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하늘과 땅과 바다가 만나는 곳

2015. 1. 12. 11:00Tunisia 2015

 

 

 

어젯 밤은 방 불을 끄고 잤다,

불연듯 깨어 내다 본 어두운 창밖.

그 곳에서 신비롭고 환상적인 현상이 벌어지고 있었다

비늘에서 반사된 빛이 온 바다를 은빛으로 반짝이며, 물고기떼가 灣쪽으로 몰려가고 있었다.

 

달이 구름을 벗어나자,

그것이 밀물이 만들어내는 잔잔한 파도였음이 환한 월광아래 드러났지만

몽환적인 느낌을 간직한 채 나는 다시 꿈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다시 깼을땐 동이 트고 있었다

정신을 차리려고 남은 토마토를 우걱우걱 베어 먹었다

 

8시쯤,

노크도 없이, 누군가가 문을 거칠게 흔들어 댔다.

충격이 얼마나 쎘는지 꽂아놓은 열쇠가 빠져, 널어놓은 거품기와 함께 떨어졌다

자는 척 못 들은 척 개무시하고 있으니 이내 가 버렸다

가방 싸놓고 나가서 세수를 하는데 첫날밤 패스포트 어쩌구 하던 그 새~가 복도에서 나타나

"  방문 활짝 열어 놓고 열쇠는 걸어 놓고 짐 챙겨 나오라 " 고 한다. 알았다며 웃는 낯으로 보냈다.

 

8시 반쯤

가방 들쳐매고 1층으로 내려와 스맛폰을 키며 안쪽 복도로 가려니 이 새~가 언능 나가라고 재촉한다. 1분만 하면 된다니까, 자기 가서 밥먹고 자야 된다는 거다. 나도 집에 안부 전해야 되고 아침 일찍부터 체크아웃도 아니고 이렇게 쫓겨 나는게 황당한데 따진다고 통할 놈도 아닌 거 같아 그냥 대꾸도 않고 복도 공유기 아래로 가 폰을 접속했다. 

가족 카톡방에 대충 오늘 목적지를 알려주고 나오는데 이 새~가 로비에 서서 계속 기다리더니 이젠 어여 나가라고 현관문까지 잡고 있다.

' 되게 배 고픈가 보네. 개새~ ! '

 

내가 나오자 문을 밖에서 걸어 잠그고

 

고물 오토바이 핸들을 두 손으로 잡고 뛰며 시동을 걸었다. 인력으로 시동이 걸린 오토바이를 올라 타더니 뒤도 안 돌아 보고 가버렸다   

 

9,000 원에 뭘 기대하냐 ~

터벅터벅 맨땅을 가로질러 나오는데 지나가던 고물택시가 배낭맨 나를 보고 공터 안으로 들어왔다. 루아지 터미널 갑시다 !

덩치는 고릴라 만한 털보운전수는 한손으론 핸들을 잡고, 한손으론 여자들 루즈통만한 LG 구식폰을 들고 끊임없이 통화하고, 길가에서 손 흔드는 할머니를 태우고, 골목으로 들어가 기다리고 있던 아줌마를 합승시키는 멀티테스킹을 완벽하게 처리하고 있다

 

터미널 가려면 좌회전인데 우회전을 하길래 저쪽이라고 손짓하니 할머니를 내려주려고 약간 돌아 가는 것이었다

터미널에 도착. 5 dinar 동전은 빼 놓고 나머지를 손바닥에 내 보이자 1 dinar 짜리 동전들을 재기고 0.8 (480 원)만 골라 갔다, 

합승 시켰다고 나눠 받는건가 ? 싶어 기분이 좋아졌다

 

루아지 기사들에게 함마멧, 함마멧 ! (Hammamet) 하자 나불 (Nabeul)에서 바꿔 타야 한다고 알려 준다

나불행 루아지엔 파리가 먼저 앉아 있었다

 

8명 정원이 금방 차 이내 차가 출발했다 

 

역시 과속과 추월.

그러나 왼편엔 바다가, 오른편으론 초록의 들판과 고대 유적들이 그림처럼 아름답게 이어졌다,

 

 

루아지 시스템의 고질적인 병폐인 운행중 요금 내기

손에 손을 거쳐 요금과 거스름돈이 오갔다.

 

 

내가 탄 루아지는 파란색띠를 두른 장거리용이라 중간에 조그만 도시들을 무정차 통과한다.

