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오키나와에선 LAWSON을

2017. 12. 31. 21:00Japan 2017

  




McDonald와 BLUE SEAL이 보이면 큰 도시 초입이렸다

블루씰은 오키나와에서 유명한 아이스크림 브랜드라 맛집 마중물로는 딱이다. 아이들에게 맛도 보여줄 겸 막히는 도로에서 빠져 나왔다


핸들만 오른쪽으로 살짝 돌리면 바로 넓은 주차장이지만 여기선 중앙선을 넘어야 하는 좌측통행이다보니 아쉬워하며 더 직진.

마을뒷길을 빙돌아 조심조심 좌우를 살피며 주차장으로 들어왔다, 그만큼 아직은 이 나라 교통법규에 익숙해지지 못했다  



여자들은 점포안에 들어가 아이스크림을 사먹고 사진을 찍는 동안








그제서야 나는 차 시동을 끄고 차분히 주변 정리할 시간을 가졌다,

먼저 렌터카 서류부터 자세히 살펴 보았다. 겉은 새차인데 벌써 10,644 km 이섬 구석구석 몇번을 쏘다닌 차였다


계기판과 스위치류는 뭐 씸플하고...

네비랑 친해지려고 이것저것 눌러보고...


아까부터 거슬리던 룸미러는 후방 카메라에 보이는 영상을 모니터에 쏴주는 방식이었다. 경차가 기능은 최신형. 그런데 뒷자리 애들이 안 보이는 치명적 단점이 있었다. 이리저리 만져보다 밑에 레벨을 젖히자 익숙한 거울로 전환되었다. 



그 다음 밖으로 나와 차 주변을 한바퀴 빙 돌고


짐은 잘 실었나 ? 트렁크도 열어보고


주변 풍경도 두리번거렸다



홀로 시간을 보내고 상황파악이 좀 되자 그제서야 돌아오지 않은 식구들이 걱정돼 블루씰 안으로 들어갔다

넓찍넓찍 큼직큼직한게 딱 오키나와 주둔 미군 스타일이다  


나도 한번 먹어 볼까 하다가 도열한 음식모형들에 질려 바로 돌아나왔다,

각 잡을게 따로 있지.


옆집은 LAWSON 편의점이었는데


그 순간 비닐봉투를 흔들며 여자들이 돌아왔다,


맛집을 네비에 찍고 한결 안정된 기분으로 출발했다



애들은 뒷자리에서 가루비 과자를 먹고


과일향이 살짝 도는 음료수를 마시며 지들끼리 품평회를 하고 있다


산속터널을 빠져 나오자 옅은 사파이어 바다가 시작되었다. 우리나라에선 한번도 본적이 없는 바다색.


지금 가는 식당에 기대감을 비추며 마이크를 잡고  

' 이번 오키나와 여행은 관광지들이 별로 볼게 없어 주로 먹방을 찍는 코스로 잡았다 ' 설명하자 모두 좋아했다


흥분한 나머지 잠깐 길을 잃었다가 조용한 마을 안쪽으로 들어갔다


지붕에서 자는

주인 없는 고양이

봄비 내리고                    -단 다이기-





맹렬히 짖어대는 개를 무시하고 더 들어가자



인터넷으로 본 기억이 나는 시골기와집이 나타났다,

주차장이라고 표시된 윗 공터엔 벌써 차 3대가 주차되어 있었다. 유명한 집이라 식사때를 지났어도 사람들이 있나보다

안쪽에 차를 대고 식구들을 데리고 내려왔다


그런데 입구에 널판지를 들 입(入)자로 괴어 놓았다.

평소엔 선호하지만 여기선 결코 만나고 싶지 않은 한자가 거기 써 있었다. 休


고등학교에서 일본어를 배웠다는 짱이를 척후병으로 보냈는데


행정전산망 4888 한자도 헷갈려 했다



별로 도움이 안됐다



유명한 벤또집이라 기대한만큼 실망도 컸다,

이웃집 할머니가 와서 일본말로 뭐라 하는데 말은 안 통하고 짜증만 나서 식구들을 태우고 마을을 떠났다


사람없는 절에

종은 도둑 맞았어도

첫 벚꽃                                  -마사오카 시키-



가엾어라

나를 따라오는

나비                                        -고바야시 잇사-


마울 위로는 옥수수인지 사탕수수인지 키 높은 밭이 이어졌는데 그 사이로 딱 차 한대 지나갈 정도로 좁은 길이 나 있었다


될대로 되라지 ! 하며 계속 올라가자 2차선 큰 찻길이 나왔다.


이번엔 현주가 좋아하는 스시집을 네비에 찍고 좁은 해협을 건너간다,



가을바람 분다

마음속 수많은

산과 강에                                    -다카하마 교시-


그런데 길 옆으로 오늘 우리가 묵을 숙소가 보이는 것이 아닌가, 일단 밥부터 먹고 돌아오기로 했다,

이번엔 숙소와 10 여 km 넘게 멀어지고 있다, 오로지 입에서 살살 녹는 스시만을 떠올리며...



길가 어느 집에 젖소가 노브라차림으로 두 손을 번쩍 들고 서 있다. 졌다 졌어. 역시 성진국 인정


갑자기 우회전 하는 차들이 밀려서 신호를 몇번 기다려 다리를 넘었다


또 다른 도시로 들어왔다,

이내 도착한 스시집. 재료가 떨어졌다나 모라나 써 있고 문이 닫혀 있다.

