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 노란택시들의 군무

2015. 1. 28. 16:52Tunisia 2015

 

 

 

 

 

공원 옆 한적한 길가에 노란택시 수십여대가 서 있었다,

요즘 경기를 말해주듯, 한참을 걸어가며 봐도 택시를 타는 손님은 거의 없었다,

 

갑자기 운전석 문들이 일제히 열리며 기사들이 다 내리더니 각자 차를 일정한 거리만큼만 밀고 동시에 멈춰섰다.

눈앞에 일어난 광경은 정확히 연출된 군무같이 장엄하기까지 했다.

그 군무는 단지 기름값을 아껴 보려는 이유밖에는 없지만 이면엔 모든 사람들의 합의와 협조가 전제되는 복잡한 사회적 활동이었다.

 

공원 가운데에는 원형극장터 같은게 남아 있고

 

로마 유적지같아 보이는 것들도 대충 방치되어 있었다

 

 

 

공원이 끝나고 이 도시의 가장 중심지인 로터리에 다다랐다.

튀니지의 초대 대통령인 하비브 브르기바가 말년을 여기서 보냈기에 기념동상을 세우고 도로를 명명하였다,

 

여기까지 나오자 좀 번화스러운 기운이 느껴졌다.

로터리 주변엔 유독 땅콩장사만 세군데가 있었는데 각 상인들의 땅콩 품질이 내가 볼땐 똑같았다. 도매상이 한 곳인가보다.

땅콩을 사먹는 손님이 의외로 간간히 이어졌다,

 

장사가 잘되는 샤와르마 집을 돌아 서쪽으로 깊이 들어가자 한결 조용한 동네가 나타났다 

 

Jam'a ar Rahma 사원 앞에서 U-turn 다시 시내로 나온다 

  

 

공원 담 아래 빈 의자가 있길래 얼른 앉았다,

 

왠지 정겨운 동네와 가게,

 

 

날은 흐리지만 비가 그치자 동네 남자들이 다 거리로 나왔다 

 

 

나무아래 한참 앉아 동네구경을 한 다음 내려 오다가 화랑을 발견했다, 


 

튀니지에서 보기 드물게 깔끔해서 이끌리듯 아뜰리에로 들어갔다.

한여자가 나오길래 구경해도 되냐고 하니 흔쾌히 영접했다,

 

오른편 첫방은 갤러리였고 타바르카의 아름다움을 묘사한 그림들이 몇점 걸려 있었다. 

그런데 화풍이 좀 비슷한거 같아 의아해 하니 주로 ' Shane park' 이라는 화가의 작품들이었다. 화가는 39세의 미국인이라고 한다,

 

그 화가는 이 도시에 살며 그림을 가리키고 있다고 한다, 옆방이 학생들을 가리키는 화실이었다,

화가가 보고 싶어 ' 내일도 수업 있어요 ?' 물었더니 확인 후 이번주 일요일에나 있다는데 ... 난 모레 금요일에 떠나야 한다고 아쉬워하니 명함에 연락처를 표시해 주었다. 만나 보라고...

 

따라다니며 설명해 주는 여자가 영어를 잘 하진 않았지만, 찾아온 이방인을 진심으로 환대해 주는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건너편 방은 화구와 인테리어 소품을 파는 조그만 가게다.

 

내가 주로 저렴한 곳만 다녀서 그런지 몰라도, 튀니지 지방도시에서 보기 드물게 깨끗하고 세련되고 포근한 공간이었다   

 

넓지 않은 전시공간이었지만 슬슬 돌아보고 나오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안식을 느꼈다고 할까 ?

기분전환이 확실히 되었다.  Balmoree arts ! 

 

밥 먹을 곳을 찾다가 큰 마트를 발견했다,

mg (Magasin General) 

 

중년 아줌마, 아저씨가 쇠통을 탕탕치며 뭘 담고 있길래 보니 Sucre 설탕이었다, 

워낙 단걸 즐기는 식생활에 포장설탕은 비싸니까 무게로 싸게 팔고 있었다,  1 kg 에 0.97 dinar (590 원)

 

메추리구이도 팔고 튀니지 특유의 상품들도 조금은 있었지만 내가 살만한 것은 없었다

 

과자와 음료수, 니베아 등의 공산품은 다 비싸다. 한국 마트 가격과 비슷했다. 서민들이 부담을 느낄 만한 정도였다,

 

눈요기만 하고 빈손으로 나오는데 마트 앞에서 어떤 여자가 땅바닥에 철푸덕 앉아 뭐라고 계속 씨부렸다,

아무리 봐도 앞에 동냥그릇이 없어서 그냥 지나쳐 왔다,

 

공원산책길에 과일가게를 봐 놨기에 마트에서 빈손으로 나왔는데 엿부러 와보니 철시했다, 

6시를 전후로 가게들이 문을 닫고 있다,

 

코너에 바베큐라고 쓴 식당. 

