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다리에서 다리를 잃다

2015. 8. 8. 21:00Czech 2015

 

 

 

 

저녁때까지도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거 보면, 단체 관광객들이 풀리는 낮에는 얼마나 복잡할까 ?

 

 

한 아시아 커플이 사진사를 대동한채 행복하게 웨딩 촬영을 다니고 있었다. 국적은 모르겠지만 진심으로 ' 축하한다 ' 고 해줬더니 신부가 환한 미소로 답례를 하고 지나갔다,

내성적인 사람도 신경질적인 사람도 악한 마음을 먹고 오는 사람도 이 판타지월드에선 모두 천진난만한 애기가 되는거 같다.

 

 

 

 

 

 

 

골목길에서 선녀가 내려오고 있다.

 

 

 

 

이 역사지구내에서 제일 높은 곳에 비투스성당이 세워져 있었다,

현주 혼자 올라갔다 왔다,

 

 

 

 

 

 

 

 

 

저녁 골목끝에 체스키 크룸로프성의 흐라데크 (Hradek) 탑이 보인다


 

모든 골목길은 마을에 유일한 광장인 스보르노스티 (Svornosti) 로 연결된다. 그래서 동네를 구경하다 스친 사람들을 이 광장에서 다시 마주치게 된다.  

우리도 걷다보니 자연스럽게 넓은 공터로 흘러 나왔다

 

 

역시 광장 중앙에는 흑사병을 기념하는 삼위일체탑.

 

똑같으면 건축허가가 안 나는지, 광장을 둘러싼 집들의 모양과 색이 다 달랐다

다르면 우열이 생기는게 이치이거늘, 이 집은 이래서 이쁘고 저 집은 저래서 멋있고... 모두 다 개성이 있어 맘에 들었다,  

 

 

광장을 둘러보다 한쪽 구석에 조그맣게 쓰인 Mastal 이란 글자가 눈에 띄었다.

아까 예나가 맛집이라고 추천해 준 곳이었고 내가 한국에서 찾아본 자료에도 저 식당을 ' 동굴 레스토랑이고 빵,스프와 꼴레뇨 양이 많으니 1인분만 주문해도 된다 ' 고 적혀 있었다,

 

이상하게 저 식당에 들어갈 맘이 안 생겼다, 나뿐만 아니라 현주도...

그래서 대각선 골목으로 광장을 빠져 나왔다

 

 

골목 초입,

홀쭉이와 뚱뚱이 버스커가 신나게 기타와 나무드럼을 두드리고 있었다

 

매력적인 저음의 노랫소리와 신명난 연주에 빠져 한참을 감상했다

 

 

 

현주 사진을 찍으려는 찰나 !

 

한 남자가 프레임속으로 불쑥 들어왔다.

전화통화를 하다말고 한껏 짓궂은 표정으로 한손엔 V자를 그리며 !

 

' 이게 시방 뭔일이여 ? ' 

상황파악이 안되어 잠시 어리둥절 했다가 이내 모두 행복해졌다. 참 유쾌한 인종들이다  

 

 

 

내가 다리를 걷어부치자, 깡깡분위기가 모내기분위기로 돌변했다

 

 

다양한 사람들이 강뚝에 쪼르르 앉아 있는데

 

현주가 스스럼없이 가더니

 

옆 남자랑 똑같이 팔짱을 꼈다.

 

지대로 신난 현주

 

 

양편으로 강물이 흘러 섬같은 느낌이 나는 곳

 

안쪽으로 산책하다가 전망좋은 레스토랑을 발견했다,

 

 

식탁아래로는 강물이 흐르고, 조명이 켜진 성벽과 저녁하늘을 장식하는 탑들..., 전망 좋은 자리에 앉았다. 

모든 것이 ' Fantastic ' 했다.

 

위치가 좋다보니 이내 자리가 꽉 차서 사람들이 발길을 돌리거나 대기예약을 하고 갔다

조금만 늦었음 우리도 헛걸음 할 뻔했다,

 

 

 

 

 

그 많은 손님들의 시중을 직원 두명이 다 처리하고 있었는데 특히 남자직원은 광속으로 날라 다니며 신명나게 일을 했다.

 

걸어 다니느라 땀을 좀 흘렸더니 콜라 한잔을 벌컥벌컥 마시고도 계속 갈증이 났다

물을 두번이나 부탁했는데도 남자직원이 레몬을 띄운 얼음물을 갖다주며 웃는 얼굴로 "  Complimentary ! " 하고 갔다.

 

맥주 55 코루나

 

 

Calamari 135 코루나

 

백립 215 코루나

(백립은 미리 요리해놔서 조금은 질겼다)

 

 

 

날이 완전히 어두워졌다

계산서 갖다 달랬더니 총 455 코루나 (22,750 원)가 찍힌 종이를 내밀며

"  팁은 안 적었어요 !! " 라며 특별히 강조하는데 어찌 모른척 할 수 있는가. 안 그래도 팁을 주고 싶었기에 500 코루나를 쥐어주었다.

 

우리가 가려고 일어나자 그 남자 직원이 또 달려와 ' Event ' 라면서 우리 앞을 가로 막았다.

뭔가 기대하고 있는 우리에게 " 둘이 결혼했냐 ? " 고 묻더니 결혼한 커플에게 주는 거라며 조그만 사탕을 하나씩 나눠 주는 것이다.

하는 짓이 참 귀염이 있다 !

 

한국 아가씨들이 지나가며 "  저기 벌레 되게 많아 ~ " 하는 소리가 들렸다.

뭔 말인가 싶어 가보니 성을 비추는 밝은 조명주변으로 날파리들이 난리가 났다.,

 

 

 

 

 

역사지구를 나오며 다리에 서서 체스키 크룸로프성의 야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쿵쿵 ! 누군가 나무다리위를 신나서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순간 난간에 세워놓은 내 스틱이 그 충격에 쓰러져, 바닥에 두어번 구룬 후, 강물 위로 떨어지는 광경이 slow motion처럼 눈앞에서 벌어졌다. 얼른 스틱을 집기에는 다른 손에 든 카메라를 포기할 수 없어 속수무책 바라만 봐야 했다. 다리위에서 내 다리를 잃어버렸다,

물속에 쏙 들어간 스틱이 다시 수면위로 떠 올라 강물을 따라 유유히 떠내려가고 있다. 우리가 놀라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자 그 쿵쿵대던 백인놈이 뭐 좋은거라도 있나 싶은지 옆에 와 같이 내려다 보고 있다,

앞으로 남은 여행을 어찌 다녀야 하나... 걱정은 앞서고 누굴 원망해 봤자 해결될 것도 아니고... 현주 팔에 의지해 밤길을 걸어 차를 세워 놓은 곳까지 왔다

 

한 3시간 주차한거 같은데 요금은 140 코루나 (8,500 원)

숙소로 돌아오다 길을 놓쳐 다시 돌아올 정도로 이 마을의 환상에 푹 빠져있었다.

 

앞방에서 애기 소리가 들려왔다, 현주가 그러는데 동양인 젊은 부부가 투숙해 있다고 한다. 한국인이었음 좋겠다

1인용 침대는 밤새 비워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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