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8. 8. 10:00ㆍAustria 2015
새벽에서야 방이 식어 꿀잠이 살짝 들었다
7시에 일어나 샤워하고 8시에 아침을 먹으러 내려왔다,
어제 마을회관이 되어준 홀이 오늘 아침엔 투숙객들 식당이 되었다. 주방쪽으로 테이블을 길게 놓고 음식이 차려져 있는데 정작 사람들은 밖에 다 앉아 있었다. 우리도 싱그러운 초록빛이 가득한 앞마당을 바라보며 야외에 자리를 잡았다
고양이가 다가와 아침인사를 한다
음식을 담으러 식당안으로 들어갔는데, 안주인이
" 체코에서 왔냐 ? 다음으론 어디로 가냐 ? " 고 우리 여정에 관심을 보였다.
' 어찌 알았냐 ' 고 놀라 되물었더니 우리 차 번호판을 봤다고 한다.
" 오스트리아를 다 돌고 오늘 다시 체코로 들어간다 " 고 말해줬다.
고양이 한마리가 다가오더니
" 그거 다 먹을텐가 ? "
다소 불만을 담은 표정으로 물어보았다,
햄을 조금 뜯어주었더니 고양이가 삽시간에 4 마리로 불어났다.
덩치나 색깔이 비슷한 걸로 봐서 모두 한배에 새끼들인거 같았다.
안주인에게
" 샤워실과 방이 깨끗하던데, 최근에 인테리어를 하셨나봐요 ? " 물어봤더니
" 아니요, 인테리어한지 작년이 10년째예요, 칭찬해줘 감사합니다 " 하는게 아닌가.
지난번 영국에서도 놀랐는데 ... 어찌 이렇게 께끗하게 관리할 수 있을까 !
아침 테이블 손님들이 계속 바뀌는 걸 보니 어젯밤 투숙객이 꽤 되나보다.
앞 마당을 바라보며 한동안 앉아있다가 올라왔다
방에 와 가방을 꾸려 내려왔다.
프런트위에 Booking.com 에서 인증하는 소비자 만족도 9.1 팻말이 올려져 있었다.
그 정도면 상당히 높은 점수라서 여주인이 자랑스러워 할 만했다. 시설은 부족하지만 친절도에선 나도 9점을 주고 싶다.
숙박비 65에 도시세 2포함 총 67 유로 (84,420 원) 현찰 결재
차에 짐 실은 후 좀 더 쉬었다 가려고 다시 앞마당으로 나왔다.
또 뭐 얻어 먹을거 있나...하고 고양이들이 모여 들었다,
현주랑 카톡 사진찍어 부모님께 전송
끝이 좋으면 다 좋다고... 오스트리아를 즐겁게 마무리 짓게 되어 다행이다.
차를 끌고 나오며 뒷집 공터
조그만 울타리가 쳐 있길래 뭔가 보니 토끼같은 들짐승으로부터 농작물을 보호하기 위한 귀여운 몸부림,
뒷집 할머니가 가슴에 뭘 안고 나오더니 마당에 내려 놓았디.
닭이었다.
가축이건 들짐승이건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정겨운 마을길을 조금 달리는가 싶더니 갑자기 아우토반(Autobahn) 위에 올라와 버렸다,
한적함은 온데간데 없고 큰 트럭부터 소형 스포츠카까지 모든 차들이 정신없이 독일 수도권을 향해 쏘고 있었다,
우리의 쪼그만 미니카도 그 격량속에 휩쓸려, 출구를 두번이나 놓치고 난후에 간신히 파사우 (Passau)라는 도시북쪽으로 빠져 나올 수 있었다,
제법 큰 도시가 강건너에 넓게 들어서 있었다,
현대적인 건물도 보이고
노인들도 많이 보이고, 단체 관광객들도 보이고
기념품점도 있고
오래된 웅장한 건물들도 있고 큰 유람선도 떠 있고
독일에도 이런 아름다운 도시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멋있다,
둘 다 두리번 거리느라 대화할 틈도 없었다.
독일 남부의 파사우 (Passau)
도나우, 인, 이르츠 (Donau, Inn, Ilz) 이렇게 세개의 강이 만나는 곳에 위치해 있어 홈볼트는 ' 지구에서 가장 아름다운 7대 도시 '중 하나라고 했다는데 홈볼트가 독일인이라는게 함정. 히틀러가 파사우 근교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나서 이 도시에서 자랐다,
아래 사진 왼편의 인강과 오른편의 도나우강의 물색이 확연히 다르다.