아무래도 사내버스등 대중교통이 미흡하다보니 아침 출근시간엔 사람들이 도로까지 나와 애타게 루아지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디서건 고통은 서민들의 몫인가

 

 

 

나불시 입구의 특이한 조형물을 270도 돌아

 

드디어 터미널에 도착했다. 3.8 dinar (2,280 원)

함마멧 루아지를 물어보자 기사들이 뭐라 뭐라 하는데 통밥을 굴려보니 여기 말고 다른 곳에서 타야 된다는거 같았다, 

 

아침이나 먹고 가자고 큰 길로 나와 보니 음료수 과자등의 공산품과, 기껏해야 차디찬 빵 정도 파는 매점만 있다

먹을까 말까 갈등하다가 ' 터미널 근처니까 분명 식당이 있을 텐데...' 하며 터미널 입구쪽으로 내려갔다 

 

 

매표소 같은 창구를 지나자

 

간판이나 글자 하나 없는 가게가 시커먼 입을 벌리고 있었다.

모 하는 곳인가 ? 안을 기웃거렸더니

 

누추한 차림의 남자들이 서서 열심히 배를 채우고 있었다.

올타구나 싶어 안으로 불쑥 들어가자 모두 눈이 동그래졌다.

 

진열장을 보니 고르고 자시고 할게 없었다.

사람들 먹는 걸 가리키며 같은 걸로 하나 달라고 했다, 

 

짜리몽땅 귀엽게 생긴 할아버지가 표정을 바꿀 새도없이 주문 받고 음식 만들고... 바쁘다,

 

바게트 빵을 잘라 그 안에 셀러드 재료와 참치를 푹푹 눌러 담고 누런 종이로 쓱 싸 주면 끝 !

 

먼지가 뽀얀 음료수 한벙을 집어 같이 계산하니 2 dinar (1,200 원) 밖에 안 했다,

 

한 입 베어 물자마자 몇 분이 안돼 종이에 붙은 참치 조각까지 싹싹 떼어 먹었다.

뻣뻣한 바게트빵에 연약한 입안이 다 너덜거려도 멈출 수가 없다. 맛이 어떠했는지는 나뒹구는 빵 꽁다리가 처절하게 증명하고 있다

참치가 느끼할 거 같았는데 오히려 다 먹은 후 입 주변이 화끈거릴 정도로 하리사가 듬뿍 발라져 있었다

 

쓰레기는 대충 뭉쳐 문 뒤 커다란 통에 던져 넣었다, 할아버지가 1인 다역을 하느라 청소나 위생상태는 음식맛을 따라가진 못한다,

든든한 배위로 바지를 치켜 올리며 ' 여행하는 동안 굶어 죽진 않겠구나 ! ' 라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마침 식자재가 들어와 또 바쁜 할아버지에게 인사도 못하고 나왔다

 

한결 고양된 목소리로 지나가는 젊은이들에게 함마멧행 루아지를 물어보니 택시 타라고 한다. 얼마냐 ? 거리에 따라...

다시 터미널에 들어가 루아지 기사에게 확인차 물어보니 폰을 꺼내 40 이란 숫자를 찍어 줬다, 내가 이해를 못하는거 같자 따라오라며 빈 루아지로 데려가더니 40 dinar 만큼의 지폐를 꺼내 보였다, 8인승 루아지를 혼자 전세 내 가라는 뜻이었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나왔다 

큰길에서 마주오는 두 현지인에게 함마멧 루아지 터미널까지 택시비를 물어보니 할아버지가 나서 3 dinar 라고 하셨다,

 

길 건너 노란 택시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갔다

함마멧가는 루아지 터미널 가자니 안간다고 한다. 막막했다, 걸어갈 수 있냐고 물으니 2 km 라고 조롱하듯 말을 던졌다, 

여긴 장거리 합승택시들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 정차되어 있는 택시는 거들떠도 보지 말자는 철칙을 잠깐 잊었다 -

내가 어찌 할바를 모르고 제자리를 맴돌자 그 기사가 ' 함마멧까지  15 에 가자 ' 고 밑밥을 던졌다, No 하자 잠시 후 12 를 부른다. 내가 10 으로 깎자 차 시동을 걸어 앞으로 빼 놓더니 흥정을 안 하고 버틴다.

 

한 남자가 우리 사이로 다가와 그 기사와 뭐라고 이야기를 하더니, 10 dinar 에 자기가 가겠다 는 것이다.

나도 좀 피곤해진 상태라 두 말 않고 새 기사의 차에 올라탔다

 

짐을 뒷자리에 던져 놓고 편하게 조수석에 앉았다,

차가 깨끗하고 자리도 편안하고 시야가 넓어서 10 dinar 가 아깝지 않았다, 하도 낡고 좁은 루아지들만 탔더니 이 정도로 호사스러웠다

예약한 호텔 이름과 주소를 기사에게 보여주며 등받이 깊숙이 몸을 기댔다

 

나불시내에 차가 많이 막혔다,

여학생들이 모여 있고

 

골목 안쪽에선 남학생들이 모여 있다

 

눈이 돌아갈 정도의 미인들도 보이고

 

도자기로 유명한 도시답게 색색의 화분과 그림타일로 장식한 가게들이 많이 보였다

부유한 도시라는 느낌이 팍팍 들었다 

 

 

 

나불시내를 벗어나자 중앙분리대가 있는 왕복 4차선 도로가 시원스럽게 뚫려 있었다

오른편으로 휴양지 숙박시설들이 계속 이어졌다.

