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 13. 09:00ㆍTunisia 2015
밤새 히터를 틀어 놓았는데 소리만 요란했지 무용지물이었다. 침대에서 곧바로 못 일어나고 누운 채 뻣뻣해진 팔다리를 한동안 수습했다
환한 창밖에선 찰랑 찰랑 파도소리가 부드럽게 들려온다,
아침 먹으러 나오다 복도에서 노인과 고양이를 만났다
고양이가 여기까지 노인을 따라 온거 같은데, 방문을 열자 주저없이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노인이 더 이상은 안된다고 발로 저지하고 혼자 들어가 안에서 문을 닫았다.
어젯밤에 남자들이 술 먹던 Bar가 오늘 아침엔 식당이 되어 있었다
넓은 식당에 두어 테이블만 세팅이 되어 있었다. 자리에 앉자 웨이터가 " 커피 밀크 ? " 하며 주문을 받아 갔다,
벽에는 첨보는 사람들 증명사진이 걸려 있고, 분수와 벽난로까지 설치되어 있었다
예전의 영화를 엿볼 수 있었다,
웨이터가 가져온 아침 상.
커피 한잔을 더 주문해 마시며 Wi-Fi 로 집에 안부를 전했다
고양이가 주변을 어슬렁 거리더니
한 신사 옆에 조아리고 앉았다
보다 못한 신사가 의자를 빼주자 고양이가 능청스럽게 올라와 합석을 했다,
손님이 식사가 안 끝났는데도, 청소아줌마는 먼지를 풀풀 날리며 비질을 하고 웨이터는 조명을 껐다 켰다 했다.
아무리 말은 안 통해도 비언어적 의사표현 정도는 눈치 챌 수있다.
방까지 거리가 있다보니 왔다갔다 하며 소화가 다 되버렸다
테라스로 나와 바다를 바라본다.
잔잔한 행복감이 밀려왔다.
지금 이 순간 가장 필요한 건 가족뿐 ... 아이들과 아침 바람을 맞으며 저 모래사장을 걷는 상상을 해 본다.
천상의 아름다움을 즐기고 있는데 갑자기 後重氣가 느껴졌다.
언제 화장실을 갔는지도 까 먹었다, 손가락을 헤아려 보니 4일만에 성공했다
한결 홀죽해진 얼굴
프런트에서 check-out 하며 아줌마에게 ' 좋은 방 줘서 고맙다 ' 고 감사를 표 했다.
수스 (sousse)가는 방법을 물어보니 택시는 안되고 루아지를 타야 되는데 Barreket station 에서 타야 된다고 적어줫다,
" 터미널까지 택시비는 얼마쯤 나와요 ? "
" 1~1.5 dinar 인데 정확한 건 기사에게 물어 보세요 "
호텔 앞에서 쪽지를 들고 택시를 기다리자 지나가던 차가 U-턴해서 내 앞에 섰다,
쪽지를 보여 주며 얼마냐고 물어보니 미터기를 가리킨다. 차에 올라타자 다시 U-턴했다, 상뜨르 시내 방향이 아니라 외곽으로 빠졌다,
차는 상뜨르 함마멧을 벗어나 야스민 (Yasmine) 함마멧으로 들어간다,
도로 양편엔 관광특구답게 깨끗하고 비싸 보이는 숙박시설이 즐비했다, 기사아저씨가 상뜨르는 Old 고 야스민이 New town 이라 한다.
한참을 달려 루아지 터미널에 도착했다, 미터기엔 4.08 이 찍혔다, 5 짜리를 주자 에누리 깎고 1 dinar 를 거슬러 주었다.
4 dinar (2,400 원)
택시에서 내리는 외국인을 보고 기사들이 다가왔다,
" 수스 ~" 하니 " 쑤싸 ! " 하며 뒤쪽 세번째 차로 안내했다
맨 뒷열만 남아 있었는데 곧바로 승객이 다 찼다,
옆 자리 여자에게 요금을 물었더니 그 옆 남자에게 되묻는다. 6 뭐라고 하는거 같다,
잠시 후 기사가 돈을 걷는데 10 짜리 지폐를 주자 씽끗 웃으며 4 dinar 를 거슬러 준다, 함마멧에서 쑤싸까지는 6 dinar (3,600 원)
도시를 벗어나기전 주유소에 들려 딱 30 Dinar 어치 기름을 넣는다,
주유기를 자세히 보니 1 리터에 1 dinar 조금 넘는거 같았다, 석유 한방울 안나는 나라지만 기름값은 상당히 싸다,
고속도로로 올라와 너른 평야를 신나게 달린다. 현대 그랜져 신형도, 제네시스도 보였다,
앞 차는 번호판이 덜렁덜렁,,,
가는 중간에 앞 승객이 휴대폰 통화를 끝내더니 기사랑 가벼운 말다툼을 시작한다. 수스에 도착할 때까지 한참을 서로 언성을 높였다.
원래 억양이 싸우는 것처럼 들리는건지 진짜 감정이 격해진 건지, 뭐 때문에 싸우는 건지 ... 궁금해 뒤지겠는데, 다른 승객들은 아무 말이 없다,
시가지가 보이기 시작했지만 고속도로를 계속 달린다. 수스가 튀니지 제 3의 도시라더니 진짜 크긴 크다,
내 옆엔 젊은 연인이 타고 있었다.
