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로스토프의 개 삼형제

2018. 6. 13. 14:00Russia 2018





북쪽으로 계속 올라가자 마을과 언덕과 숲이 평평해지고 지평선위로 수평선이 나란히 달리는 진풍경이 나타났다.


너른 습지와 물웅덩이


차들이 쌩쌩 달리는 직선도로에서 오른쪽 한적한 길로 빠졌다.

그 길 끝에는 집들이 허연 따개비처럼 지평선 한쪽에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마을 가장자리, 호수랑 맞닿은 곳에 햇볕에 반짝거리는 뭔가가 보였다


가까워질수록 형태가 보이는데... 성당이었다



갓길에 차를 멈춘 채 넋 놓고 처다봤다.

인간과 자연의 합작품. 아름다운 풍광




긴 뚝방길을 하염없이 걸어가는 사람들


마을 초입에 평화로운 나룻터



황금고리 8개 도시중 5번째 로스토프 벨리끼에 들어왔다.

모스크바에서 북쪽으로 220km 떨어진 이 곳은 862년 이미 도시가 형성되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황금고리중 가장 오래된 도시다.


유유자적하게 길을 건너는 고양이




현대화, 도시화의 격랑을 피해 간 듯한 옛스런 거리





도시의 중심인 크레믈이 길을 막고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성문앞에 초등학생쯤 되는 아이들이 견학을 와 모여 있었다. 귀여워 현주가 카메라를 들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모라고 소리쳤다,

움찔해서 사진 찍을 엄두를 못 냈다


현주가 크레믈이 너무 고급스럽다고 감탄을 했다.

아닌게 아니라 그동안 보아왔던 사원들은 원색과 비싼 금,은으로 치장해 화려하기 그지없었는데 여긴 순백의 벽과 회색돔 검은색 지붕이 오히려 더 고급스럽고 신비로운 느낌까지 들었다, 


회랑으로 연결된 종루안에 크고 작은 종들이 매달려 있다.

로스토프 크레믈의 종소리는 아름답기로 유명하다는데 곱추 종치기가 아직 출근을 안 해서 아쉬웠다



크레믈옆으로 시장이 있다, 장이 안 서서 한적한 시간이다. 





시장 안쪽길을 이리저리 돌아 크레믈 성벽쪽으로 다가가면




방치된듯 낡고 작은 사원을 만날수 있는데 구세주사원이다.  (57.186055   39.416788)

1690년 시장의 거상과 주민들이 헌금을 모아 지은 것인데 교회가 시장안에 박혀 있는 특이한 곳이다.,




구세주사원앞 식당길가에 주차하고 후문을 통해 크레믈 안으로 들어갔다 


넓은 흙마당 한가운데에 우스벤스끼 사원.  (57.184798   39.415147)

이 도시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이라는데 손자뻘 되는 구세주사원보다 더 새것처럼 깨끗하게 보존관리되어 있었다



크레믈 안에 있는 우스벤스끼사원 맞은편엔 또 다른 성벽이 가로막고 있었다





사람들이 들어가갈래 우리도 성벽쪽문으로 들어가 보았다,



동굴처럼 어두컴컴한 통로를 지나 안뜰로 나오려는데 여긴 공짜가 아니였다. 매표소가 오른편 성벽안에 박혀 있었다,

낼까 말까 하다가 현주가 안쪽 풍경에 눈이 돌아가 있어 2명 100루블 (1,800원)을 내고 들어왔다.


한가운데에 파란 잔디와 큰 나무, 작은 연못이 어우러진 정원이 있다



여긴 또 진녹색의 돔.

점점 아라비안나이트를 닮아 간다













신이 난 현주가 앞에 아줌마 흉내를 냈다.

서면 서고 가면 가고 전화 받으면 전화 하고...












2층으로 직통하는 회랑형 계단



2층 내부는 미술작품 전시관이었는데 별도의 입장표를 끊어야 된다고 해서 그냥 나왔다














100루블 뽕 빼려고 손가락 마비되도록 셔터를 누르다 나왔다.


바깥 흙마당 후문옆으론 나무오두막에서 남자애가 혼자 기념품을 팔고 있었는데 사주고 싶어도 대충 깎은 나무총과 칼같은 거라 구경만 했다

그 옆 나무계단을 올라 힘들게 문을 밀면 성벽안의 공간으로 들어가게 된다. 여기도 기념품점이 있다,



귀엽긴 한데 좀 조잡...






