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7. 18. 09:00ㆍNetherlands 2016
현주가 며칠간 나를 따라 다녔으니 오늘 하루는 내가 현주를 따라 다니기로 했다.
9시 넘어 후다닥 씻고 일찌감치 check-out 하고 아침도 먹을 겸, 어제 시내 돌다가 본 이케아(IKEA) 매장을 찾아간다.
날씨가 화창하다
구시가지에서 약간 떨어진 시 동쪽의 이 대규모 쇼핑단지엔 여러 종류의 대형마켓들이 다 모여 있었는데 정작 이케아는 간판만 보이고 건물이 안 보였다. 공장 같은 창고 몇 개를 이리저리 돌다 단지 맨 뒤에 거대하게 들어선 이케아를 찾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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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시간이 막 지난 오전인데도 주차장엔 빈자리가 별로 없었다. 여기도 광명 이케아처럼 사람구경만 실컷 하고 오는 거 아닌가 불안해하며 2층으로 올라갔다.
지나가는 모녀에게 레스토랑 위치를 묻자 자기네를 따라 오라며 앞장섰다. 과년한 딸은 동양인을 첨 보는지 에스컬레이터에서도 통로를 따라갈 때도 신기한듯 자꾸 뒤돌아 봤다.
이케아 매장 안에 레스토랑
미트볼을 찾다가 스텐찬합을 정리하고 있는 주방직원에게 물어보니 11시 반에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아침,점심 메뉴가 약간 다른가 보다.
스프와 샐러드를 담아와 계산대 아가씨에게 다시 물으니 “ 전 요리코너가 아니라서 잘 모르겠는데 11시에 가능 할 거예요 ” 하더니 잔돈을 거슬러 주며 “ 약속은 못해요 ” 애교스럽게 덧붙였다.
닭고기 스프 한 그릇을 현주랑 사이좋게 나눠 먹은 후 전시매장으로 들어갔다.
광명 이케아에 비하면 손님들이 반에 반도 안 될 정도로 매장 안은 여유로웠다. 이상하게 이케아에 들어오면 부엌도,침실도,애들 방도 내집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맘껏 만져보고 앉아보고 사진도 찍으며 현주가 물 만난 고기가 됐다.
나도 신이 나 카트에 몸을 의지한 채 현주를 따라 다니는데... 순간 뭔가가 바퀴에 걸렸다. 관성의 법칙에 의해 다리는 앞으로 가려하고 가슴팍은 카트 손잡이에 부딪치며 몸이 뒤로 확 재껴졌다. ‘ 어어~ ’소리를 냈는지는 모르겠다. 그런 느낌을 받으며 카트손잡이를 잡은 채 뒤로 벌러덩 넘어졌다. 이케아 카트는 가구들을 싣기 위해 보통 쇼핑카트보다 몇 배 더 크고 무거웠다. 당황하고 창피해서 얼른 일어나야 하는데 카트에 깔려서 세울 수도 옆으로 쓰러트릴 수도 없었다, 뒤집힌 거북이 마냥 사지만 바르작거리고 있으니 삽시간에 사람과 직원들이 몰려들어 도와주었다. 연신 머리를 조아리며 ‘Thanks ! Sorry !!’ 만 반복해야 했다.
통로와 전시공간 사이에 낮은 턱이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덕분에 천방지축 대던 현주가 약간 진정됐다.
남편이 국제적으로 개망신을 당했는데도 금방 잊고 신이 난 현주
사실 나에게도 이케아는 이번 여행의 주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한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북유럽 life-style 가구라는 것들의 특징을 요약하면 단순하고 실용적이며 자연친화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 역으로 생각해 보면 이해가 쉽다. 고가의, 장식이 화려한, 클래식한 가구가 요즘같은 불경기와 LOHAS삶을 추구하는 시대에 주류가 되긴 힘들 것이다.
북유럽 스타일을 상업적으로 이용해 성공한 것이 가구회사인 이케아다. 북유럽 사람과 네덜란드 사람이 검소하며 집안 꾸미는 걸 좋아하고 지리적으로도 가깝다보니 이케아와 네덜란드 건축이 동문수학한 사이인가 싶을 정도로 분위기가 닮았다. 더욱 흥미로운 건, 이케아가 스웨덴에서 태동했지만, 지금은 지주회사와 프랜차이즈등을 총괄하는 본사가 네덜란드 레이든과 델프트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느 네덜란드 가정집을 둘러보고 있는 것 같다.
매장 구조와 디스플레이는 한국 광명과 거의 비슷한데 약간 다른 점을 발견했다. 베란다를 바라보는 시각에 차이가 있었다.
한국은 확장을 해서라도 실내로 끌어들이려는데, 여기는 경치와 바람을 즐기기 위한 아웃도어 용품들로 꾸며 놓았다.
‘ 내년엔 여행 갈 돈으로 집 인테리어 하자 ’ 는 현주의 말에 반박을 못하고 점심을 먹으러 다시 레스토랑으로 내려왔다.
아침보다 훨씬 늘어난 사람들이 메인요리 코너에 길게 줄을 서 있는데, 식당이 넓어 다행히 앉을 자리는 곳곳에 많이 있었다. 아이스크림과 커피를 골랐더니 빈 컵과 콘 하나를 쟁반에 올려준다. ‘ 물은 셀프 ’ 란 말은 고깝게 들렸는데 ‘ 아이스크림과 커피가 셀프 ’ 는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몇 번이나 뽑아 먹을 속셈에 입가가 씰룩 올라 붙었다.
우리가 고른 점심
영국의 교통규칙은 기본이「가능」으로 세팅되어 있다. 예를 들어 ‘U턴금지’ 표시가 없으면 아무 곳에서나 U턴이 가능하다. 한국에선 완전 반대로 기본이「금지」라 ‘ U턴 ’ 표시가 있는 곳에서만 가능하다. 그 문화에 익숙해지는 데에 시간이 좀 걸렸다.
네덜란드에는 헤도헌(Gedogen)이라는 독특한 개념이 있다. ‘엄밀히는 불법이지만 공식적으로 용인되는 것‘ 이란 뜻이다. 마약이 대표적이다. 암스테르담에서 Cafe와 Coffee shop을 혼동하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전자는 커피를 마시는 곳이고 후자는 가벼운 마약을 할 수 있는 곳이다. 헤도헌 같은 네덜란드인의 관용과 개방성은 이렇게 매장의 콘과 커피같은 일상에도 녹아 있었다. 아이스크림 기계앞에 ’ 한번만‘ 이란 표딱지가 안 붙어 있길래 남의 눈치 안보고 아이스크림을 네 번이나 갖다 먹었다. 미안하지만 배탈도 안 났다.
기분좋게 점심 먹고 아직도 못 둘러본 나머지 매장으로 다시 출발,
은재 샵에 걸면 어울릴 것 같은 종이 모빌 사고,
셀프계산대에서 버벅대고, 풀려 나보니 벌써 오후 3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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