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 31. 19:00ㆍTunisia 2015
부둣가를 따라서 수크 (souk 시장) 방향으로 돌아가본다.
여행중엔 하루의 일과가 아주 단순해진다. 십년 꼬박 뻘짓한 변액보험 해지하러 가거나 부모님 모시고 지방 친척 결혼식 가거나 하루 종일 주식판만 들여다 보거나 하는 등의 고차원적인 활동은 전혀 없고 그저 먹고 자는 본능에 충실해진다.
배는 별로 안 고픈데 또 밥때가 됐다고 식당이나 두리번 거리며 낯선 거리를 걷고 있다. 꼴에 항구라고 해산물을 구워 파는 곳이 두어군데 있긴 했지만 식당인지 어물전인지 구분이 안되어 그냥 지나쳤다,
그러다가 백열등 불빛이 포근하고 실내 인테리어가 깨끗한 식당이 눈에 띄었다
Restaurant Marmara
『 맑은 물에 고기 안 논다』 옛말 틀린거 하나 없다.
한국에서도 빠지지 않을 정도로 인테리어를 해 놓으니 정작 튀니지 현지인들이 드나들기에 부담스러웠을까 ? 손님이 한명도 없다
써빙 아저씨에게 인테리어가 깨끗하다고 칭찬해 주었더니 함박웃음을 짓는다.
메뉴판을 쭈욱 훑어보다 브릭 (Brik) 에서 멈췄다,
따진이니 브릭이니 하는 튀니지음식 말만 들었지 여행이 거의 끝나가는 지금까지 제대로 먹어보지 못했다,
써빙 아저씨에게 가능하다는 답변을 듣고 브릭과 오믈렛을 주문했다. 본 메뉴는 없이 전채요리로만 두개 !
레몬쥬스는 안된다고 해서 시킨 쥬스.
리얼 쌩과일이다.
아 이게 브릭이라는 거구나
칼로 자르자 속에서 반숙 계란이 흘러 나온다, 참치도 들어 있어서 고소하고 맛있다
이어서 나온 오믈렛
브릭과 같은 계란요리지만 또 다른 맛이다.
총 11.5 dinar (6,900 원) 음식 수준에 비해 가격도 비싸지 않고 메인 요리 없이도 훌륭한 저녁을 먹었다
au choix 는 choice, 즉 내용물을 선택할 수 있다능...
본 메뉴를 시키기엔 이미 배가 차 버렸다. 안타깝게도 나올 때까지 나 혼자.
식당 앞에 서서 잠시 고민한다.
음료수 사갖고 택시타고 숙소로 들어갈까 ? 카스바 성벽쪽으로 걸어 호텔까지 갈까 ?
일찍 들어가 봤자 할 것이 없고, 날은 아직도 환해서 소화도 시킬겸 왼편 카스바 성벽을 따라 걸어가기로 했다. 이번 여행에선 지팡이 하나 있다고 걷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훨씬 적어졌다.
단체사진 찍고 있는 튀니지 여학생들
사진을 찍으며 가다 서다 하는데 손을 바지주머니에 꽂은 세명의 불량감자가 건들대며 나에게 다가왔다.
항구의 건달들인가 ? 살짝 경계를 하는데 갑자기 ... 사진을 찍어 달란다
첫 사진은 흔들려서 잠깐 서 있으라고 하고 후레쉬를 터뜨려 한방을 더 찍었다
찍은 사진을 돌려 보다 킥킥대며 웃었더니 얘내들도 호기심에 막 보여 달란다.
두 사진에 표정과 포즈가 너무 달라 지들도 재밌는지 이 사진을 자기들 Facebook 에 올려 달라는데 ' 나 페이스북 없다' 고 하며 인사하고 헤어졌다,
시장쪽 풍경
가게들이 일찍 문을 닫고
행인들도 별로 없어
비 부슬부슬 내리는 선창가가 더 쓸쓸하다.
그 거리 한가운데에 반갑게도 불을 환하게 밝히고 장사하는 가게, 귀가길을 재촉하던 사람들이 한둘씩 뭘 사 먹고 있었다.
