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2. 1. 10:00ㆍTunisia 2015
오늘 밖에서 하루종일 걸었는데도 잠자리에 들자마자 다리가 계속 움찔거려 잠을 잘 수가 없다,
하지불안증후군이 철분이 부족해서 오다더만, 내가 철이 덜 들긴 했구나. 오기로 1시에 일어나 운동화를 빨아 널고 다시 잠을 청했다,
4시쯤에 또 깨서 라지에타 위에 올려놓은 운동화 한번 만저보고 다시 누웠다. 축축하다.
새벽엔 천둥이 몇번씩 치고 비 쏟아지는 소리도 들렸다
아침 7시, 동창이 밝아 억지로 일어났다, 밤잠을 설쳤다고 뭉기적 거렸다간 오전을 다 망칠거 같았다,
' 오늘 드디어 튀니스 입성한다 '고 현주에게 짧게 안부를 전했다. 3일만 있으면 얼굴 볼수 있다며 현주가 지구 반대편에서 엄청 좋아했다.
그새 신발이 바싹 잘 말랐다. 이 조그만 라지에터 힘이 대단하다, 침대위에 앉아 신발끈 끼우고 따뜻하게 데운 양말과 신발을 신으니 온 몸이 사르르 녹으며 기분이 좋아졌다,
배낭매고 후원으로 나갔다, 비맞고 물웅덩이 첨벙대다보니 1분도 안돼서 신발이 또 축축해져 버렸다
썰렁한 식당이지만 낸 돈이 아까워서라도 아침을 챙겨 먹으러 들어갔다
오늘은 쥬스도 있고 계란과 빵도 넉넉하게 준비해 놓았다.
쥬스를 연거푸 따라마시며 자리에서 식사를 하는데 아랍 가족이 들어왔다. 지나가던 젊은 남자가 일면식도 없는 나에게 악수를 청했다. 요플레 뚜껑 따다말고 얼른 손을 잡아 주었다.
식당문이 덜컹거릴 정도로 바람이 불고 폭우가 들친다.
아침을 다 먹고 프런트에 나와 로보캅 남자에게
" 튀니스 가는 루아지 타야 하니까 택시를 불러 달라 " 고 했다. 알았다며 수화기를 들고 잠깐 머뭇거리더니
" 요 앞에서 기다리면 5분,10분 후에 택시가 올꺼다. 내가 택시번호가 없다 " 고 하는 것이다,
참 개새X 네, 그럼 그제 저녁땐 어디다 전화한겨 ?
배낭매고 씩씩대며 나오긴 했는데 호텔 현관앞에서 스탑됐다. 왠만하게 맞을 비가 아니다
정문에 수위 아저씨들도 ' 비 온다 '며 걱정스런 인사를 보낸다,
잠시후 택시 한대가 호텔 앞을 지나가는게 보였다. 얼른' 택시 ! ' 라고 불러봤지만 차는 이미 지나가버렸고 내 목소리는 애처로울 정도로 작았다.
수위아저씨가 정문 밖으로 나가보더니 택시에게 휘바람을 불었다.
진짜 조금 있다가 택시가 돌아왔다. 아저씨가 택시에게 안마당까지 들어와 현관앞에 대라고 손짓했다, 덕분에 비 안 맞고 택시에 탈 수 있었다. 프런트에 로보캅과 수위아저씨 자리를 바꿔야 이 호텔이 산다
택시 앞유리에 김이 서리자 운전수 할아버지가 한손으로 핸들을 잡고 한손으론 긁개를 집어 유리창을 석석 미신다, 차가 고물이라 에어컨이나 김서림방지 기능이 고장났나보다,
금방 또 김이 서렸다. 내가 긁개를 쥐고 수시로 금이 간 앞 유리창을 닦아줬다
거리사진을 찍자 할아버지가 내 카메라 좋다고 하셨다. 미러리스긴 하지만 그렇게 좋아 보이지도 않는 카메라를 ...
루아지 터미널은 pont mobile 를 건너 신시가지 외곽으로 한참 나가야 했다. 1.89 dinar (1,134 원)
비가 오는 이른 시간이라 터미널은 한산했다.
내리는 비도 피해야 하고 물웅덩이도 돌아가야 하고 봉고차는 한쪽 구석에 서 있고...
맨 뒷자리로 들어가 앉았다. 내가 7번째고 잠시후 한명 더 채워져 바로 루아지가 출발했다.
스타트가 빠르다. 9시 30분
차는 이내 고속도로에 진입, 빗속을 신나게 달리고 나는 자리가 불편해 엉덩이가 쪼개지고 허리가 튿어질 것 같은데 그래도 이 차가 튀니지에서 마지막 타는 루아지라고 생각하니 이 시간도 소중하게 느껴졌다.