그 옆 식당은 안에 불이 켜 있어 간신히 주차를 하고 은재를 먼저 보냈더니, 5시에 영업 시작한다는데 지금은 4시 20분,

그런 상황들이 짜증나는데, 현주가 갑자기 " 애들은 회 못 먹는데 ! " 하는 말에 발끈해서 " 스시는 회 아냐 ? " 라고 화를 냈다


" 일단 숙소로 가자, 가는 길에 식당 있음 들어가고 없음 편의점에서 저녁거리를 사 가자 " 고 하며 오던 길로 차를 돌렸다.


비가 또 온다


여름소나기에

두들겨 맞는

잉어의 머리                                    -마사오카 시키-



혼자 날카로워져 앞만 보며 운전하는데 현주가 ' 스테이크집이다 ! " 라고 외쳤다

반사적으로 급회전하며 식당 마당으로 들어갔다. 조사해간 맛집목룍에도 있는 식당이었다


빗속에서 흙 묻은 손을 씻는다                         -오자키 호사아-





초저녁이라 그런지 손님들은 별로 없었다.

메뉴판을 읽다 포기하고 또 다시 읽어보고... 간단한 걸 괜히 도식화 한다고 더 어렵게 만들어 놓았다. 질리게 만들어 앞에 젤 비싼걸 시키라는 의도가 다분해 보였다. 주문 받으러 온 남자애도 그저 귀찮으니 아무거나 시키라는 표정


스프와 셀러드 바를 이용하려면 추가요금이 있고

케익과 드링크바까지 이용하려면 거기에 또 추가요금이 있는 약간 복잡한 시스템


그래서 스프를 먹고 싶어 스프와 샐러드바만 신청하고 가봤는데 ... 지대로 낚였다


인스턴트 스프에 희멀건한 고깃국물 빈약한 샐럳,


거기다 아까 내가 화낸 거 때문에 식탁분위기마저 썰렁했다




잠시후 나온 메인메뉴

그나마 이 생선튀김은 먹을만 했다


스테이크는 삶았냐 싶을 정도로 육즙은 다 빠지고 질기기만 했다


함박스테이크에선 구린 냄새가 났다


우리 혀가 알고 있는 스테이크랑은 다른 맛. 다른 음식이었다. 비쥬얼과 맛이 따로 논다. 40년전 국민학교때 오산굴다리 사거리 경양식집 맛이 떠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녁시간이 되자 이 식당을 첨 오는 듯한 한국, 일본인들이 한두팀씩 늘어나고 있다


대충 허기만 떼우고 일찌감치 미련없이 일어났다,




저녁먹고 6 만원이 아깝긴 첨이다.

계산대 옆에 젤리같은게 있어 두개 집어 와 애들 줬는데 디저트가 아니라 가글액이었음


멋모르고 웃는 얼굴로 환송하는 주차요원 아저씨를 뒤로 하고 차를 끌고 나오자 이내 사거리에 넓은 주차장까지 갖춘 편의점을 만났다

저녁을 먹고도 편의점을 안 들를 수가 없었다.


덜 찬 배를 채우기 위해 이것저것 맛있어 보이는 걸 주워 담으니 2만원


아까 지나쳤던 숙소에 도착했다,.

차안에서 모든 짐을 꺼내 나오는데 해풍이 너무 세서 몸이 휘청거렸다


프런트에 벨을 치자 뒤쪽에서 60대쯤으로 보이는 덩치 큰 아저씨가 나왔다. 

은퇴한 야쿠자 같이 생겨서 거금 62,000 엔 바로 결재,


혼자라고

숙박부에 적는

추운 겨울밤                            -고바야시 잇사-


방문을 열며 습관처럼 냄새부터 맡았는데 이발소 싸구려 스킨냄새가 풍겨왔다. 접대원부터 방향제까지 호텔 분위기가 일맥상통하고 있다. 얼른 창가로 가서 문 활짝 열고 환기부터 시켰다

욕실은 좁고 조립식으로 끼워 맞춰 있었다. 한국에선 많이 써도 6만원짜리 방이 여기선 16만원이라니...




편의점에서 사온 것 이것저것 뜯어서 먹어보고


은재는 짱이에게 주도를 가르친다는 핑게로 아빠도 안 먹는  맥주를


애들이 우리방에 놀러 왔다가 TV에서 만화 안한다고 도로 가고...

 

내일새벽엔 새해일출 보자고 했다가, 오늘밤까지 잠을 못자면 여행내내 컨디션 회복을 못 할 거라는 현주말에 바로 없었던 걸로...


오늘 산 담배를 개봉해 발코니로 나갔다. 바람이 심해 안 빨아도 금방 타 버려 두개피를 연속으로 피웠다,

미세먼지 피해 공기 좋은 곳에 와 고작 하는게 담배라니 ...바로 불쾌해졌다

해안가에서 뭐가 반짝거려 불꽃놀이 하는줄 알았는데 아침에 보니 풍력발전기 전등.


먼 속의 불꽃놀이

소리만 나고

아무것도 없어라                                  -가와히가시 해키고토-


한밤중에 전등을 환히 밝힌 농가


오후에 헛걸음한 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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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 속의 불

코 고는 소리 속

희미한 불빛                      -가야 시라오-


잠이 안와 밤 11시까지 뒤척이며 머리맡 스텐드를 껐따 켰다 하다 현주에게 한소리 듣고....


어렇게 좋은 달을 혼자서 보고 잔다               -오자키 호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