진열대 맞은편에선 아줌마가 틀속에 진흙을 쑤셔 넣어 바로바로 인형을 찍어 내고 있었다,


그걸 보니 갑자기 사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150루블 (2,700원) 짜리 종을 하나 고르자



신문지로 둘둘 말아 비닐에 담아 주었다


비닐봉지를 흔들며 밖으로 나오자 그 사이 나무총을 팔던 남자애는 퇴근해버렸다


크레믈을 나와 로스토프의 세번째이자 마지막 목적지인 이시도르 사원으로 향했다.  (57.188508   39.419919) 

세 곳이 다 고기고기 붙어 있어 금방 도착했는데 마을뒤 숲옆에 쓸쓸하게 혼자 서 있었다. 오래되고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건물이라지만 찾는 이가 아무도 없었다. 더 쉬시라고 우리도 조용히 물러났다.




호수를 보고싶어 아무 골목길이나 들어갔다


낡은 성당과 판자집들

지금이야 여름이라 괜찮지만 긴 겨울동안은 저런 곳에서 어찌 사는지...



네로 호수


마을 들어올때 보고 반했던 성당들이 호숫가에 자리잡고 있다,







작은 섬




우리랑 앞서거니 뒷서거니 ... 다정스런 노부부







호숫가를 따라 가다보니 멀리 보이던 성당이 어느덧 눈 앞에 와 있었다

가이드북엔 없었던 성 야곱 사비오르 수도원(Monastery of St. Jacob Saviour) 이다,





낚시대를 챙겨 돌아가는 아빠와 아들




이 곳도 유명한 곳인지 방문객들이 간간히 보이고 성당에서 만든 물품들을 파는 가게도 문을 열고 있었다,



할머니를 챙기는 염마와 소녀



개 한마리가 철도위에 턱을 괴고 늘어져 있고 그 앞에도 뭔가가 쓰러져 있었다,

허기지고 지쳤거나 죽은거 같아 불렀더니...


개 세마리가 머리를 쫑끗 들어 우리를 처다봤다. 형제같이 닮았다

걱정 안해도 될거 같아 자리를 떴다,


현주가 따뜻한 스프가 먹고싶다 해서 다시 크레믈 옆 시장으로 돌아왔다,

적당한 식당을 찾아 다니다 사람들이 들락거리는 한 곳을  발견해 차를 세우고 들어가 보았다. 빵과 커피와 간단한 요리를 포장해 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안에 앉을 자리도 두세개 있었다. 다행히 스프메뉴도 걸려 있었다. 혼자 분주한 주인남자에게 신용카드 되냐고 물으니 안된다고 한다. 어제 용철씨에게 루블화를 다 줬더니 주머니에 동전 몇개 밖에 안 남았다. 한 사람 먹을 스프와 빵 한덩이는 살 수 있을거 같아 달라고 했더니 지금시간엔 스프가 안된다고 한다. 갑자기 우리의 처지가 처량해 보였다.


어깨를 축 늘어뜨린채 가게를 나와 차를 끌고 삼거리쯤 오자 ATM 기계가 보였다,

현주에게 차 안에서 기다리라고 하고 citi 카드만 꺼내들고 길가 창구로 달려갔다


머신이 HYOSUNG 이다. 이 시골 구석에서 한국제품을 만나니 힘이 생겼다,


내 뒤에 남자가 서길래 양해를 구하고 5,000루블씩 두차례 인출했다 (180,000원)



"  현주야 우리 이제 돈 많어. 비싼거 먹자 ! "

그런데 이번엔 식당이 눈에 안 보였다, 일단 다음 도시로 가면서 적당한 곳 보이면 들어가자고 현주를 다독였다.


로스토프를 벗어 날때쯤 큰 마트가 보였다. 안에 식당이 있거나 없음 마트에서 반조리된 음식이라도 살 수 있을거라고 부추기며 차를 넓은 주차장에 세우고 열심히 들어가려는데... 먼저 뛰어 들어갔던 현주가 바로 뛰처 나왔다

"  고무냄새가 심하게 나. Hardware 파는 마트야 "

음식하곤 거리가 먼 철물과 건축자재등을 파는 곳이었다.


차 안에서 사과, 쥬스, 치즈, 파인애플등이 나왔다.

맛있다고 오기를 부리며 둘이 북으로 북으로 계속 달렸다. 




<러시아 미술> Apollinaria Vasnets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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