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7. 22. 09:00ㆍNetherlands 2016
창밖에 개짖는 소리, 위층 마룻바닥 삐걱거리는 소리에 깨보니 8시 15분.
어제 Brink에게 아침을 8시에 먹겠다고 한터라 대충 걸치고 나가보니 부엌 식탁 두개에 아침상이 차려져 있었다. 부지런한 Brink가 어느새 소리없이 준비해 놓고 올라갔다.
사실 그게 가능한 것이, 한국처럼 냄새 피우며 조리하는 음식이 아니라 그냥 꺼내만 놓으면 되는 제품들이었다. 약간 무성의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뭐 우리 아침 위장도 그렇게 맞춰진 터라 오히려 이게 속이 편하다.
머그컵에 따뜻한 커피와 고소한 네덜란드 우유를 반반 섞어 아침을 먹고 있는데 Brink가 위층에서 내려왔다.
답사목록중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지 못한 곳이 세 곳 있는데 그중 하나가 이 지역이라 바로 스마트폰을 켜고 Brink에게 사진을 보여주었다. 잘 모르겠다며, 종종 걸음으로 계단을 올라가더니 잠시 후 프린트된 종이 한 장을 가져왔다. 거기엔 우리가 찍어 온 사진과 똑같은 건축물이 주소와 함께 칼라로 출력되어 있었다. 여기까지 와서 허탕칠 뻔했는데 막판에 결정적인 정보를 입수했다.
빈 그릇을 정리하고 있으니 옆방 두 여인이 아침을 먹으러 나온다.
기회가 없을 거 같아 두 분 full name을 적어 달라고 하자 마리타가 “ 구글 뒤질려고 ?” 농담을 했다.
“ 한글로 찾을테니 걱정마요 ”
식사 편하게 하게 자리를 비켜주려고, 우리는 차 두잔을 만들어 마당으로 나왔다.
지극히 연출사진
마당을 나와 집밖 산책
아침나절에 트럭이 후진으로 마당에 들어오자 Brink가 내려와 택배 짐을 받아가며 계면쩍은지 한마디 한다
" 딸이 주문한 거예요 "
마리타가 먼저 외출준비를 하고 나왔다. 탁자에 앉아 비지땀을 흘리며 하지정맥류 스타킹을 올리길래 걱정스러워 진맥을 봐주고 평소 도움이 되는 섭생을 알려 주었다. 잠시후 안느도 나와 어제의 동지들이 다시 뭉쳤다.
우리는 오늘 퇴실이고 그녀들은 지금 바다를 보러 갔다가 내일 퇴실한다고 해서 아쉬운 작별인사를 나눴다. 연락처를 받아 놓을까 잠깐 고민이 들었는데 인연을 이쯤에서 즐거운 추억으로 매듭짓는 것도 좋을 거 같아 관뒀다.
아쉽게 뒤돌아보던 안느와 차창으로 손을 흔들며 떠나는 마리타가 지금도 눈에 선연하다
우리도 방에 와 가방을 꾸려 나왔다. 브링크를 불러도 없길래 열쇠를 계단위에 올려 놓고 나왔다
차에 와 짐을 싣는데 브링크가 배웅나왔다,
어제는 건축물 한곳만 둘러보고 느슨하게 보낸 터라 오늘은 일정이 좀 빡빡하다.
상쾌한 기분으로 출발.
옆집 양들이 누워있다 고개만 들고 우리 차를 무심히 바라본다.
▲
지구상에 이런 곳이 또 있을까 ? 인구 만명도 안되는 조그만 동네의 이름이 두 개다. 시장도 두명, 경찰서도 우체국도 전부 두 개씩이다. 네덜란드 사람은 이곳을 바를러-낫소 (Baarle-Nassau)라고 부르고 벨기에 사람은 바를러-헤르트흐 (Baarle-Hertog)라고 부른다.
지도를 보면 네덜란드 땅에, 듬성듬성 이불 기운 것처럼 벨기에 땅이 있고, 그 조그만 벨기에 땅 안에 또 네덜란드 땅이 알박기를 하고 있는 아주 복잡한 형상이다.
왼쪽 B는 벨기에. 오른쪽 NL은 네델란드
그러다보니 어느 집은 국경선에 걸쳐 있어서 앞문으로 들어와 뒷문으로 나가면 밀입국을 한 거고, 장 본 것을 앞문으로 갖고 들어와 뒷문으로 버리면 본의 아니게 밀수범이 된다.
벨기에의 돈 많은 헤르트흐 가문이 고집을 꺾지 않는 이상 이 난리는 계속 될 거 같다.
어디선가 맛있는 음식냄새가 퍼져 국경을 넘나들고, 주민들은 국적과 상관없이 사이좋게 웃고 지내고, 국경도시의 이점을 살린 공장과 사업체들이 마을 주변으로 산재해 있었다.
이제 우리도 국경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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