 

다 좋은데 기사랑 대화를 못하니 서로 각자의 세상에 따로 있는게 좀 불편하고 안타까웠다 

 

이 평화로운 도로에서도 경찰들은 여지없이 본연의 역활을 하느라 한가할 틈이 없어 보였다.

항상 먹잇감을 물고 있다, 

 

드디어 함마멧 시내에 들어왔다

 

 

 

 

기사가 호텔 위치를 다시 물어 보더니 약간 안쪽길에 위치한 Dar Hayet 호텔 앞에 정확하게 내려 주었다

오는 내내 미터기를 켜 놔서 딴소리 할까봐 내심 불안했는데 빳빳한 10 dinar (6,000 원) 지페 한장을 꺼내주자 그제서야 얼굴이 환해졌다

 

빨간 선이 이동거리.

 

호텔 앞에서 백인 아줌마가 꼬맹이랑 놀아주고 있다,

로비는 깔끔하고 대리석으로 마감해 고급스러웠다. 프런트에서 그 아줌마가 접수를 받았다, 투숙객이 아니라 주인이었다.

남은 유로화 싹싹 쓸어 주고 나머지는 Dinar 로 결재.

 

 

내가 몸을 돌릴때 지팡이가 꼬맹이 몸에 닿아서 깜짝 놀랐다. 뒤에 있는 줄도 몰랐다,  

 

아줌마를 따라 내부로 깊이 들어가 계단을 오르고 또 더 들어가 또 계단 그리고 중정을 돌아 맨 끝방으로 안내되엇다,

나갈 때 길을 잃을 까 걱정될 정도로 미로 같았다,

 

그런데 방에 들어 오자마자 감탄사가 나왔다,

우와 !

좀 멀긴 했지만 신경써서 전망좋은 방을 줬다는걸 알 수 있었다.

 

 

 

 

끝이 안 보이는 평평한 지평선 

활처럼 휘어 수십 km 는 족히 되는 해변

투명한 바닷물과 탁 트인 수평선

구름 한점 없이 파란 하늘과 시원한 바람 ...

 

살다살다 이렇게 멋진 바다풍경은 첨 본다, 함마멧이 유럽인들의 관광지인 이유를 알겟다. 

 

 

방 내부도 아랍풍의 나무 소파와 인테리어 소품들로 깔끔하게 채워져 있었다,  

 

 

욕실과 화장실이 분리되어 있고 다행히 뜨거운 물도 나온다.

물론 욕조마개까지 있으면 완벽했겠지만 욕조가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안에 들어가 츄리닝 바지와 티, 양말 수건등을 빨고 샤워까지 끝내고 나와도 시간이 널널하다.

 

베란다에 빨래를 널어 놓고 난 거의 알몸인 채 의자에 앉아 일광욕을 즐겼다

 

얼마나 햇볕이 강렬한지, 얼마나 바닷바람이 시원한지 빨래 마르는게 그냥 눈에 보였다,

축축하고 무거웠던 빨래가 바람에 훌러덩 날릴 정도로 금방 말라 버렷다,

 

거의 마른 빨래를 방에 옮겨 널고 이불속에 들어가 달콤한 오수를 즐겼다,

베란다 문을 살짝 열어 놓은 채... 

 

푹 자고도 한시간 정도 밖에 안 지났다,

많이 남은 오후는 시내 구경을 하며 보내려고 가볍게 차려 입고 나왔다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여 미로를 다시 찾아 나갔다.

창밖으론 호텔 수영장도 보이고 해변으로 나가는 전용문도 있다

 

 

Dar 단어가 저택이란 뜻이 있는 걸로 아는데 호텔 이름답게 고급스런 저택이었다,

키고리에 찍힌 별 5개가 뻥이 아니였다,

 

 

성공적으로 로비에 도착.

열쇠고리가 무거워 어쩔 수 없이 키를 프런트에 맡기며

"  여기가 야스민 함마멧이냐, 성뜨르 함마멧이냐, 바렉쌰 함마멧 이냐 ? " 고 물었더니

성뜨르 (Centre) 함마멧이라고 알려 주었다, 

 

 

이번에도 아주 좋은 위치에 숙소를 잡았구나 !

스스로 감탄하며 오후의 눈부신 햇살속으로 뛰쳐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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