튀니스를 출발해 튀니지 전국을 한 바퀴 돌아 다시 베이스캠프인 튀니스로 돌아가고 있다.
그동안 택시도 시내버스도 구루마도 오토바이도 낙타도 타 봤지만 역시 가장 많이 탄 건 루아지다, 이 루아지가 22번째다.
애증의 루아지. 이젠 튀니지하면 루아지. 루아지 안타고 튀니지를 여행 했다면 여행 헛 한거다,
앞 여자가 차비를 내는 것을 시작으로 사람들이 줄줄이 돈을 냈다. 운행중에 이러는게 안전에는 치명적이란 걸 알지만 나도 어느새 주머니 속을 뒤적거리고 있었다. 사실 정차 후에 바쁜 기사 눈치보며 차비 내는 것도 좀 그랬는데 현지인들은 미리 내고 차 서자마자 곧바로 제 갈길 가는 효율도 있긴 했다. 삯 4.8 dinar (2,880 원)
고속도로를 나와 튀니스 북쪽 시가지를 한참 더 들어온다
드디어 밥사둔 (Bab Saadun) 루아지 터미널에 도착했다. 튀니스에는 장거리용 루아지터미널이 북부 남부 두개가 있는데 여기는 튀니지 북서부 지역을 담당한다. 남부지역은 밥알리와 (Bab Alioua) 터미널로 가야 한다.
옆 남자가 내 배낭 내리는 걸 도와주었다.
택시 잡고「Grand hotel de france」라고 쓴 쪽지를 보여줬더니 출발을 하면서도 운전수가 쪽지를 한번 더 유심히 본다.
아무래도 모르는 것 같아 ' 메디나, 하비브 브르기바 ' 라고 근처 지명을 댔다. 미터기 켜고 출발.
굴다리를 들어가며 뭐라 손짓하는데 터널 입구에 하비브 얼굴 부조가 있었다
터널을 나와서도 왼편의 건물을 보며 뭐라 설명하는데 뭔 말인지는 몰라 그냥 사진만 찍어뒀다
프랑스문을 지나 드디어 메디나앞 거리로 나왔다. 기사가 도로위에서 한 남자에게 호텔위치를 몰었다. 그 남자가 여기 맞다고 해서 나도 내렸다 2 dinar (1,200 원)
그들이 가르쳐 준 호텔은 내가 튀니스에 도착해 둘째 날 본 고급 호텔이었다, 저기가 그렇게 가격이 저렴했어 ? 진작 알았음 저기서 잘 껄...
길 건너, 도어맨이 서 있는 호텔 문앞까지 갔다가 호텔 이름을 보니 Tunisia palace 별 4개가 박혀 있다,
그럼 그렇지... 내가 예약한 호텔이 아니였다.
그대로 우항우, 바로 옆 가게에 남자들에게 grand hotel de france 위치를 물어보았다. 길건너 골목으로 들어가 두 블럭에서 좌회전하라고 한다.
길건너 골목으로 들어갔는데 도저히 걸을 수가 없어 벽에 바짝 붙었다. 큰 건물에 막힌 비바람이 좁은 골목길로 몰리며 돌풍으로 변해 버렸다. 사람들도 다 처마 밑으로 피신하고 종이박스는 날라와 내 다리에 감기고 말짜리 쇼트닝 깡통은 데굴데굴 굴러갔다.
비바람이 약해진 틈에 더 내려가다 왼편에 카페를 발견. 반지상 2층에 올라가 숨을 고르며 좀 쉬었다.
여기에서 처음으로 카페에 앉아 있는 여자를 봤다. 역시 대도시는 대도시다.
약간 불량스럽게 생긴 바텐더가 올라와 의자랑 탁자를 찍찍 끌고 우당탕대며 정리하고 있다. 그 소리에 신경이 예민해져 그냥 나가고 싶다.
Tea ? 물었더니 No !
Cafe au lait ? 하니 그것도 No !
only Espresso ! 만 된다고 한다.
그래 잘 됐네, 간다 가 C8 !
카페를 나와 한 남자에게 호텔 위치를 물어보았더니 그도 똑같이 설명했다. 내려가 좌회전 하라고...
그들이 알려준대로 갔는데 차 한대 간신히 통과할 정도로 아주 혼잡한 시장길이었다, 가뜩이나 좁은 인도엔 갓길에 차까지 빼곡히 주차되어 맞은편 사람이 오면 길을 터줘야 했다.
