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 몽돌 구르는 소리

2015. 1. 29. 10:00Tunisia 2015

 

 

 

 

눈 뜨자마자 카톡으로 경재 운전면허 물어보고 아침 먹으러 나왔다.

내가 방문 닫고 나오려는 찰나에 옆방 여자도 문 열고 나오려다 놀란듯 다시 들어갔다.  

 

프런트 맞은편 식당으로 들어갔다.

파란색 계통의 차가운 내부 인테리어가 식욕을 급격히 저하시켰다,

 

할머니가 말없이 무표정으로 내려 놓고 간 아침 식단

세상에서 가장 초라한 아침상을 뽑으라면 튀니지도 손가락 안에 들 것으로 굳게 믿는다. 우유와 커피 인심도 박하다.

 

프런트에 앉아 담배피는 아저씨에게 자전거 빌릴 곳을 물어보니 없단다. 스쿠터를 물어보자 그건 빌릴 수 있다며 위치를 알려 주는데 어제 내가 산책한 곳이었다. 오토바이들이 별로 안 보이던데...

아저씨에게 방에 히터 다시 작동시켜 달라고 하고 올라 왔다.

 

두통이 있어 발코니 문을 활짝 열었는데 8시 조금 넘은 지금 비가 또 쏟아진다. 이러다 하루종일 갇혀 있게 되는건 아닌지,

물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사하라 사막지역을 돌아온 후라 이렇게 비가 오는게 신기하고 반갑지만 벌써 르케프, 젠두바, 아인드람, 여기까지 4일째 비구름이 날 따라 다니니 이젠 질린다. 이 나라 기후가 참 다양하고 변화무쌍해서 재밌긴 한데 오늘은 우찌 이동해야 하나. 택시를 타고 다녀야 하나, 스쿠터는 내가 세우기가 힘들고, 4륜 오토바이가 있을라나 ?  오늘 일정도 하늘에 맡겨야 하는구나 ...

 

창밖이 환해지는게, 햇살이 비치고 날이 개는거 같아 11시전에 방을 나섰다, 

로비에 남자들 눈길을 받으며 당당하게 호텔 밖으로 나왔는데, 헐~ 비가 온다.

우산도 없고 진퇴양난이라 ' 이 정도 비는 이골이 났다 ' 고 중얼거리며 Les Aiguilles (레제귀예 -바늘) 쪽으로 걸어간다.

 

 

 

 

지붕을 올린 공터안에 이상한 것들이 쌓여 있다.

물고기 잡는 어구도 아니고 고물도 아니고... 모양은 흉직한게, 용도를 알 수가 없다

 

해안선을 따라 북쪽으로 조금 더 올라가자 낡은 판자촌 기념품점이 몇개 보였다,

 

 

첫번째 가게에서 한 청년이 무표정하게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재료는 대충 막대기와 솔방울, 조개껍질과 코르크나무 정도였고 초딩 미술숙제 정도의 조잡한 수준이었다.

"  그 우물 하나 얼마요 ? "

"  5 dinar (3,000 원) 입니다. 다 제가 만든 거예요 "

이런게 팔리나싶은데 그래도 장사가 되니까 열심히 만들고 있겠지 싶다. 주변 가게 상품들이 다 대동소이해서 경쟁이 치열했다.

 

 

거대한 첼로 모형이 세워진 로터리를 지나자, 차량 통행이 금지된 인도로 들어섰다.

 

 

 

 

파도는 거세게 몰아치고

 

 

 

가랑비를 맞으며 삐쭉 나온 바위를 돌아가자

 

드디어 바늘바위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비가 오는 오전이라, 사람들이 거의 없는데 젊은 커플이 나를 스쳐 가더니 중간에 멈춰 서 있어 약간 찜찜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그쪽으로 가 보았다.

 

 

 

여기 바위들이, 끝이 뾰족한 바늘을 닮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레제귀예.

그 장관을 제대로 감상 할 겨를도 없이 비를 피하기 위해 굴로 달려 갔다. 그런데 누가 벌써 하나 있는 그 피신처를 차지하고 있었다.

 

내가 가까이 다가가자 젊은 커플이 실실 웃으며 자기네 사진을 찍어 달라는 시늉을 하는게 아닌가,

 

씨알, 이런 싸가지들이 !

누군 비 맞으며 사진 찍어주고, 누군 비 피하며 모델 하냐 ? 싶어 "  니들이 이리 나와 ~ " 손짓하니 얼른 나와 쪼르르 서서 포즈를 취한다.

 

찍힌 사진을 보더니 맘에 들었나보다. 지들끼리 메일 주소 이야기 하더니 아웃룩 계정을 하나 적어주었다. 알파벳을 다시 확인한 후에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참 오래간만에 본다 MS outlook ! 

 

 

군데군데 벗겨지나보디 퇴적층 내용물에 따라 오묘한 색깔이 탄생했다

 

 

 

터널을 통과해 해안선을 따라 더 들어갔다

 

 

 

자갈을 박아 놓은 난간부분이 살모사 대가리처럼 혐오스러웠다

 

맞은편 산비탈에 집들이 아름답게 지어져 있었다, 저 집에선 얼마나 전망이 멋질까 ?

