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7. 16. 21:00ㆍNetherlands 2016
그럼 지금 네덜란드의 주요 수출품은 무엇일까 ?
난 화가 반 고흐(Van Gogh)가 아닐까 싶다.
요즘 마광수 교수의 자살을 놓고 '사회적 타살' 이니 말이 많지만 거슬러 올라가면 그 원조는 고흐다. 살아 생전엔 그렇게 천대하다 이제와 돈이 되니 저렇게 떠 받드는 꼴이 좀 우습긴 하다.
10-Van Gogh Museum (박물관) museumplein 6, 1071 DJ Amsterdam
고흐 미술관 뒷길에 로또처럼 장애인 주차구역 한칸이 비어 있었다, 택시 기사들 눈치를 보며 넣다뺐다 주차하고 입구쪽으로 돌아가 보았다
시내 가장 중심지 반고흐미술관 앞엔 늦은 오후까지도 입장권을 사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보행자들의 통로를 확보하기 위해 미술관 경비들이 대기줄을 중간에 끊어서 통제할 정도였다. 질려서 들어가 볼 엄두도 못내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반고흐의 그림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편에 할 기회가 있고 인물 이야기를 하라치면 흥분해서 없던 수전증까지 막 생기니, 오늘은 건축 이야기만 하자.
붉은 색의 이 미술관 본관 건물은 1973년에 건축되었는데 삼백년이 넘는 주변의 오래된 건물 틈바구니에서도 용케 클래식한 멋을 풍기고 있었다.
입장 대기객들에게 점령당한 본관옆 작은 마당을 통과하면 초록 잔디가 깔린 넓은 광장이 나오고 왼편에 오늘의 목적지인 미술관 신관이 모습을 드러낸다. 반쪽은 석조, 반쪽은 전면유리로 시공된 이 신관은 1999년에 디자이너 일본인 키쇼 쿠로카와(Kisho Kurokawa)의 작품이다. 17년이나 지난 지금까지도 엊그제 지은 것처럼 모던하고 매력적이었다.
반 고흐의 미술작품들은 본관에 거의 다 전시되어 있지만 건축물만 보면 신관이 주인공 같다. 본관과 신관은 지하에 에스컬레이터로 연결되어 있어서 관람객들의 동선이 지상에선 보이지 않는다.
본관과 신관의 종단면
왼편 신관과 오른편 본관이 지하에서 예술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인용사진>
신관 지하
표가 없음 건물 내부도 들어가 볼 수 없다
꼭 반고흐 미술관이 아니였어도 난 이 건물을 보러 왔을 것이다.
미로같은 구시가지 골목에서 수로에 막히고 차에 쫓기던 관광객들은 갑자기 나타난 넓은 광장에 맥이 풀려 잔디밭 여기저기에 널부러져 있었다.
반고흐미술관 바로 옆에 욕조모양의 겨대한 건물은 시립미술관이다,
현주는 안에 구경가고 난 광장에 앉아 사람구경을 하고 있다
좁아터진 암스테르담에서 몇 안되는 이 오아시스가 뮈제윔광장(Museumplein)이다.
위로는 국립미술관이, 아래로는 콘서트홀이, 옆으론 반 고흐 미술관과 시립미술관이 호위하듯 광장을 싸고 있어서 붙은 이름이다.
아빠와 어린 딸이 과자 한봉지를 놓고 마주 앉아 말없이 경쟁하듯 먹고 있고
그 옆에선 중년부부가 서로의 어깨를 베게 삼아 낮잠에 곯아 떨어졌다
우리도 새가 앉아 있는 나무아래 풀밭에 철푸덕 앉아 양말을 벗었다.
발가락 사이로 바람이 간지럽게 지나간다
한참 쉬었다가 국립미술관쪽으로 산책을 나섰다.
광장북쪽엔 별거 아니지만 관광객들이 몰리는 포토존이 있다.
수많은 관광객들을 헤치고 자기 키보다 높은「 I am sterdam 」 글자 위로 기어 올라가 증명사진 한 장을 찍고 나면 왠지 뿌듯한 성취감.
물 만난 아이와 신난 부모들. 다행히 No kids zone 아님
다시 미술관쪽으로 돌아 오는데 벤치에 앉아 있던 아줌마가 우리 보고 ' 앉을 거냐 ?' 고 자리를 양보하려 했다, No ! Thanks !
▲
한결 차분해진 시내를 빠져나와 다음 건축물을 보러 변두리로 향했다.
뒷차가 별 이유없이 빵빵댔다. 바깥차선에서 규정속도대로 가는 소형차라고 무시하는 것 같다. 유럽 공도에서 상대방에게 크락션(Klaxon)을 울리는 건 노골적인 도전이자 자살행위나 다름 없다. 한국식으로 급정거하고 창문열고 겁을 주려다 내 나와바리가 아니라서 숙으로만 욕했다.
이번 건물에 대한 유일한 정보는 주소뿐이라서 네비만 믿고 왔는데... 우리를 방기한 곳은 평범한 5층 아파트 단지였다. 주변을 두리번거려도 찾던 건물 같은 건 벽돌한장 보이지 않았다. 그냥 돌아갈까 하다가 크락션 세례까지 받으며 온게 분해서 무작정 주거단지내로 차를 몰았다.