바람막이 차양 안에 중년남자 둘만 앉아 식사를 하고 있다. 입구에 솥을 들여다보니 빨간 고깃국이 뻐채 팔팔 끓고 있다

그거 한 그릇 달라고 하고 자리를 잡았다 

 

잠시후 주인남자가 나에게 바게트 찢는 시늉을 하길래, 내가 " 레블렙 비 ? " 하니 그렇다며 뚝배기를 다른 솥으로 가져가는 것이다.

얼른 가보니 내가 달라는 붉은 찌개가 아니고 희멀건한 곰국이 아닌가,

그게 아니고 이거라고 다시 알려주자 남자가 뼈와 고기 한덩어리를 뜨고 하리사등 이것 저것 양념을 뿌려 한그릇을 가져왔다,

 

첨가한 양념중에 뭔가가 좀 아린 맛이 있어 국물은 별론데 도가니가 쥑여줬다

입천장을 다 데어가며 푸욱 고아진 Joint 를 후루룩 후루룩 폭풍 흡입했다,  4.5 dinar (2,700 원)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오라는 곳은 없어도 가야 할 곳은 많은게 여행자의 숙명이기에 무겁게 퍼져버린 몸을 달래 일어났다.

 

샌드위치라도 사가려고 두리번거려 보았지만, 숙소 근처까지 왔는데 흔한 간이식당 하나 없다

 

경찰서 사거리에서 시내쪽 골목으로 따뜻한 불빛이 새어나왔다,

가보니 과일가게다, 

 

오렌지, 사과, 토마토를 봉투에 담았더니 2.6 dinar (1,440 원) 

 

과일봉투를 흔들며 골목길을 나오다 한가한 동네 카페가 눈에 띄었다   

 

차 한잔을 주문하고 동전을 꺼내 5 dinar 짜리는 빼 놓고 손바닥에 펼치자 다 털어가 버렸다, 얼만지도 모르는데... 

나중에 숙소 와서 역산해 보니 딱 0.5 dinar (300 원) 이었다.

큰 잔에 레몬조각까지 띄워 왔다, 이 정도면 싸고 훌륭하지 !

 

써빙 애가 자기 사진을 찍어 달래더니 카메라를 가져가 다른 사람들에게 돌려 보여 주었다, 



한국에 대해 묻더니

"  남한, 북한 총 들고 싸우고 있지 ? " 하는 것이다. 한국인이 생각하는 한국과 외국인이 바라보는 한국은 전혀 달랐다,

 

담배피고 싶은거 꾹 참고 찻집을 나왔다.

인적이 드문 골목이지만 여기저기 가게에서 켜 놓은 따뜻한 불빛 때문에 전혀 불안하지 않고 정겹기까지 했다,

오다가 과일봉투 한번 떨어뜨렸는데 다행히 토마토가 터지지는 않았다

 

오후에 이곳 저곳 빨빨거리고 다니느라 지친 몸으로 무사히 숙소앞에 도착했다

부킹닷컴에서 산위에 깨끗하고 전망 좋은 호텔을 예약할까 했는데 오히려 이 곳이 시내와 관광지와 또 정겨운 동네랑 가까워 최고의 위치다,

이번 여행 오늘까지도 숙소 위치는 계속 성공하고 있다, 

 

욕실 수도꼭지는 녹슬고 지저분하고 욕조엔 마개가 없다, 휴지로 틀어막아 보지만 물이 새서 발 뒤꿈치로 막고 했다,

이러니 오히려 더 물낭비인데 호텔측에서 얕은 생각만 하고 있다, 다음부터는 만능 물마개를 갖고 다녀야 할까보다

그래도 뜨거운 물 나오고 방이 춥지 않아 천만다행이다 

 

한국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다,

 

오래간만에 방에서 인터넷 서핑을 하느라 12시가 넘어서야 잠을 청한다

이 방에 또 한 사람이 있는 것 같은 느낌에 방불을 켰다. 옆방의 작은 움직임도 고스란히 들려왔다. 

살짝 잠들었다가 1시에 또 깼다

TV 소리, 두런두런 이야기 소리. 의자 끄는 소리.., 설상가상 배까지 고프다. 이미 오렌지하나, 토마토, 사과까지 먹어 치웠는데.

눈앞에 샤와르마와 후리까세와 참치 바게트가 아른거린다. 내일은 실컷 사먹어야지

 

창밖으로 또 빗소리가 거세다, 잠이 안 오니까 거꾸로 자야 되나 ? 음악을 틀어 놓을까 ?

하나가 좋으면 하나가 불만이고... 완벽한 호텔은 없는 것일까 ?

 


 

오늘 시내 산책길

 

 


오늘 지출  :    어젯밤 숙박  30

                    민트차          0.5

                    택시             0.6

                    버스             1.3

                    택시             1

                    숙박 -2일     50 

                    저녁             4.5

                    과일             2.4

                    민트티          0.5                  합 90.8 dinar  (54,480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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