아 있다 일어났다,
5시 15분에 맞춰 게이트 앞 도착
기내는 3,3,3 좌석이었다. 승객입장에선 2,4,2 배열이 편한데 한명이라도 더 태우려고 닭장을 만들어 놓았다.
우리는 창가 안쪽 두자리고 통로쪽엔 한국인 여학생이 앉았다.
비행기가 한반도 상공을 날자 현주가 창밖을 내다보며 마냥 신나했다, 그렇게 비행기를 많이 탔어도 오롯히 창밖감상은 처음이라고 해서 미안했다.
창문은 수동 여닫이가 아니고 버튼으로 채광을 조절하는 디지털 방식이었다, 구룸위 강렬한 태양도 진한 선탕을 통하면 정월 대보름달로 보였다. 사실 이것도 승객편의가 아니라 승무원들 일거리를 덜어주려는 의도다.
기대가 큰만큼 실망스러웠던 기내식, 맛도 별로다.
대한항공은 최소한 수저라도 금속인데 여긴 온통 다 싸구려 플라스틱. 이코노미 수준 떨어뜨리는건 어느 항공사건 세계적은 추세인가보다. 백인들에게 시중 들으며 먹는다는 걸로 위안을 삼았다.
초반에 살짝 잠들었다가 12시간 긴 비행동안 거의 잠을 못 잤다, 몸은 지구 반대편인데 맘은 걱정으로 아직 한국에 있다,
발이 부어 신발이 안 들어간다, 운동겸 화장실 두번 다녀오고 비상구 잎 공간에서 서 있는게 오히려 더 편했다
현주는 비행내내 화장실 딱 한번 다녀온 것 빼곤 잠도 잘 자고 잘 버티고 있다,
간식으로 나온 치즈버거
현주는 자고 있어서 내가 두개를 받았는데 한입 베어 먹어보고 그대로 반납했다,
두번째 식사,
오후 5시반쯤 토론토 상공을 선회하고 있다.
시 외곽으로 너른 주택단지가 펼처져 있다, 똑같은 집들이 직선과 타원형 도로를 따라 끝없이 지어져 있는데 자기 집을 찾아가는 개미들이 참 신통해 보였다, 아직 본격적인 단풍은 안 들었고 여름 끝의 초록이 지천이다
6시에 드디어 비행기에서 해방되었다. 막판에 잠이 몰려와 비몽사몽 비실비실 브릿지를 삐져 나왔다,
아랫층 출국장 분위기가 꼭 카페같다
현주도 아직 잠이 덜깼다
동승객들이 다 사라저 버린 텅빈 통로를 터벅터벅 걸어가다 전동카르를 타려고 다시 게이트쪽으로 돌아왔다,
잠시후 노약자용 카트 몇대가 속속 도착했다
무빙워크가 있긴 했지만 이동거리가 만만치 않았다,
노약자 전용 창구를 통해 입국심사 빠르게 통과. 수화물 찾는 곳에서 시간이 많이 걸렸는데 마약탐지견들이 귀여워 용서됨.
입국수속이 다 끝나고 공항 로비에 나왔지만 아직도 멍~ 어리둥절하다.
일단 ATM 기계부터 들렸다, 1회 출금한도 400 $ 수수료 3 $
최대한으로 뽑아 현주에게 세어 보라고 주고 한번 더 뽑았다. 1$ = 890원이니 900원으로 환산하면 될 거 같다,
Rental car 표지판만 따라 윗층으로 올라가 다리를 건너 옆 건물로 이동
주먹만한 엘베 버튼을 보자 비로소 외국에 와 있단 실감이 났다,
흑인 공항직원이 나에게 ' 도움이 필요하냐 ' 고 물었다. 렌터카사무실을 찾는다고 하니 뒤쪽 엘리베이터를 손짓하며 두층 아래로 내려가라고 알려주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서양 노부부를 만났다, 어색한 분위기를 깰겸 렌터카사무실 층을 물어보니 1층이라며 같이 내렸다,
아줌마가 무슨 렌터카냐고 묻길래 ' Dollar ' 라고 했더니 사무실 찾아본다고 왼편으로 가고 아저씨는 아줌마 트렁크까지 끌고 오른편으로 가 의도치않게 이산가족을 만들어 버렸다
누구를 따라가야 할지 고민하는 순간 아저씨가 뒤도 안 돌아보며 말했다 " 저깄네 "
얼른 아줌마를 불러 " Let's go " 하며 아저씨를 따라 간다.
