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Franse Bakker

2016. 7. 26. 14:00Belgium 2016





" 팟 !!! "

뭔가 바닥에 떨어져 깨지는 소리와 동시에 산산조각난 파편이 사방으로 쫘악 흩어졌다주전자 도기 뚜껑이 힘없이 빠져버린 것이다. 놀란 세 사람은 붕어처럼 입만 벌린채 벙어리가 됐고, 그 소리에 놀란 여주인이 안에서 튀어 나오더니 상황파악 후 목소리를 깔고 천천히 말했다

사야 됩니다... , 뚜껑이 없어 하자 있는 물건이니 반 깎아 15만 받겠습니다

원래 27넘는 가격표가 붙어 있었고, 그 가격을 받아야겠다고 충분히 주장할 수 있는 상황인데 여주인이 센스있게 아량을 베풀어 준 것이다.

혹시 뚜껑만 따로 구할 수 없을까요 ? ” 내가 울상으로 묻자, 세트로만 들여 오는거라 없다고 했다.


15 를 현찰로 지불하고, 뚜껑과 함께 넋이 날라간 현주 손을 잡아 끌고 밖으로 나왔다.



난 싸게 사서 속으로 쾌재를 부르는데, 현주는 팬스에 기대 하염없이 바다만 바라보며 한동안 자책의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말없이 남쪽 모래언덕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바닷물이 큰 S자를 그리며 빠져나가는 해변


언덕사구엔 관목이 드문드문 박혀 있고.


사람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각자 방식으로 여름의 바닷가를 즐기고 있다.



태양이 정수리에 떠 있는 시간에 그 언덕을 올라갔다 왔더니 얼굴 피지가 지글대며 아주 보기좋게 익었다






이젠 멀리서 온 피서객들까지 가세해 해변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


한 가족이 백사장에 파라솔을 꽂고 의자에 앉아 행복한 시간을 보내려 하고 있다. 예일곱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애가 수영복이 맘에 안 들었는지 알몸으로 도망 다니며 떼를 쓴다. 달래던 엄마가 더 이상 못 참고 수영복 위에 바지와 옷을 대충 걸쳐 입은 후 여자애를 잡아 거의 때리듯 강제로 수영복을 입혔다. 그래도 분이 안 풀렸는지 애 팔 한쪽을 붙잡고 해변을 나와 언덕을 지나 마을쪽으로 질질 끌고 갔다.

넌 오늘 죽었다 ! ’


한참 만에 두 모녀가 다시 해변에 모습을 나타냈다. 여자애는 수영복을 입은 채 아빠품에 달라붙어 서럽게 훌쩍거렸다.

두 오빠가 동생이 안쓰러웠는지, 양 팔에 벽돌만한 튜브를 끼워주고 양쪽에서 호의하며 바닷물로 데려가고 있다...

한낮이 그렇게 흘러갔다.



점신은 현주의 추천을 받아 그 빵집에서 먹기로 했다.



부자들은 경비행기를 몰고 바다 위를 날고, 흰 요트를 띄워 놓고, 말을 탄 채 해변을 거니는데 2만원짜리 파스타도 부담스러운 서민들은 바닷가 전망 좋은 레스토랑을 외면하고 싼 음식을 찾아 시내로 내려온다. 대부분의 피서객들은 수수한 차림에 씀씀이가 검소하다. 그래도 기념품점과 식당들은 한철장사를 위해 고가정책을 고수하고 있었다.



기둥에 등을 기대고 현주 사진을 찍어주려는데 불가항력적으로 내몸이 오른쪽으로 스르르 쓰러졌다. 

카메라를 보호하려고 안간힘을 쓰며 다급히 현주를 부르자 놀라 달려왔다. 근처에 있던 백인남자도 와서 부축해 주었다.



빵가게 De Franse Bakker에 도착. 사람들이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벌써 빵을 사서 야외테이블에 앉아 맛있게 먹고 있는 사람들을 부러운 눈으로 처다 보며 우리도 줄 끝에 섰다.


10 여분만에 드디어 우리 차례.

아침에 먹은 에그타르트는 다 떨어져, 주문받는 아줌마에게 바게트빵에 샐러드 넣어 샌드위치를 만들어 달라고 했는데 못 알아듣자 앞에 서있던 아가씨 손님이 통역을 해주었다. Earl Grey 차까지 무사히 주문완료,


안쪽에 빈 테이블들이 있어서 먹고 간다고 하니 앉아 계시면 갖다드린다고 한다.

알고보니, 우리가 서 있던 긴 줄은 테이크아웃용이었고 매장내에서 먹을 사람은 앉아 있으면 직원이 주문을 받으러 오는 시스템이었다.