그러다가 예상치 못한 건물과 맞닥뜨렸다. 첨탑위에 달과별 문양을 붙인 터키 자미(Camii-사원)였다. 성당대신 이슬람교도의 예배당이 있는 곳. 유럽에선 아파트가 중하류층이 사는 주거형태라더니 실감이 났다. 길가 식료품점엔 저녁거리를 사러 나온 아랍인들이 주고객이었고 그, 옆에 작은 식당도 있길래 현주에게 '저녁먹고 갈거냐' 고 물었는데 현주가 입을 다문채 고개를 심하게 저어댔다.
큰길로 나왔다가 다음 블록에서 우회전하며 다른 단지로 들어갔다. 알고 간 것처럼, 그 길 끝에 내가 찾는 것이 반짝였다,
11-WoZoCo (아파트단지) ookmeerweg 1069 AH Amsterdam
포기하지 않았고 또 운이 따라줬다는 것에 오르가즘을 느꼈다,
이 건물이 얼마나 독특한지는 밋밋한 옆 동만 봐도 금방 알 수 있다.
제멋대로 돌출된 베란다에는 알록달록한 원색 아크릴판이 붙어 있었다. .
운전하는 내내 생수병들이 서로 비벼대며 삐걱거려 신경이 쓰였는데 현주도 그랬나보다.
내가 건물에 넋을 빼놓고 있는 동안 현주가 뒷자리에 짐들을 정리하고 있다
이 동은 노인전용으로 지어졌는데도 잘 관리되고 있는게 느껴졌다
건물 전면이 궁금해 큰 길로 나와 보니 더 가관이었다. 몇몇 세대는 아예 도로쪽으로 튀어나와 있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사연이 있다. 처음엔 딱 100 가구를 만들려고 했는데 채광등의 규정으로 87가구밖에 만들 수 없게 되자 낸 아이디어다.
불안하면서도 한번 살아보고 싶어지는 형태. 저런 것을 설계하고 승인해주고 건축으로 구현하고 또 들어가 사는 사람들은 다 미쳤다.
이런 예술적인 건물들이 가난한 변두리 이방인 동네에 지어졌다는 것 자체가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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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이 6시를 딱 넘어가자 괜히 회귀본능이 일어 뒤를 힐끗거리며 WoZoCo 단지를 떠난다. 저녁을 일찍 먹은 동네사람들이 개를 데리고 산책을 하는 한적한 길을 지나 시외곽 환상 고속도로를 타고 강을 건너 암스테르담 북부지역을 통과해 교외로 나왔다. 어제 오후같은 정체 없이 신호까지 잘 받았다.
찻길과 나란히 달리는 수로엔 물이 찰랑거리고 푸른 초지가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 가끔씩 나타나는 농가.
호텔을 얼마 안 남겨놓고 작은 동네로 불쑥 들어갔다. 양복을 단정하게 입고 혼자 걸어가는 젊은 남자 옆에 차를 세우고 슈퍼마켓을 물어보니 모른다고 한다. 동네 삼거리에서 부부가 묵직한 비닐봉지를 들고 오길래 슈퍼마켓을 물어보았다. 아저씨가 (아주 잘 안다는 듯) 단숨에 설명해 주었다. 근처에 서 있던 동네 할아버지까지 합세해 우리가 차를 돌려 잘 찾아가는지 지켜봐 주었다.
슈퍼마켓이 주택가에 단층으로 얌전히 엎드려 있어서 설명을 안 들었으면 그냥 지나칠 뻔했다.
괜히 신나서, 매장 들어가는 남자를 붙잡고 슈퍼이름인 Deen의 발음을 물어보았다. ‘데인’
주차가 무료라 기분이 더 좋아짐.
과일과 저녁거리를 고르던 현주가 meat pie에 붙어 있는 'oven' 스티커를 보고 고민하고 있길래 옆에서 장을 보던 백발 할머니에게 “이거 꼭 오븐에 구워야 하나요 ?” 물어보았다. 할머니가 뭔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도와주고 싶어서 매장 직원을 자꾸 처다보았다. 물건을 정리하고 있던 매장 청년이 “ 그냥 먹을 수는 있는데 좀 차요 ” 라고 알려줘 바구니에 담았다. Time sale 품목도 있어 이것 저것 다 사도 10 €가 넘지 않았다.
한국이 어느덧 유럽의 물가도 뛰어 넘었다,
7시쯤 숙소에 도착해 개운하게 씻고 8시에 저녁상을 차린다.
참치샐러드에 모짜렐라 치즈 한봉지를 다 쏟아붓고 파이와 과일, 캡슐 커피까지 준비해 놓으니 레스토랑 부럽지 않았다.
미트파이 50 % DC
감미로운 빽뮤직을 깔고, 디저트는 달콤한 사탕
앞마당 수로에 어제 저녁 왜가리가 또 왔다.
양들이 자러 들어간 텅빈 풀밭위로 참새떼들이 재잘거리며 우르르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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