<인용사진>
아랫사진은 2013년 물난리 났을때 수몰된 모습
<클릭하면 확대됨>
파사우를 주마간산으로 통과해 우리는 북쪽으로 기수를 돌려 이르츠 (Ilz)강을 거슬러 올라갔다
네비에 목적지를 체코로 찍었더니 최단거리를 찾아 차가 산속으로 들어갔다. 왕래하는 차들이 없어 조금 긴장됐다.
조금 더 들어가자 우리 차선에 바리케이트가 세워져 있고 뭔 글자가 써 있었다.
로밍을 안한 공기계 폰이라 검색도 안되니 뭔 말인지는 모르겠고... 무시하고 옆 차선으로 돌아 더 들어갔다.
고개길에서 뚱뚱한 남자가 자전거를 세워놓고 길바닥에 앉아 쉬고 있고 그 옆엔 한 여자가 서서 기다려주고 있었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끼며 고개를 내려와 산속으로 조금 더 들어가자 ... 산사태가 나서 길이 막혀 있었다,.
좁은 길에서 차를 어렵게 돌려 다시 나왔다,
그런 사정도 모르고 네비는 계속 ' 못 먹어도 빽 Go ! ' 하라는데 우리는 어디로 돌아가야 할 지도 모른채 북쪽 방향으로 계속 올라갔다.
그때 연료텡크등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네비를 무시하고 아무 길로나 10분 이상 달리자 드디어 네비가 고집을 꺾고 새로운 길을 안내했다.
그러나 그 길도 또 공사중이여서 우회... 오늘 좀 이상하다. 사방이 막힌 느낌이 들었다
소형차라도 짐 때려 싣고 두 사람이나 타고 다니니 연비가 안 좋아 기름이 급격히 말라갔다
할수 없이 네비목적지를 취소하고 가까운 주유소를 검색했다. 그래서 도착한 곳이 근방의 가까운 마을 Hauzenberg
여긴 기름값이 많이 비싸다. 리터당 1.439 유로 (1,813 원)이나 했다.
젓가락 민족답게 정밀한 손기술로 딱 12.45 유로 (15,687 원) 의 기름만 채우고 끊었다. 사무실에 들어가 현찰을 다 털어 줫더니 수중에 0.03 유로만 남았다. 체코 들어가면 유로화는 쓸 일이 없어서 여기서 다 써버려야 한다.
기름도 채웠겠다, 네비도 정상 작동하겠다... 한결 가벼운 맘으로 드라이브를 즐긴다.
길은 능선과 언덕을 부드럽게 넘나들고 아름다운 전원풍경이 계속 이어졌다.
독일을 벗어나기 전에 짱이 필통이랑 문구류를 더 사야 하는데... 아쉬워하다 마켓을 만났다.
마켓 입구에 뭔 화분들과 씨앗과 원예용품들이 있어서 잘못 들어온 줄 알았는데...
(Unimarkt 는 오스트리아의 슈퍼마켓 프랜차이즈)
안에는 식료품등이 다 갖춰져 있어서 점심거리도 사고 홍차종류도 사고 씨앗도 사고 ...그런데 여기도 필통은 없더라능
우리야 번잡하지 않아 좋지만 유럽의 마켓들은 손님들이 참 없다.
이렇게 해도 운영이 되는가 본데 그럼 한국의 마켓들이 떼돈을 버는 거였구만
오스트리아 숙소를 나와
독일 아우토반과 파사우와 하우젠베르그까지
다시 오스트리아 지방의 한 마켓을 들르고
늘씬한 준마에서 당나귀로 바뀔때 쯤에 체코 땅으로... 정신없이 유럽판 삼국지를 넘나들고 있다,
공포스런 국경선에 도로와 철도가 잘려 나가는 나라에서 살다가, 쭉 뻗은 도로, 내 갈길만 보고 가다보면 국경을 넘는지 어디로 선이 그어있는지 아무 신경도 안 쓰이는 이런 곳을 다니려니 기분이 묘하다.
지난번 체코에서 인상 깊었던 자전거족.
외진 산길에서 자전거족들을 맞닥트리자 지도를 안 봐도 여기가 어느나라 땅인지 그냥 알겠다.
할아버지가 손주들과 산책을 하다가 우리 차 소리를 듣고 길 옆으로 비켜줬다,
가볍게 목례를 하고 우리는 일직선으로 뻗은 좁은 길을 따라 숲속으로 더 깊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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