렌터카사무실 사이에 Dollar 간판이 보였다.
아줌마에게 ' Bon Voyage ! ' 라고 인사를 하며 헤어졌다. 현주가 옆에서 ' 인사도 잘해 ' 라고 한마디 했다
한국인 몇명이 있길래 그 뒤에 서서 기다리다 아무래도 이상해 물어보니 ' 줄 선거 아니라' 고...
그래서 바로 앞에 가서 기다리니 옆 Thrifty 렌터카 흑인여자가 오라고 손짓했다,
관련 서류 다 보여주고, 마지막으로 Deposit 용 신용카드를 달라고 해서 줬더니 ...승인이 안된다는 것이다.
멀리 앉아 있는 현주를 얼른 불러 현주 신용카드를 꺼내주자... 현주의 국제운전면허증을 요구했다. 없다고 하자 운전자랑 결재자가 동일인이여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서 있자 흑인여자가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서 여기저기 전화해보더니 잠시후 자기 휴대폰을 가져와 보여주는데 구글번역으로 ' 현주 신용카드로 해 주는데 나중에 내 신용카드가 필요할 수 있다 ' 고 적혀 있었다,
우리가 고맙다고 고개를 크게 끄떡이자 현주 걸로 긁는데...또 승인거절,
안되는 줄 알면서도 혹시나 해서 Citi 현금카드를 줘 봤는데 ...당연히 그것도 승인이 안남,
흑인여자가 중얼거리기를 " 200 $ 가 필요한데..."
그래서 아까 찾은 현찰을 주려하니까, 꼭 신용카드여야만 된다는 것이다. 이건 뭐 진퇴양난이고 예기치 못한 상황이고 아주 큰 시련이다,
현주가 휴대폰을 가져와 이런 문자가 왔다고 보여주었다
그런데 로밍 방법도 모르고 한국은 지금 일요일 아침이라 전혀 기대 안하고 통화 버튼을 누르자 ARS 몇 마디 나오고 역시 안된다
렌터카도 없이 신용카드도 안되면 도대체 이 낯선 땅에서 14일간을 어찌 버텨낼지 ... 입이 바짝 말라왔다,
흑인여직원도 신용불량 동양남자에게 비싼 차를 덜컥 내줄수도 없는 상황이라 어색한 시간만 흘러갔다,
순간 현주 전화기가 울렸다,
영어 멘트가 몇 마디 나오더니 잠시후 한국말이 들리자 현주가 얼른 나에게 전화기를 건네 주었다. KB 카드사 직원이었다,
고마움보다 분노가 먼저 치밀었다
" 지금 얼마나 망신 당하고 곤란한 줄 아냐 ! "
" 죄송하다, 자동차단되었다 "
" 이런 일 안생기게 한국에서 다 풀어 놨는데 ... 얼른 풀어라 "
흑인 직원에게 내 카드를 다시 주자 거짓말처럼 언제 그랬냐는듯 바로 승인이 났다,
그제서야 마음이 놓여 ' 차는 내 다리다 '는 농담을 건낼 정도의 여유도 생겼다.
흑인여자가 ' 차가 멀리 있어 가져와야 하니 여기서 기다리라 ' 고 해서 데스크 옆에 서서 기다렸다
잠시후 흑인남자가 들어와 그를 따라 주차장으로 나왔다,
낮은 천정 어두컴컴한 한켠에 쥐색 TOYOTA Corolla 가 세워져 있다. 뉴질랜드에서 타본 후 22년만에 다시 만난 코롤라.