얼른 가보니 옛날 빵집이었다.
쟁반에 몇개 안 남았길래 왼편에 설탕물을 입힌 단팥빵을 하나 달라고 했다
아저씨가 쥐고 먹으라고 종이에 빵을 하나 싸 준다. 가져 간다고 봉투에 넣어 달라고 했다. 종이를 두겹으로 싸서 비닐에 담아주며
' 어디서 왔냐 ? ' 묻길래 코리아라고 했더니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워 주었다.
" 꽁비엥 ? " 계산하려고 동전을 들었는데 그냥 가란다.
" 안돼, 안돼 " 하며 극구 돈을 주려 해도 그냥 가져가라고 했다.
예상치 못한 호의에 너무 고마워 인사만 드리고 빵봉지를 흔들며 나왔다.
안쪽 주방에서 열심히 만들어 내 놓은 빵, 까치담배 한개피, 주화 한닢, 차 한 모금 ...
온정과 여유가 있는 튀니지 사람들. 이들에게 참 깊이 배우고 간다.
삶의 진정한 가치를 !
같은 위치, 다른 느끼의 그림과 사진
빵집을 나와 카스바쪽으로 걸어가는데 성벽을 따라 가로등이 쪼르르 불이 들어왔다.
달콤해진 기분이 아름다운 항구의 야경을 보며 더 들뜨고 황홀해졌다
몇몇 카페가 문을 열어 놨는데, 해지는 이 시간의 색감이 너무 이뻐서 계속 걸어가며 사진을 찍었다
으슥한 곳이나 행인이 없는 곳은 은근히 무섭다, 아직 7시도 안됐는데...
성벽끝에선 젊은 애들 세네명이 모여 지들끼리 떠들고 있다.
짐짓 외면하며 차량통행이 많은 다리위에 몰라서자 비로소 안심이 되었다,
도로을 건널때 차들이 멈춰 주었다
백화점 건설현장 뒤쪽 컴컴한 길을 혼자 걸어 가는데 맞은편에서 오토바이 한대가 내쪽으로 달려온다.
카메라 소매치기나 강도일까봐 겁이 났다
멀리 호텔 정문이 보이자 발걸음이 더 빨라졌다. 로비 소파에 쓰러지듯 풀썩 앉아 긴 숨을 돌린다
카톡하며 30 여분이나 앉아 쉰 후 후원으로 나왔다.
비가 안 온다. 낮에 좀 이렇게 그쳤음 얼마나 좋았을까
주변 방들 불이 다 꺼져 있다,
나 혼자만 투숙하는거 같아 마음 한구석이 허전해졌다
문을 열고 들어 왔는데... 낮에 청소아줌마가 대충 방정리를 해 놓았나 보다.
침대위에 뭔 하얀게 곱게 개어있다. 수건인가 ? 하고 보니 내가 입던 빤스였다.
아니, 이걸 왜 ~
빵이 얼른 먹고 싶어 오자마자 봉지부터 열었다. 그 아저씨는 다른 부업 안하고 이 단팥빵 하나에 평생을 바친게 분명하다
여분없는 양말, 냄새나는 두건과 털모자도 빨아 라지에타위에 걸쳐 놓았다.
가뜩이나 홀쭉한 배낭이 여행 막바지에 다다르자 더 납작해져 버렸다
오늘 지출 : 택시 1.2
민트티 2.4
점심 4
쥬스 0.8
택시 0.8
민트티 0.7
저녁 11.5
그리고 분실 0.1 합 21.5 dinar (12,900 원)
'Tunisia 2015' 카테고리의 다른 글
62> 한달반후 (0) | 2015.02.01 |
---|---|
61> 22번째 루아지 (0) | 2015.02.01 |
59> 구걸하는 마린보이 (0) | 2015.01.31 |
58> 입 다문 도개교 (0) | 2015.01.31 |
57> 스테인드글라스 재해석 (0) | 2015.01.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