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Classic Remise

2016. 7. 20. 09:00Germany 2016





더워서 몇 번 깨긴 했지만 아침에 기분좋게 일어났다.

널어 놓은 빨래도 다 말랐다. 평소엔 빨래따위 신경도 안 썼는데 여행에선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밤새 안녕한 독일의 어느 거리



9시 넘어 식당에 내려갔는데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꽉 찼다. 안쪽으로 들어가 보니 음식진열대 바로 앞 식탁이 치워지지 않은 채 비어 있어 웨이터에게 치워 달라 하고 거기 앉았다.

동양인은 전혀 안 보인다

우리가 앉자 잠시후 따뜻한 커피를 주전자째 갖다 주었다. 다른 테이블에도 실버 주전저가 하나씩 놓여 있다.  커피 인심이 후하다.



식사 내내 옆 식탁에선 흑인 꼬맹이와 백인 아줌마가 머리를 맞대고 앉아 뭔가 심각한 공부를 하고 있다.


배부르게 아침을 먹고 방으로 들어왔다, 오전부터 날씨가 덥다.


외출 준비를 마치고 발걸음 가볍게 밖으로 나온다. 밤새 호텔앞에 노숙시킨 우리차도 무사하고.


Rhine-tower 를 네비에 찍고 출발했는데 네비가 또 이상하다. 다른 네비로 찍고 오다가 길을 잘못 들어 라인강을 건너 버렸다.


놀이동산까지 흘러 들어와 공터에 차를 세우고 이번엔 ' 클래식카 전시장' 을 찍으니 다시 강을 건너란다. 오락가락 ~


우리 호텔앞을 다시 지나 반대길 외곽으로 두 정거장쯤 나오자 거리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

사람들이 서 있는 전철 정거장 보도블럭엔 잡초가 삐죽삐죽 올라오고 무심히 출근하는 동네 사람들 뒷벽엔 스프레이 낙서가 가득하다. 표정으론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는 사람들.

오전부터 하늘은 흰점 하나 없이 온통 파란색이다





비교적 최근인 2006년에 개장했음에도 불구하고 뒤셀도르프의 관광명소 1번으로 등극한 곳이 있다. 바로 Classic Remise(레미즈-차고, 헛간). 주로 Vintage, classic car들이 전시되어 있어 자동차박물관으로 잘못 알려지기도 했지만 정확하게는 중고차 매매단지다. 박제품 박물관이 아닌 살아 있는 박물관이랄까 ? 그래서 오히려 더 다양하고 많은 차들을 볼 수 있고 전시차들의 손바뀜도 활발하다. 가장 좋은 점은 입장료가 없다는 거.


20-Classic Remise Düsseldorf (전시장) harffstrabe 110A, 40591 Dusseldorf

아직 이른 시간이라 주차장에 빈자리가 많았다. 노익장을 과시하는 두 클래식 카 사이에 갓 태어난 내 렌터카를 조심스럽게 끼워 넣었다.



주차장 한쪽엔 검은색 재규어를 도망 못가게 꽁꽁 묶어 트럭에 얹혀 놓았다.


저 휠 보소 !


콜로세움이 연상되는 원형의 웅장한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난 바로 어린아이가 되어 버렸다.




보이는 대로 다 갖고 싶었다.

가게 안에 전시된 1930년형 녹색 SS Jaguar 앞에서 발걸음을 못 떼고 사달라고 현주에게 떼를 썼다.







섹시하고 풍만한 바디라인에 반하고 반 고흐 그림의 하늘색 바디칼라에 취했다.

나뿐만 아니라 여기 온 모든 남자들은 인종과 나이를 떠나 모두 장난감에 넋이 나간 사내 애들이었고 여자들은 한결같이 전혀 사줄 맘이 없는 엄마 표정으로 느릿느릿 따라 다니고 있었다.




오늘은 무슨 차를 탈까 ?


여기 전시된 차들은 포르쉐를 위시한 독일차량이 젤 많았고 영국의 재규어, 미국의 쉐비, 이탈리아 페라리등이 심심치 않게 끼어 있었지만 요즘 생산된 모델은 거의 볼 수 없었다. 자동차를 처음 만든 나라답게 차를 오랫동안 타고, 관리하고, 튜닝하고, 구매하는 독일의 자동차 문화는 존경스럽다. 전시차중 싼 것은 약 1억 정도의 가격표가 붙어 있었다한대사서 폴란드, 러시아, 북한을 지나 한국까지 끌고 가는 미래를 점 처 본다.






! 자동차에 푹 빠져 정작 건물설명을 잊어 버렸다.

원형건물 둘레는 2층으로 나눠져 사무실과 튜닝업체가 입주해 있고 안쪽 천정까지 트인 공간은 자동차들이 전시되어 있고 구심점은 카페가 차지하고 있다.


자동차 전시장 용도에 맞춰 지은 것 같은 이 건물이 원래는 열차를 수리하고 보관하는 철도창이었다니 상상도 못했다.


단점은 건물 구조상 온실처럼 덥고 습해서 땀이 줄줄 흘렀다. 또 창문이 거의 없는 탓에 매연이 안 빠져 공기가 탁했다. 현주도 재밌어 하고 나도 더 구경하고 싶은데 그래서 오래 있을 수가 없다.



차 손보기


왕눈이



세차장 아줌마






돈이 넘처나는 남자들만의 호사





건물 밖으로 나오자 또 현주의 지청구가 시작됐다

" 왜 내 차 팔았어 ~ "







요 주변은 번화가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라 대형마트들이 몇개 모여 있었다.

자동차전시장을 나오자마자 바로 시원한 마트 안으로 들어가 느긋하게 생필품들을 구경했다.




커피코너엔 수많은 종류가 있었는데 내가 찾는 인스턴트커피는 거의 없고 원두를 갈아 포장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짐원아가씨에게 물어봐도 별 도움이 안됐다. 그냥 병에 들은거 두개만 샀다








치약코너에서 신기한 액체 발포치약을 발견. 근처에 아저씨에게 물어봐도 잘 모름.

자세히 보니 틀니 담가 놓는 세정제였다.


음식재료코너에 잘못 자리를 잡은 우리의 참이슬




은단도 아닌 금단



발포비타민을 못찾아 점원아가씨에게 도움을 요청했더니 우리를 데리고 가 안내해 주었다.

선반 맨아래에 숨어 있었다. 한국에선 한통에 4천원 여기선 천원,



총 70 계산.

출구쪽에 빵 시식코너도 있고 간이 테이블도 있어서 점심을 먹고 가기로 했다.


현주가 ' 여기 앉아도 되는거냐' 고 걱정을 했다.



난 갈증나서 커피와 음료수를 벌컥벌컥 마셨더니 물배가 차서 정작 식사는 손도 못 댔다. 





우리 앞 테이블에 선남선녀 커플은 점심 먹던 입으로 뽀뽀하고 나가더니 지금 마주서서 맞담배질을 하고 있다.


2시 넘어 화장실 들렸다 나왔다

현주 화장실 간 사이에 내가 카트 밀고 가 짐을 다 옮겨 놓았다.

주차장에 세워 놓은 차에 올라타자 압력밥솥에 들어 앉은 찐고구마가 된 기분이다.


현주가 ' 명품거리 갈 필요없다 ' 는 기특한 소리를 해서 홀가분하게 교외로 방향을 틀었다.



'Germany 2016'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 Ronnefeldt  (0) 2016.07.21
19> Rossmann  (0) 2016.07.20
18> Stiftung Insel Hombroich  (0) 2016.07.20
16> Vierdaagse Afstandmarsen  (0) 2016.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