블럭 끝까지 가봤다, 이런 골목에 큰 호텔도 있을리 만무하지만 손바닥만한 호텔 간판도 안 보였다.
다시 키 큰 젊은 행인에게 호텔을 물어 보았다. 다행히 내가 찾는 호텔을 아나보다. 따라오라며 앞장선다. 맞은편에 행인들이 몰려 오면 날 보호해주며 ' do you need help ? ' 라고 까지 해주었다.
그렇게 든든하게 그를 믿고 갔는데 아까 바람 불던 카페 골목이 아닌가.
자기도 미심쩍은지 나에게 잠깐 기다리라며 뛰어 올라가 두리번거리더니 다시 내려온다. 그러더니 다른 행인에게 묻는 모습이 보였다.
깝깝하네... 정녕 내가 찾는 호텔은 어디 지하실에라도 숨어 있는 곳인가 ?
나에게 오더니 한 블럭 더 가야 된다고 한다. 그래서 또 그를 따라 갔다,
프랑스 문쪽으로 꺾어 올라가자마자 그가 환한 얼굴로 머리 위에 간판을 가리켰다,
오마이 가트 ! 정녕 저기가 맞단 말입니까 ?
첨엔 못 찾았다. 신경써서 봐야 보일 정도로 작은 간판에 내가 찾는 호텔 이름이 정확히 적혀 있었다.
다시 가던 길로 돌아가는 그 젊은 행인에게 고맙단 말을 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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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한 이름과 전혀 매칭이 되지 않는 호텔 내부
프런트 바닥에 각국 지폐를 싸악 깔아 놓았다.
숙박비는 27.5 2박에 55란다. 샤워하려면 하루 2 dinar (1,200 원) 씩 추가로 내야 하고... 방을 보여 달라니 3층 올라가 46호실로 가보라고 한다
좁고 약간 마름모꼴인 엘리베이터에 실려 방을 찾아갔더니 청소하는 남자가 커튼도 걷어주고 불도 켜주고 이것저것 설명해준다, 라지에타는 7시에 틀어 준다고 한다. 복도에 있는 화장실과 욕실도 보여 주는데 그런대로 괜찮은거 같아 가방을 방에 두고 내려갔다
프런트 직원이 여권을 달래서 복사본을 줬더니 안된단다. 서랍에서 여권하나를 꺼내 흔들며 오리지널을 달란다
' 아씨~ 경찰도 받는데 왜 안돼 ? 이걸로 튀니지를 한바퀴 다 돌았다니까 ' 고 항의해도 눈썹하나 꿈쩍 안했다. 얘네들이 또 단호할때는 이빨자국도 안 날 정도로 단호하다
다시 3층 올라와 여권 챙기고 청소하는 남자에게 문 잠그는 법 배우고 내려왔다,
프런트 직원에게 오리지널 여권을 주며 ' 그럼 샤워 포함해 55 에 해줘 ' 했는데, fix price 란다. 이빨 자국이 아니라 내 이빨 부러질 정도로 강직했다. 2박 59 dinar 고스란히 바치다 (35,400 원)
프런트 맞은편은 조식식당인데 낮에는 카페 영업을 겸하고 있었다
카페라떼 한잔 (0.9 dinar 540 원) 을 시켜놓고 현주에게 안부를 전했다,
호텔 중정으로 나와 봤다.
깨끗한 대리석 바닥에 나무들이 건강하게 자라고, 비가 그친 하늘은 파랗고 높았다,
12시 조금 넘은 시간, 방에 와 20~30분 퓨즈가 끊어진 것처럼 푹 자고 일어났더니 개운하다
열린 창밖으론 햇살이 쏟아졌다, 흐리다, 바람불다 날씨가 수시로 변하고 있다
발코니로 나가 봤다.
활기찬 거리가 내려다 보였다, 여행 마지막까지 숙소 위치 선정이 잘 된거 같다. 이제 홀가분하게 쉬면서 짐정리하고 떠날 일만 남았다,
클래식 음악을 틀어 놓고 책상에 앉아 일기를 쓴다
두시쯤에 로비 휴게실에 들어가 집식구들과 카톡을 했다,
이 나라는 남자들만의 공간을 참 많이 만들어 놓는다.
프런트로 가서 Le diwan 이란 저택을 아냐고 물어보니 잘 모른다. 그랑모스크 주변에 있을 거란 뻘소리나 하고...
바르도 박물관을 물어보니 내일 문 닫는다고 오늘 가야 된단다. 택시비가 얼마쯤 하냐 -5 dinar- 고 물은 후 마음이 급해서 얼른 호텔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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