리모컨만 건네주고 가려는 직원을 불러 ' 차 점검 안 하냐 ' 고 물으니 ' 나가면 직원있다 ' 는 말만 하고 가버렸다,
할수 없이 현주랑 둘이 차 주변을 돌며 흠집 사진을 찍어 두었다, 지구를 거의 한바퀴 (34,000 km) 달린 차라 여기저기 상처들이 제법 많았다,
앞 유리창에 네비를 부착하려는데 고무 바킹이 짐에 눌려 찌그러지는 바람에 자꾸 떨어졌다, 차 트렁크도 안 열리고 조수석도 안 열리고... 총체적인 난국이다. 지나가는 흑인 직원에게 도움을 청했다. 리모컨의 열림 버튼을 한번 누르면 운전석만 열리고 두번 눌러야 모든 문이 열린다, 트렁크는 버튼을 길게 누르고 있어야 된다고 알려 주었다,
짐 다 싣고 차에 앉아 네비에 오늘 저녁 숙소를 입력하는데 한국에선 잘 됐던게 여기선 왠지 안된다.
일단 차를 움직여 점검직원을 찾아 나섰는데 ... 또 다른 흑인남자가 ' 계속 나가라 ' 고만 손짓했다, 여기 렌터카 직원들은 다 흑인이다
주차장 끝에 작은 부스가 있고 그 안에 히스페닉 여자가 앉아 있길래 ' 차 사전 점검 해달라 ' 고 했더니 자기는 Hertz 직원이라며 모른채 했다. 우리가 버티고 서 있자 그 여자가 지나가는 흑인남자를 불러 서로 이야기를 나누더니 흠집을 대충 서류에 표시하고 돌려 주었다.
' 뭔가 계속 안 풀리고 있다' 는 불길함이 강하게 밀려왔다,
주차빌딩을 나와 차선을 따라 가다보니 주차빌딩 안 아까 그 자리로 다시 들어와 있는 것이 아닌가. 밤새 여기를 못 벗어날거 같아 이번엔 차선을 몇개 가로질러 다른 길로 들어갔다.
공항을 벗어나자마자 차들이 쌩쌩 달리는 도로에 진입했다, 숙소가 있는 남서쪽 방향으로만 달리다 교차로를 지나 차를 갓길에 다시 세웠다,
차분히 네비에 GPS 숫자를 입력해도 계속 에러가 났다. 이번엔 영문 주소로 시도하자 다행히 지도상에 숙소를 찍을 수 있었다,
다시 고속도로에 진입하자마자 뒤통수에서 상향등이 번쩍했다. 미안하다고 비상등을 켜주고 네비와 껌껌한 도로사이에서 눈동자를 굴려댔다
어찌어찌 숙소앞에 도착한 시간은 밤 8시
호텔 입구를 놓처 한적한 도로에서 U턴.
주차장 장애인 구역에 세우고 배낭 매고 나오는데 끈 한쪽이 툭 풀리는 바람에 넘어갈 뻔했다, 별게 다 말썽이다.
1박 149 $ (134,100원) 조식포함, 주차무료
시내는 더 비싸고 주차비까지 별도인데 그나마 여긴 공항근처라고 싼 편
유명한 메리어트 호텔체인치곤 로비와 프런트가 초라했다
1층 방을 열고 들어오니 냄새가 좀 났지만 넓고 아늑했다, 화잘실도 좋음
주방시설도 다 갖춰져 있었는데 우리에겐 화중지병.
원래 계획은 오늘밤 시내 Jazz bar 도 가고 맛있는 저녁을 먹으려고 했는데 현주가 일찍 씻고 잔다길래 ' 무리하지 말자 ' 고 이해.
현주 자라고 하고 난 로비로 나왔다
한켠에 진열된 간식코너에서 음료수와 사탕을 집어 프런트에서 계산 5 $ (4,500원)
내일 아침 먹을 식당 한켠에 앉아 다사다난했던 오늘을 정리한다,
네비는 GPS 숫자를 한칸 띄어쓰니 정상 인식되었다,
늦은 시간, 백인 학생들이 단체로 로비를 꽉 채우고 왁자지껄... 흑인들도, 동양인들도 간간히 보였다, 9: 50분
머리 식힌후 방에 와보니 현주는 큰 침대를 혼자 독차지하고 잠이 들었다, 조용히 욕실가서 면도까지 다 하고 쿠션을 베고 소파에 누웠다.
사방이 일순 고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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