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6. 17. 09:00ㆍRussia 2018
승객을 다 태우고도 비행기가 지상에서 한참을 뭉기적거리기에 깜빡 잠이 들었는데...
깨보니 1시간이나 지났다. 모스크바와 제대로 인사도 못하고 벌써 수백km 나 멀어져 버렸다,
약 7시간 비행내내 난 두번 나오는 밥을 먹고 그때마다 화장실을 다녀왔다
현주는 한끼만 먹고 한끼는 거부한채 모니터만 보며 버티다 막판에 잠에 항복했다.
착륙할 시간이 되자 스튜어디스가 비상구 보조의자로 돌아와 마주 앉은 뻘쭘한 상황. 그래서 물어보았다
" 대한항공에 비행기가 몇대 있어요 ? "
" 약 130 대 있습니다 "
나중에 찾아보았다. 2017년 기준 여객기 130대, 화물기 30대를 보유. 스튜어디스가 정확히 알고 있었다. 공항 바닥만 대충 훑어봐도 20~30대는 족히 세워져 있던데...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그걸로 모든 노선을 Full 로 돌리고 있다.
청사로 들어와 바로 폰을 켜보니 애들이 벌써 도착했다고 카톡으로 사진을 보내왔다.
엄마 아빠 마중오려고 새벽부터 일어나 아침 7시 차 타고 온게 대견했다
입국수속에선 무인지문인식이나 유인이나 이제 줄이 줄어드는 속도는 비숫하다. 다행히 짐이 일찍 나왔다.
카트를 밀고 나오는 우리를 보고 은재 짱이가 반갑게 달려온다. 둘 다 눈가를 만지는데 눈물 때문인지 눈꼽 때문인지...
아침 뭐 먹을래 ? 물었더니 지하 1층에 쉐이크섹버거가 있다고 한다. 공항이 한산하다.
두 애들만 주문하고
난 모스크바 라운지에서 가져온 사이다로 더부룩한 속을 달랬다,
현주는 여수팀에게 무사귀환 카톡 보내고 있음.
짱이가 언니샵에 직원 고만뒀다고 일르는 바람에
현주가 딸들 자리로 가서 한참 성토를 했다.
주차대행 사무실에 가서 키 받아 차 찾으러 간다. 은재랑 현주는 짐카트에서 기다리는데 짱이가 아빠랑 같이 간다고 따라왔다
차가 아주 멀리 주차되어 있어서 한참을 걸어왔다.
2주간 쌓인 먼지가 쩌들은 차를 끌어내 나오는데 블랙박스에서 " 카드가 손상되어 녹화를 할 수 없습니다 " 멘트가 계속 나왔다. 껐다 켜도 소용없어 전원 코드를 빼 버렸다. 차 맡길때까지도 아무 문제없었는데, 한국에 오자마자 빈정이 상했다. 주차대행 직원들이 막 타고 다닌후 메모리를 훼손시킨거 아닌가 심히 의심됐지만 따져봤자 뽀족한 증거가 없어 일단 가족들 태우고 청사를 나왔다.
하루 주차비가 2만 얼마라 써 있어 걱정했는데 2주 주차비, 장애인 할인 받아 64,000 원 결재.
신나게 수다를 떨며 영종도를 나와 인천대교를 건너 송도IC 쯤 왔을때 뒷자리 은재가 뜸금없이 말했다.
" 내 망사가방 누가 챙겼음 ? "
차 안이 일순간 서늘해졌다.
아무도 그 가방을 기억하는 사람이 없다. 갓길에 차를 세우고 은재가 나가서 차 트렁크를 확인해봤지만 없다.
<클릭하면 확대됨>
카메라로 아까 찍은 사진들을 확인해보니 은재 가방이 햄버거집 의자에 걸려 있는 것이 포착됐다,
지하주차장 카트에 놓고 온건 아닌거 같아 일단 조금 안심이 됐다, 은재는 공항내 분실물 센터에 전화하고 현주는 쉐이크섹버거에 전화하고 난 바로 차를 돌려 과속하며 인천대교를 다시 건너 갔다. 가방에 든 돈이 왕복 톨비보다는 많았다
현주가 다급하게 쉐이크섹 매장 직원에게 가방여부를 묻자 직원도 분실물을 안 챙켜 놨는지, 잠깐 기다리라고 했다,
긴장된 몇 초가 흐른후 직원의 대답이 폰으로 들려왔다. " 가방 있습니다 ! "
아빠가 화부터 내고 엄마가 지청구부터 하던 기존 패턴과 다른 침착한 대처에 은재랑 짱이가 바로 밝아졌다, 햄버거 매장을 나온지 거의 두시간이 지났는데도 가방이 무사한게 신기했다. 우리 이후로 손님들이 많던데, 누가 자리 맡아놓고 주문하러 간 줄 알고 안 건든건지, CCTV 가 많아 감히 들고 갈 엄두가 안난건지 여튼... 우리나라 좋은나라
제 2청사 1층에 은재 내려주고 우리는 다시 나와 회차로 근처 공터에서 기다렸다
아까 받은 주차영수증을 자세히 확인해봤다, 「요금시작 6.3일 09:57 요금종료 6.17일 11:01 14일 1시간 4분」이란 기록이 찍혀 있었다,
최소한 주차대행 직원들이 이 차를 끌고 외부로는 안 나갔다는 확인이 되자 기분이 조금 풀어졌다,
은재에게 바로 전화가 와서 다시 픽업 갔다. 가방안에 돈도 그대로 있다고 한다.
인천대교를 다시 넘을쯤 조용하길래 뒤를 보니 모두 곤히 잠들어 있다. 깨지 않게 천천히 조용히 운전해 아파트에 들어서자 그제서야 모두 부시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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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전과 후의 애정도 차이가 가장 극명한 나라. 러시아.
기회가 된다면 다음엔 블라디보스톡, 사할린, 캄차카, 상뜨 등을 가보고 싶어졌다.
※ 64번 비행기를 갈아 타고 24개국을 306일동안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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