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삭임 "

2010. 6. 14. 12:54독서

 

 

 

 

           잘 모르는-사실 안다고 해도 일방적 관계이므로-어느 여자아나운서가 1년간 뉴욕에 가서 휴식기를 가지며

        생활한 기록으로 알고 읽기 시작했다.  내가 가보지 못한 뉴욕은 어떤 곳인지가 가장 궁금했고 뒷부분에 부록

        처럼 실린 쿠바여행기 또한 구미가 당겼다. 프랑스 파리는 나도 가본 곳인데 저자는 또 어떤 시각으로 봤는지도

        흥미를 자극했다. 그래서 빌린 책 몇권중에 가장 먼저 손에 들렸고 일요일인 오늘 하루종일 산약오토바이를

        타고와서 피곤한 저녁에도 남은 부분을 펼쳐보았다.  3일만에 다 읽은 느낌을 굳이 적으려 한다.

 

           저자의 사진부분에 대하여는 칭찬을 많이 해주고 싶다. 늦게 카메라를 접하고 흥미나 취미를 넘어 뉴욕에

        있는 동안 사진공부까지 했다고 하니 부럽기도 하고 대단하단 생각이 든다. 전문가답게 사진한장 한장에서

        감성이 느껴졌다. 실린 사진중에 어느 하나도 쉽게 찍힌 사진이 아나라 수모를 당하기도 하고 뻔뻔하게

        들이밀기도 하고 양해를 구하기도 하고...많은 이야기가 녹아 있음을 알수있었다.

           책에 대부분을 차지하는 뉴욕에 대한 부분은 내가 원했던 여행기라기보다는 감정을 가감없이 써 내려간

        일기 같은 내용이였다. 놓아버린 사랑과 미래의 불안감, 현재의 존재등 30대가 되면 누구나 넘어야 하는 힘든

        고개처럼 이 사람도 어른이 되어가고 있었다. 내가 그 고개를 넘어 40대로 들어서보니 세상의 복잡함이 싫어진다.

           젊을때 옆사람의 고민을 들어주고 같이 힘들어하고 어떻게든지 해결해주려고 하던 모습은 다 사라지고 타인의

        넋두리나 고민들을 들으면 내 속까지 답답해져와서 자꾸 피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고르는 책도 해피엔딩이나

        가벼운 여행기같은것이 좋은데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삶의 고달픔을 다시금 느끼게 되어 괜히 읽었다싶다. 

        그러나 저자의 잘못은 없다. 그는 나에게 미리 알려주지 않았는가, 자기만의 '속삭임' 이라고... 

 

           쿠바여행때 가이드에게 반 협박으로 돈을 뜯긴 부분이나, 파리에서의 약간 위험한 일탈을 보며 갑자기

        한비야씨를 나무라던 글이 기억난다. 알려지지 않은 불안정한 곳을 여자혼자 호기있게 여행한것은 대단하지만,

        그 여행기를 읽고 무턱대고 따라하는 한국 여성들의 무모함을 개탄하는 내용이였다. 실지로 sad-ending 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자신의 여로를 자랑하기앞서 타인에게 위험을 줄수있는 상황을 미리 막아주는것은

        공인의 필수자질이라고 생각한다. 이 저자에게 큰 사고가 안나고 여행을 마치자 나도 비로소 안도감을 느낀다.

 

              여행은 지금 서있는 땅과 하늘을 다시금 알려주는 네비게이션이다. 자신의 좌표를 잊고사는 우리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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