남자가 여자를 상당히 애지중지 하는게 느껴지는데 정작 여자는 넙적다리를 쩍 벌려 자꾸 내 다리에 비벼 댔다
고속도로를 빠져 나와 시내에서 한번 정차하자 옆 커플과 몇명이 내렸다,
기사가 별 말이 없길래 난 계속 앉아있으니 또 출발했다,
루아지가 ' centre ' 라는 도로표지판을 따라 들어간다. 이제 수스의 중심지로 들어가나 보다.
그런데 ... 빈민가다,
아니 여기 수준으론 중산층일지도 모르겠지만 여튼 가난하고 지저분하고 나 국민학교때 살던 동네와 너무 비슷했다,
드디어 수스에 도착했다,
수스의 루아지 터미널인가 보다
큰 공장 같기도 하고 1급 자동차 정비소 같기도 한 내부로 들어간다.
지금까지 본 루아지 터미널중에 가장 컸다
수많은 봉고차들이 외부까지 가득하고 기둥엔 광고판도 붙어 있었다,
나불에서 먹었던 참치 바게트가 또 생각나 구내 식당에 가려고 했는데 화장실이 바로 옆에 붙어 있었다
기름때가 두껍게 앉은 인도, 지저분한 화장실을 보니 도저히 음식이 목구멍으로 안 넘어 갈거 같아 단념했다
건물 앞으로 나와 줄 서 있는 택시에 탔다, ' 그랑 모스크 갑시다 ! '
그런데 앞 택시가 승객과 가격이 안 맞는 바람에 빈 채로 서 있게 되서 뒤로 온전한 택시들이 줄줄이 막혀 버렸다,
내 차 기사가 내리더니 승객을 직접 모셔 앞 차에 태웠다, 아저씨가 적극적이면서도 여유가 있어 보였다,
" Where are you from ?
" Guess where ! "
" China ? Japan ? Taiwan ? .... Korea ? "
" Bingo ! "
" 내가 머리를 깎아 중국인으로 보일 거야, 근데 한국인이 잘 생겼잖아 ? "
" 맞아. 한국 여자도 이뻐. TV에서 한국방송 많이 봤어 "
이야기가 잘 통했다, 말 중에 ' 여기는 수퍼마켓 빼고 정해진 가격이 없으니 여기 저기 물어 보고 사라 ' 고 훈수도 뒀다,
해적선이 정박해 있는 항구 옆을 지나간다
" 한국 초임 월급이 얼마야 ? "
" 한 5,000 dinar (3 백만원) 쯤 "
하고 약간 과장을 했더니, 놀라길래
" SAMSUNG, LG, KIA Motor (기사가 Rio 자동차를 알고 있다) 가 있잖아. 물가 자체도 비싸 "
내가 불어를 조금 하자. 자긴 불어 독일어등 다한다고 한다. 그래서
" 와우 ! 당신 한국 오면 월급 많이 받겠다 ! " 고 했더니
" 읽을 줄을 몰라 ㅋㅋ "
어느덧 메디나 성벽이 보이고 기사가 빙 돌아 호텔과 가장 가까운 입구에 차를 세워줬다
1.68 나왔는데 1.7 dinar (1,020 원) 을 기분좋게 주고 내렸다,
성입구에 수스의 메디나 지도가 있어서 참 요긴했다
역시 어딜가나 사람들이 많다.
그랑 모스크 벽만 따라가자 모퉁이에 내가 예약한 Hotel Medina 가 금방 눈에 들어왔다,
호텔 옆으론 경찰서도 있긴 했다. 두 상점 사이에 끼어 권위는 없어 보였지만 ...
이번에도 최고 위치의 호텔을 고른거 같다
숙박계 쓰고 2박에 62 dinar (37,200 원) 결재
원래 예약은 1박에 14 ∈ 씩에 도시세 1 ∈ 가 포함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도시세를 안 받아서 기분이 좋다.
Wi-Fi 가 로비에서만 된다 해서 집에 안부를 전하고 122 호를 찾아 간다,
2층으로 올라가 중정을 돌아 계단 옆 좁은 통로를 빠져 돌고 직진 후 또 계단 ...여기도 미로같이 복잡하다,
청소아줌마에게 룸 번호를 보여 주며 길을 물어야 했다.
처음엔 호텔을 작게 시작했다가 뒷건물을 연결 증축한 후유증이다
열쇠를 빙빙 돌려 간신히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1박에 18,600원짜리 방치고는 괜찮았다
욕실도 깨끗하고
베란다도 있었다,
전망은 별로지만 마당엔 따뜻하고 눈부신 햇살이 가득 하고
아래 골목에선 souk (시장) 상인과 손님들 소리가 시끌시끌 들려 왔다
어제 한 빨래가 배낭속에서 꼬깃꼬깃 해졌길래 혯볕애 바짝 말리려고,옷걸이에 끼워 베란다 의자에 걸쳐 놓았다
이틀 묵을 거니까 짐을 다 꺼내 정리 한 후,
침대속에 몸을 묻자 스르르 눈커플이 감겨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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