 

 

 

 

이 길이 어디로 이어지는지 알수가 없어 더 갈까 말까 고민하는데 마침 한 남자가 지나간다

"  이 길로 가면 막힌 거예요 ?  택시 탈수 있어요 ? " 하니 다시 돌아 가라고 한다.

 

 

파도소리가 들려온다

 

쏴~ 차르르르

쏴아~ 차르르르

 

글에서만 봤지, 파도에 자갈이 구르는 소리를 여기 와 첨 들었다.

몽돌해변을 몇 군데 가봤지만 그땐 못 들었다. 정확히 말하면, 안 들렸다.

파도치는 소리랑은 다른, 자갈들이 서로 몸을 문대는 경쾌한 소리가 들려왔다. 수만개 자갈들의 함성 소리가...

죽기 전에 이소리를 듣게 될 줄이야 !  모짜르트에 비할 바가 아니였다. 

자연은 그 자체가 경이로운 감동이다,

 

땅이 솟구쳐 지층이 베베 꼬이고 거꾸로 박힌 모습이 나이테처럼 고스란이 보였다.

이정도 되려면 얼마나 영겁의 시간이 흘렀을까 ? 

 

 

산위에 제노바 성이 뽀얗게 빛났다. 비가 그치려나 보다,

 

 

갓 구어진 빵같이 생긴 바위. 살짝 떼어 먹고 싶다

 

 

 

어떻게 이런 결이 생길 수 있었을까 ?

 

 

 

인적없는 곳에서 현지 남자들을 맞닥뜨리면 살짝 긴장이 되었는데 비가 그치자 점점 왕래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현지 관광객들도 보여서 마음이 놓였다

 

 

 

 

 

 

 

 

 

 

 

빨간 산호로 목걸이등의 장신구를 만들어 파는 노점상이 발길을 붙잡는다. Corail 이 무슨 뜻인가 했는데 산호였다.

타바르카에서는 빨간 산호를 상징하는 조형물이 여기 저기 보였다.

 

다시 기념품점이 모여 있는 로터리까지 나왔다

 

두 상인 사이에 싸움이 났다.

여기저기 구경꾼들이 몰려 있었고 당사자들은 자기 입장을 주변 사람들에게 하소연하며 동정을 구하랴 말다툼하랴 시끌시끌했다.

10 여분이 지나도 싸움에 진전이 없자 화끈한 육박전을 기대하던 구경꾼들이 슬슬 자리를 떴다.

두 아저씨도 욱해서 한두번 더 부딪치더니 그냥 싱겁게 끝나 버렸다.

 

평생 안 볼 사이도 아니고 옆에서 장사하는 동료라 싸움이 극단적으로 치닫진 않는거 같다.

남들은 못 와서 안달인 이 멋진 제노바성 아래서 싸움이라니 ... 

 

 

시내로 통하는 길은 한적하다 못해 쓸쓸할 지경이었다. 길 양편으로 개점휴업인 은행과 호텔들이 즐비했다

 

사거리 모퉁이에 Fast food 라고 쓴 간이식당이 보여서 들어갔다,

' 샤와르마 하나 말아달라 ' 고 하고 안에 들어가 앉았다.

초로의 부부가 어린 손주를 데리고 식사를 하러 들어왔다. 튀니지 사람도 애기때는 참 이쁜거 같다

 

생수 한병 달라고 했는데 착오가 있었는지 영 안 가져온다. 다시 주문하다가 콜라로 바꿨다.

짐원이 나가서 생수랑 콜라를 다 사왔다. 콜라는 뚜껑따고 빨대까지 꽂아와서 그냥 그걸로 선택했다.

 

잠시후 식어 빠진 감자튀김과 함께 샤와르마가 나왔는데

 

한 입 먹어보고 다시 처다봤다.

고기도 듬뿍 들어가고 소스가 아주 감칠 맛이 있었다. 튀니지에서 지금까지 먹어 본 것 중 최고였다.

 

식당에 흰 가운을 입고 키가 멀대같이 큰 여자가 있었는데 하는 일도 없이 돌아다니며 소리를 질러 대는데 그 목소리는 얼마나 앙칼진지, 듣기만 해도 사람 기가 죽을 정도였다. 여자가 하도 재수가 없어서 내가 다른데 보는 척하며 몰카를 찍었다.

찍힌 사진을 확인해 보다 시껍했다. 그 여자가 내 카메라를 놀란 눈으로 응시하고 있는게 아닌가. 

... 자기 몰래 찍었다고 다른 남자들에게 가서 일르면 어쩌지 ?

 

 

다 먹고 " 까데쉬 ? (얼마예요) "  3.5 dinar (2,100 원)

한번 더 먹어 볼 가치가 충분해서, 밤 8시까지 하는거 확인하고 얼른 나왔다

 

 

 

'Tunisia 2015' 카테고리의 다른 글

54> 껌팔이  (0) 2015.01.30
53> 백수건달 패믈리  (0) 2015.01.29
51> 노란택시들의 군무  (0) 2015.01.28
50> 정부가 조강지처보다 낫다  (0) 2015.01.28
49> 여고생 Hana  (0) 2015.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