빵집엔 여직원들이 여러명 보이는데 각자 주문받고, 샌드위치 만들고, Panini 누르고, 커피 내리고, 서빙하고... 역할분담이 일사분란하게 잘 이루어지고 있었다.



잠시 후 애플파이와 즉석으로 만든 바게트 샌드위치가 공수되었다.






서빙 아가씨가 차를 2인분으로 잘못 가져 왔길래 정정해 주고 난 커피 주문


맛있다.



항상 긍정적으로 살아라.,

니 꼴리는 대로 하는데 정신줄은 놓지마라.


웬 중년부부가 빵집 안 테이블까지 큰 개를 데리고 들어왔다. 개가 부르르 몸이라도 털까봐 신경이 거슬렸다맹인 같진 않은데 매너가 없어 보였다. 아저씨가 직원아가씨에게 뭐라고 말을 하는가 싶더니 잠시 후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번쩍거리는 큰 스텐레스 그릇에 맑은 냉수가 개 앞으로 서빙 되는 것이 아닌가. 내가 졌다 ! 이 나라에서 개는 이미 인간대접을 받고 있었다.



14.30  € 나와서 15  € 냈더니 아가씨가 0.3  € 를 잔돈으로 가져왔다. 현주가 화장실을 다녀오더니 0.5  € 써 있더라던데 그 사용료를 받은 건가 ? 여튼 그 잔돈도 팁 줬다 생각하고 내려놓았다.

여긴 차나 커피는 3.3  3.0 등으로 싼데 음료수가 2.0  2.5 등 상대적으로 비쌌다



직원 아가씨에게 근처에 슈퍼마켓을 물어보았더니 10분 이상 걸어가야 한다고 친절히 설명해 주었다. 식당을 나와 현주는 장보러 시내로, 난 다시 해변으로 각자 제 갈길을 간다.



현주가 본 시내 풍경




















한편 나는...


오전에 현주의 Photo zone이 되어준 점포는 아이스크림 가게였다. 사람들이 주문하려고 줄을 서있고 벤치에선 중년부부가 사이좋게 앉아 아이스크림을 따블로 얹은 콘을 핥고 있었다. 현주에게 지폐를 다 준 터라 주머니를 뒤집어 보니 동전이 2조금 넘게 나왔다. 가장 싼 메뉴가 다행히 1.8. 나도 당당히 줄을 서서 파스타치오 콘을 주문했는데... 내것만 아이스크림이 한덩어리라 참 없어 보였다.


중년부부가 앉아 있는 자리로 와 눈인사를 나누고 그 옆에서 녹아 내리는 아이스크림을 맛있게 핣았다. 그런데 사람들이 계속 와 앉는 바람에 밀려 밀려 그 부부 벤치에 합석했다.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 이 마을 De haan을 어떻게 읽느냐고 물어보았다.

아줌마가 더 핸이라고 발음하며 뜻밖의 이야기를 해 주었다

“ Chicken, Man chicken, Haan, Le Coq ! "

~ 그제야 해변에 수많은 닭들의 궁금증이 풀렸다. 마을이름 De Haan은 영어로 The Rooster 였던 것이다. 수탉 !

이 부부는 브뤼셀 근교에서 시금치농사를 짓고 있는데 농한기에는 둘이 이렇게 며칠씩 자전거 여행을 하고 있었다. 핸들에 붙어 있는, 볼펜으로 숫자를 적은 긴 종이는 도로번호라고 한다. 뽀빠이 시금치이야기부터 수원, 삼성, 벨기에의 한국기업 이야기, 현주이야기 등... 서로 수다가 터졌다.

내가 추억사진을 찍자 자기네들도 사진을 찍어가고 싶은데 방법이 없다며 오래된 삼성 2G폰을 꺼내 보였다.


헤어지며 아쉬워하는 표정들이 역력했다.

이쪽 사람들은 표정이 별로 없어 무뚝뚝하거나 화나 보이는데 한꺼플 벗겨보면 완전 딴판이었다. 쾌활하고 개방적이며 말이 많았다.


궁민여러분~ 섭하지만 대한 이 아니고 더핸 이랍니다 !





숙소에 와 방문을 의자로 받쳐놓고 옷을 홀딱 벗고 빨래를 하는데 문이 바람에 꽝 닫히는 순간 현주가 도착해 문을 노크했다. 비눗물 대충 헹구고 나와 문울 열어 주었다


샐러드에 치즈에 쥬스에 과일까지... 맛있고 푸짐하게 장을 봐 왔다.






달달한 후식


달콤한 낮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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